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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Feb 10. 2020

왜 이상한 회사에 황당한 투자를 하는 걸까?

스타트업 투자와 Agent problem 

똑똑한 사람들이 왜 부실한 회사에 저렇게 투자를 했을까요?


날고 긴다는 투자자들이 왜 부실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는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생각도 정리할 겸 글로 적어봅니다. 다만 투자 이유는 투자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도 그저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니 그냥 가볍게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1.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Agent problem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매출이나 수익이 목표라고 하면서 사실은 이런 요소들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저 '관성', 혹은 '뭔가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일을 일상적으로 하는 거죠.


화면에 엑셀 띄워놓고 뒤로는 웹툰 보는 그런 작은 것부터 돈과 열정만 낭비하고 시장에는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요상한 사업 전략이나 마케팅을 실행하는 것, 그리고 과도한 의전 등등이 대표적입니다. '전략적 우선순위'라고 둘러대지만 사실은 담당 임원이나 대표의 자기애 충족을 위한 쇼에 불과한 것들이죠. 


임원이나 기타 의사결정자는 조직의 전략적 목표 설정과 달성에 최선을 다 하라는 자리인데, 그보다는 개인적인 목표나 안위를 더 우선시해서 생기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혹은 자기와 조직을 동일시하고, 내가 원하는 게 곧 조직을 위하는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조직을 위해 임명된 사람이 조직보다는 자기를 위해 행동하며 발생하는 문제들을 Agent problem, 즉 대리인 문제라고 합니다. 편의점 주인과 알바생의 관계에서부터 유권자와 정치인 등 권리 소유자와 행사자가 다른 경우에는 언제든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Agent problem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도 나타나게 됩니다. 



2. 투자 영역에서의 Agent problem


원금을 대는 투자자는 순수하게 재무적 수익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투자를 운용하는 사람들, PE(Private equity)나 VC(Venture Capital)는 능력을 증명하고 자신을 어필해야만 합니다. 비록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해도 말이죠.


그래서 설득력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는 '성장 가능성 있는', '해외 시장에서 검증된' 등의 워딩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올해 수익률은 저조하지만, 투자 리스트에 요즘 가장 트렌디한 기술/산업/업체를 포함시켰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 몇 년만 지나면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라는 설명을 하는 거죠. 


투자 실적이 악화되면 결국 투자자들에게 들통이 나지 않나 싶겠지만 그게 그렇게 대놓고 티가 나지는 않습니다. 


투자 실패는 몇 년 뒤에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이고, 특히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 손해만 보다가 한 번에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PE 개인 입장에서도 몇 년 운용하는 사이에 다른 투자처에서 들어온 수익으로 손실을 적당히 퉁칠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본인이 담당하는 동안만 크게 손해 안 나게 하고 보너스 받고 다른 운용사로 가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너무 단순화된 설명이기는 하지만 투자자와 투자운용사 사이에도 얼마든지 Agent problem은 생길 수

있는 거죠. 


위워크나 캐스퍼 매트리스의 IPO처럼 황당한 일을 보면 도대체 어떤 멍청이가 저런 투자를 했나 싶겠지만, 몇 년 전에 이 투자를 결정한 사람들은 "새로운 유니콘에 투자했다"는 식으로 자기 일을 적당히 포장한 뒤, 보너스 받고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물론 위워크는 비전펀드가 제대로 물렸기 때문에 상황이 다릅니다. 게다가 손정의 씨가 빠져나갈 상황도 못되니 위에서 설명한 논리와는 조금 다른 논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투자 당시의 청사진보다 실제 수익 창출 가능성이 훨씬 낮다는 게 드러나면, 그 시점에서 폭탄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만 다치고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겠지만 정작 의사결정을 담당한 사람들은 챙길 것 챙기고, 레퍼런스 적당히 포장해서 다른 곳으로 떠난 뒤입니다. 




투자운용사 직원 대부분의 도덕성과 책임감도 높고, 기업과 투자자들 또한 Agent problem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을 촘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와 정치인의 관계에서 보듯, 소유자와 실행자가 따로 있는 한 일정 수준의 Agent problem은 피할 수 없는 상수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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