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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r 10. 2020

일, 그리고 커리어에 필요한 네 가지 요소들

지능, 유능감, 성취욕구, 책임감의 상관관계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들 중 하나가 '머리가 좋으면(=지능이 높으면)일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능이 지나치게 낮으면 일을 잘하기거 매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직장인 대부분은 그 정도로 낮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능이 좋기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죠. 


성격 검사 중에서 업무 능력과 관련된 주요 요소는 바로 지능, 자기 유능감, 성취욕구, 그리고 책임감입니다. 


당연히 지능이 높으면 일을 빨리 배우고 한 번 배우면 오래 기억하며, 일을 수행하는 방식을 개선시킬 수 있게 되므로 일을 잘할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이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러다보니 신입사원이 서울대 출신이라고 하면 왠지 일을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사회 경험이 하나도 없고, 식당을 운영한 적 없어도 멘사 출신이 상권이 어떻고 메뉴가 어떻고 하면 왠지 정답 같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 몇 년 하다보면 단순히 지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머리가 남들보다 월등히 좋지 않아도 자기 앞에 주어진 문제를 잘 풀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그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특징이 바로 '자기유능감, 성취욕구, 책임감'입니다. 




1. 자기 유능감


자기 유능감은 맡은 일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일, 문제를 내가 잘 처리할 것이라고 스스로 믿고, 또 주변의 기대 혹은 경쟁 이상으로 잘 해낼 것이며, 실제로 잘 마무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자기유능감은 타고난 성격일 수 있습니다. 사춘기 시절에 자기가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치기가 성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죠. 이런 경우에는 자기 객관화가 전혀 안되어 있기도 하고, 자기 유능감만 높을 뿐 그 근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본격적인 어려움에 처하면 매우 당황합니다. 특히 지능이 높아서 학창 시절 내내 잘나갔던 사람이 사회 생활 초창기에 자기 지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면 자기 유능감이 무너져 우울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자기유능감은 성격도 있지만, 성공 경험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내적 평가가 부풀어 오르면서 강해지는 경우입니다. (소위 Self-inflated ego) 하지만 이런 유형도 업무 수행에 위험성이 있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대기업을 다니면서 승승장구 했던 분들이 회사를 나와서 창업을 했는데, 무리해서 사업을 확대하다 망하기도 합니다. 자기 자진에 대한 과도한 믿음 때문에요.


과도한 자기유능감은 위험하지만 낮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에 제대로 몰두하지 못하거나, 일을 해도 그냥 되는대로 합니다. 아니면 일에 대해 매우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심지어는 일을 하고싶지 않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기 유능감은 필요합니다. 일단 자신감이 있어야 문제에 도전을 할 테니까요. 



2. 성취욕구와 책임감


이 글에서 다뤄볼 성취욕구와 책임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머리도 좋고 자기 유능감과 성취욕구도 높은 사람이 있습니다. 일을 잘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아주 높은 확률로 일잘러일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잘할 여지와 엉망일 가능성은 사실 반반입니다.


1) 성취욕구  + 책임감


성취욕구란 누군가의 지시나 주변에서의 요구와는 상관 없이 내 스스로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성취욕구가 높으면 좋을 것 같지만, 이런 유형은 책임감이 엉망인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책임감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 아닌, 주변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성취욕구가 높고 책임감이 낮은 사람은 한 마디로 이런 사람입니다. '타인과의 약속을 지키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내 욕구이 충족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 즉, 극도로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단기적인 성공에는 아주 유리한 성격입니다. 학창시절에는 욕 먹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우수한 성적을 받는 정도로만 공부하고 그 이상은 하지 않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월급받는 만큼만 일하고 업무 이외의 시간에는 딴 짓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물론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겨나면, 회사 내에서는 매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책임감이 높아서가 아니라 본인의 성취욕구로 인해 '책임감 있는 척'을 하는 것입니다. 정도가 심하면 회사 안과 밖에서의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머리 좋은 사이코패스를 의미하는 '양복입은 늑대'라는 표현이 이래서 생긴 것이죠.  


지능과 자기유능감, 그리고 성취욕구의 조합으로 이뤄진 사회적 성공은 오래 유지되기가 어렵습니다. 책임감과 이에 기반한 신뢰라는 것은 매우 지속적인 노력을 요하는데, 이건 잠깐 '척'하는 것으로 유지하기 힘들거든요. 결국 주변에서 그 사람의 본성을 알게 되고 성공의 기반은 허물어지고 맙니다. 


게다가 좋은 머리로 문제를 적당히 해결하며 상황을 돌파한 것이 습관이 되면 스스로가 "나는 머리도 좋고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큰데 이상하게 성과가 별로 없네.."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정공법이 아닌 방법으로 나름 고수가 된 셈이지만 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박살이 나는 것이죠.


즉, 높은 성취욕구와 낮은 책임감이라는 조합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머리 좋고 자신감도 높은 사람이 이런 조합까지 갖추게 되면 잔머리의 화신이 됩니다. 쉬운 길만 가려고 하기 때문에 시간이 내공은 쌓이지 않고 사회적인 평가는 점점 낮아집니다. 


2) 성취욕구  + 책임감


성취욕구가 낮고 책임감만 강한 사람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좋게 말하면 '원칙주의자'입니다. 하지만 일에 대해 매우 수동적이고 사고의 경직성이 높아서 유연성과 순발력이 떨어집니다. 대인관계도 그렇죠. 


누군가가 시킨 일은 칼같이 하지만, 내가 오르는 등산로 주변과 이 산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탐색 명령이 있기 전에는 절대 살펴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발전과 사회적 성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유형은 재무나 관리 분야에서는 좋은 '실무자'는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능력있는 '리더'가 되기에는 어렵습니다.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건 종합 예술입니다. 자기 마음을 다독이는 능력도 필요하고, 대인관계도 일정 수준 이상은 할 수 있어야 하죠. 


다만 기본이 되는 것은 지능, 자기유능감, 성취욕구와 책임감 등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무조건 넘친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머리가 좋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자기 자신에 대한 과신, 타인을 도구로 여기는 태도, 또는 상황을 적당히 넘어가면서 자기는 잘하고 있다는 믿음 같은 것들이죠. 


네 가지 요소가 모두 높으면 좋지 않을까 싶겠지만 모두를 강하게 갖춘 사람은 그만큼 드물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경우에도 정서가 불안정하거나 대인관계에서 약점이 있는 경우도 많죠. 우리 삶이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성격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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