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들의 사업모델 수립과 시장 진입에 대한 조언들을 하다보면
몇 가지 공통된 오류들을 보게 됩니다.
1. 모범생 스타일에 부지런한 사람들은 창업 시작 시점에 고객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 그대로 고객을 열심히 만나러 다닙니다. 좋은 자세겠지요. 하지만 아주 초기 아이디어 구체화 단계라면 몰라도 그 이후가 되면 내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아주 명확할 때 고객을 만나야 합니다. 고객에게 줄 것이 별로 없는데 계속 고객만 만나러 다니면서 사업이 스스로 잘 될 것이라 생각하면 안됩니다. 하다못해 밀가루 반죽도 조용히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하고, 내 제품과 서비스도 상업적 판매에 맞게 고도화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객에게 내가 줄 가치가 명확하지 않으면 그냥 양쪽 다 시간낭비일 뿐더러 나 스스로는 내가 사업을 잘하고 있다고 자뻑할 확률만 높아집니다.
2. 돈을 내는 고객과 사용자가 구분되야 하는 플랫폼 사업을 고민할 땐 한쪽의 긍정 평가만 듣고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령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든다고 할 때 자영업자들에게 마케팅을 도와주는 플랫폼에 관심있으세요라고 물어보면 100% 관심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런 서비스 나오면 꼭 사용하겠다고도 말하죠. 이들은 사용자에 대한 마케팅이 시급해서 이를 도와주는 플랫폼이라고 하면 무조건 좋은 겁니다. 하지만 막상 이 플랫폼이 사용자를 제대로 물어다주지 못하면 그 서비스는 그냥 삭제입니다. 플랫폼 사업을 할 때 사용자가 절대로 필요한 고객 (ex. 자영업자)에게는 그저 기초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확인만 하는게 맞고, 무조건 사용자를 잡는 방법을 고민하는게 우선입니다. 내게 돈을 내줄 고객의 이야기만 듣고 아이디어 검증이 끝났다고 믿으면 결국 공급자는 잔뜩 쌓였는데 정작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사용자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3. 어플이든 제품이든 시장 검증을 꼭 제대로 된 제품을 다 만든 다음에 하려고 하지 마세요. SNS 도 있고, 오프라인에서 뭔가 하는 방법도 있고, 유사한 제품 나와 있는 것으로 사업성을 대신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성 검토도 안하고 그냥 제품/서비스만 죽어라도 만들어 놓으면 그대로 쓸모없는 재고가 될 뿐입니다. 코칭하다가 도무지 팔 방법이 안보이는 물건을 양산까지 해가지고 집을 창고처럼 해놓고 매일 우울해하는 사람 많이 봤는데, 결국 망가지는 걸로 끝납니다. 제품/서비스 개발과 마케팅은 함께 가야 하고, 특히 양산 결정이나 고급 기능의 어플 개발 등은 정말 가능성이 상당 부분 확인되었을 때 하는 겁니다. Scale-up을 초기 단계에 질러버리면 뒷감당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