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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r 30. 2020

내 회사는 얼마짜리일까?

스타트업 가치 평가 개요

창업자들의 꿈은 누가 뭐라고 해도 ‘사업의 성공’ 입니다. 


그런데 사업의 성공이라는 잣대는 해석이 여러 갈래일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매출 잘 나오고 이익 많이 나와서 오랜 기간 회사가 계속 커지는 것이 사업 성공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창업자들에게는 멋진 기업체를 만든 후 이를 매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운영을 넘겨주고 자기는 큰 돈을 확보한 후 빠져 나가는 것도 충분히 사업의 성공입니다. 


아주 예전의 창업자들은 영속 기업을 꿈꾸었죠. 자기가 한 평생 회사를 일구고 그 기업을 자손에게 물려주고, 3대, 4대 내려가는 기업. 하지만 요즘에 그런 목적으로 기업을 꾸리는 경우는 정말 드물 것 같고, 오히려 4~5년 정말 잘 키워서 대기업 등에 매각하며 exit 하고 그 뒤엔 Young & Rich 로 잘살자 라는 생각이 더 보편적인 것 같습니다. 이렇다보니 내 기업의 가치를 얼마로 판단해야 하느냐는 창업 초창기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됩니다. 


그리고 요즘은 정부의 지원 사업들이나 TIPS 같은 프로그램, 액셀러레이터나 앤젤 등의 투자가 사업의 굉장히 초창기부터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던 창업자도 생각을 하도록 강요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수백 페이지의 책이 필요할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최대한 간략하게 몇 차례 써보겠습니다. 

(경영학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고, 재무적인 이해도 있는 분인데 기업 가치 평가를 정석대로 다 알고 싶으시다면 맥킨지 컨설팅에서 출간한 ‘기업가치평가’ 라는 책을 보시면 됩니다. 이 분야에 대해 이 책보다 더 잘 쓰여진 책은 못 본 것 같습니다. 다만 책 가격과 두께의 압박이 엄청나고, 단지 스타트업 가치평가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비즈니스에 대한 사업성 평가의 A부터 Z 까지 다룹니다. 창업가에게는 불필요하지만, 사업 기획이나 전략 기획, 그리고 기업 투자 업무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필독서같은 책입니다.) 



사업의 극초기 


대체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부터 월 1~2천만원 수준의 아주 작은 매출을 만드는 시기까지 입니다. 이 경우 기업 가치는 사실상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습니다. 때문에 생각해볼 수 있는 논리는 주로 그 업종에서의 선례 또는 유사한 성격의 업체의 선례, 그리고 투자자 개인의 판단일 뿐이죠. 2~3년전엔 스타트업에 대해 고평가하는 경향도 많았고, 엔젤 투자 등도 오히려 활발했던 경향이 있어서 ‘사업을 시작해서 관련 매출이 나오기 시작하기만 하면 기업 가치 기본 5억원’ 이라는 말들도 있었지만, 그 뒤 워낙 많은 실패 사례들이 나오면서 이렇게까지 허황된 이야기들은 조금 줄어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극초기 스타트업 기업 가치 평가는 판단할 기준이 너무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이 많은 주제입니다.  



사업 성장기 


스타트업이건 일반 기업이건, 혹은 기업체에서 시작하는 신사업이건 가치 판단의 기본은 “그 업체/사업이 만들어낼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결과값” 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업은 사업 초기에 시설이나 장치, 운전자금 등의 형태로 큰 금액(이것도 ‘투자비’라고 부릅니다. 외부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한 돈도 투자이지만, 기업이 사업을 위해 시설이나 운전자금 등에 돈을 투입하는 것도 투자입니다.)이 투입되고, 운영을 위한 마케팅, 인건비, R&D  등의 비용들이 투입됩니다. 기업이란 이런 ‘투자비’와 ‘운영비’를 넣어서 매출을 출력해내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죠. 


매출에서 비용을 빼고, 투자된 원금을 회수하는 과정을 거쳐 이익이 생기면 재무적 이해관계자 (주주와 채권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현금이 계산됩니다. 기업은 매년 사업을 하므로 이 현금 흐름의 향후 5년~10년치를 예상해볼 수 있고, 다만 미래의 돈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미래에 기업이 만들어낼 현금 흐름을 계산하고 현재 가치로 변환하는 식으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DCF, 즉 Discounted Cash Flow 입니다.  (사업기획하시는 분들이 늘상 하는 NPV 계산이나 IRR 이라고 하는 것들이 모두 이 형태죠) 이 계산의 전제는 기업의 미래의 현금 흐름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업을 아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업체 또는 매년 일정 수준의 성장율을 보이는 기업체라면 미래 현금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 집니다. 물론 사업이라는 속성상 우리가 은행에 예금을 저축해놓고 이자가 붙는 것을 예측하는 것만큼 확실할 수는 없겠죠. 이런 불확실성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의 얼마로 볼 것이냐는 기준 (‘할인율’ 이라고 합니다.)에 반영됩니다. 아무리 큰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업주가 주장을 해도 투자자 입장에서 불안정성이 너무 커보인다고 생각하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할 것이고, 이는 기업이 만들어 낼 가치의 총합을 줄이게 될 것입니다. 


창업을 하는 기업가 입장에서 이 복잡한 계산을 전문가들처럼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의미도 없구요.  

그렇지만 창업자가 투자를 받고 싶다면 투자자들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기초는 제공을 해줘야 합니다. 바로 내가 “내 사업에 대해 예상하는 Cash flow는 이것이다” 라는 거죠. 


즉, 향후 최소 3년에서 7년 정도의 기간 동안 매년 예상되는 매출과 각종 비용, 그리고 그 사이에 투입이 필요한 대규모의 시설/장치/운전자금 등의 투자비가 얼마인지는 작성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항목들이 정리되면 자연스럽게 재무적 이해관계자를 위한 Cash flow가 만들어집니다.) 


이 항목들은 기업체의 시장 정의와 시장 크기, 수익모델을 포함한 사업모델, 핵심고객과 그들의 구매액, 이를 계속 키워나가기 위한 제품개발, 영업과 마케팅, 인력운영 등을 모두 포괄하는 계획을 수립해야만 작성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계획 자체가 창업자의 경영을 이해하는 시각 및 능력을 알려주는 지표가 됩니다. 


가령 3년뒤에 매출 100억원을 할 것인데 인력은 3명만 운영하는 인건비를 반영하면 웬만해서는 이런 추정은 믿기 어렵죠. 외부에서 볼 때 이런 숫자는 ‘아, 이 대표라는 양반이 아예 기본적인 비용에 대한 지식도 없고, 자기 매출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없구나. 투자하면 안되겠다’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3년뒤 매출 100억을 할 것이고, 인건비는 10억을 쓸 것인데, 이 10억의 인건비는 경쟁업체나 유사업체의 실적에 대비해서 인력을 반 정도만 쓰는 것임. 이렇게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논리는 우리가 가진 xxxx 시스템의 특성상 인력을 경쟁사보다 80%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임] 같은 식의 설명이 되어야 투자자 입장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고려해볼만한 주장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그 xxxx 시스템의 장점이 실제 그러한지를 검토해서 대표가 주장하는 비용 절감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매출, 비용, 초기 투자비 등을 추정하고, 그 이전에 시장 규모 측정, 사업모델 수립 등의 일을 하는 것은 꼭 Cash flow 때문이 아니라 하다못해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고 해도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늘상 하는 일입니다. 소위 “사업계획” 이라고 부르면서 계속 해온 일이죠. 


결국,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사업의 모양이 갖춰지기 시작하면 지분을 투자하는 투자자는 기업이 만들어낼 미래의 현금흐름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이 현금흐름은 창업자가 늘상 만들어온 사업계획에 기반하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의 사업 계획은 단지 정부 지원금 따내는 용도로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현금 흐름외 다른 방식 


이 DCF 방식은 매우 많은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전망치고는 너무 많은 가정과 디테일이 들어 있습니다. 일례로 위에서 말한 인건비 절감 케이스의 경우 ‘인건비는 줄어들 것 같은데 그게 솔직히 10%가 줄지 20%가 줄지 파악이 안된다’ 같은 경우가 될 경우 10%만 절감해서 비용에 반영할지 아니면 20%를 반영할지 같은 것이 매우 임의적이라는 거죠.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너무 복잡하다는 겁니다. 한 산업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는 전문가라면 모르겠지만, 밖에서 지켜보는 투자자가 이해하기엔 너무 많은 변수와 가정이 들어가는 방식이죠. 어차피 임의적이고 변수가 많아서 예측 확률이 떨어진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복잡한 방법을 써야하나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Multiple 이라고 하는 것이죠. 


가령 최근에 Gmarket 이 M&A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자 ‘국내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의 가치는 취급액의 0.XX배 수준으로 평가되어 Gmarket의 예측 매각가격 5조원은 합리적/비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말들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논리는 ‘취급액 대비 0.xx배’ 라는 말입니다. 특징을 보면 ‘산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특정’하고 (위 예시에서는 ‘국내 온라인 커머스’) 그 산업에서 기존에 있었던 지분매각 등의 딜에서 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뭔가 기준이 되는 기준치 (예시에서는 '취급액') 대비 몇 배 하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겁니다. 


“기준치 대비 몇 배”가 적용되기 때문에 multiple 이라고 합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분들이라면 아주 익숙한 multiple이 Price-Earning Ratio, 즉 PER 이죠. 기업체의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냐는 겁니다. 이 말도 기준치(이익)와 기업가치(상장사인 경우 시가총액)를 연결해서 그 사이에 배수가 어떻게 되는지를 따지는 겁니다. 기업체의 EBITDA (감가상각차감전 영업이익)를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경우도 많죠.  기업체의 주요 재무상 지표들은 모두 기업 가치와 직간접적으로 비교될 수 있습니다. 자산이 많은 기업은 자산의 장부가격 (Book value) 와 기업가치가 비교되기도 하고, 매출만 가지고 비교하기도 하죠. 


이런식의 재무 지표를 기준치로 하지 않고, 유사한 업체나 업종에서의 지분투자나 M&A 사례를 가지고 기업 가치를 대입해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보통 Transaction multiple 이라고 합니다. 



기업 가치와 Fundamental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위에서 설명한 용어들의 개념 정도는 아시고 계시는 것이 좋고, 자기와 유사한 업체나 업종내에서의 기업 가치 등도 알고 계시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시장에서의 경쟁력이고,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과 수익이죠. 한 때 수 조원을 넘어서는 기업가치를 가졌다고 자랑하던 유니콘 업체 Y사가 최근 무너져 내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기업의 본질을 잊고 그저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 그 자체에만 몰두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그래도 합리적이고,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높으면 한 두번의 투자 계약에서는 약간 손해볼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본질을 찾아가고, 여러분이 의미있는 규모의 투자를 받을 상황이 되면 주변에서 전문가를 쉽게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상식 차원에서 기업 가치 평가의 기준은 이해해두되, 그 자체에 몰입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남이 뭐라고 하든 내 사업체가 돈 잘벌면 적당한 투자자는 항상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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