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Apr 18. 2020

당연한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  - 관종형 무능력자

'당연하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책 발췌



<새로 온다는 브랜드 실장의 이력은 화려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비재 회사에서 기업 브랜드 책임자로 일했었고, 대형 화장품 회사나 통신사 등의 이력을 보면 국내 유명 회사의 브랜드 마케팅 부서는 모두 돌아다닌 것같은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학벌도 서울의 꽤 괜찮은 학부 졸업에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꽤 유명한 외국 대학교 석사 학위도 2개나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입사 직후 첫 미팅에서도 실장은 화려한 외모와 우아한 말투를 보여줬다. 직원 중 하나가 미팅 후 ‘저 사람 회사에 출근한게 아니라 패션쇼 참석하나본데?’ 라고 농담했을 정도로 외모에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서원들이 브랜드 실장에게 열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입사 후 불과 한달이 안되는 시점부터였다. 브랜드실 주최로 외부 행사를 진행해야 했는데, 기업 브랜드 책임자였다면 모를 수가 없는 디테일들에 대해 완전히 처음 듣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요구했고, 도무지 말이 안되는 의사 결정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장은 행사 규모를 과도하게 키웠고 때문에 초과예산을 대표에게 승인받아야 했다. 그런데 실장의 결정은 브랜드실이 주최하지만 예산 확보와 행사 진행 등의 운영 책임은 모두 마케팅실에 넘기고, 그렇지만 행사의 오프닝 및 주요 행사의 사회는 모두 실장 자신이 직접 하겠다는 거였다. ‘대표님께 예산같은 사소한 문제로 부담을 드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우아하게 내뱉으면서 한 결정들이었다. 실장은 자기가 큰 행사에서 앞에 나선다는 사실 자체에만 만족하는 눈치였고, 마케팅실이 브랜드실을 눈에 가시로 여기고, 통폐합하려고 해서 브랜드실 직원들이 오랫동안 독립성을 가지려고 노력해 왔다는 사실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태도였다. 행사날 자기의 자리가 임원들 자리 뒤에 배치된 것을 알게 된 실장은 행사 책임자를 불러 난리를 떨었고, 결국 실장은 임원이 아님에도 앞 테이블에 좌석을 받게 되었다. 실장은 의전, 그것도 자기에 대한 의전 외에는 행사의 진행에 아무런 관심도 책임도 없는 듯한 태도였다.


이후 부서에서 문제가 생겨서 대표에게 보고해야 하는 건들은 모두 실장선에서 없던 일이 되버렸고, 생색을 내거나 있어 보이는 사안들만 대표에게 보고가 이루어졌다. 부서에서 보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연관 부서까지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는 경우는 없으니 대표가 브랜드실에 왜 제대로 처리하지 않냐고 화를 내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화를 내던 대표도 브랜드 실장과 회의를 하고 난 뒤엔 그냥 넘어가곤 했다.

가끔 실장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의 해결은  브랜드실에서 가장 일을 잘한다고 알려진 김과장의 몫이 되었다. 김과장은 브랜드 실장이 EMBA 교육과 외부 행사 참석 등을 이유로 사무실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서의 부하직원 및 외부 업체 모두를 통제해야 했고, 옆 부서와의 갈등 역시 처리해야 했으며, 동시에 원래는 브랜드 실장이 만들어야 하는 보고서 역시 만들어야 했고, 그 내용이 부정적인 이슈인 경우엔 관련 임원들에게까지 직접 보고까지 해야 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대표나 임원이 이슈에 대해 화를 내면 그걸 받아내는 것도 김과장의 몫이었다. 그렇지만 성과가 나온다는 식의 보고서가 완성되면 실장은 표지에 자기 이름을 넣어 대표와 다른 임원들에게 마치 자기가 만든 것처럼 보고했다.


브랜드 실장이 원체 실무에 관심이 없고, 옆 부서에 모든 일을 떠넘기다보니 차츰 브랜드실의 위상은 줄어들었고, 반드시 브랜드 실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옆 부서에서도 김과장과 논의를 했지 실장을 찾지 않았다. 결국 2년이 지난 후에는 대표도 브랜드실의 문제를 알게 되었는지 마케팅실에 소속 부서로 통폐합 해버렸고, 부서 부실 운영의 책임을 물어 김과장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통폐합 발표가 있기 직전 3주간 휴가를 떠난 실장은 김과장이 본사를 떠난 후 복귀했고, 홍보 담당 임원으로 승진했다.>   



[관종형 무능력자 특성과 대응책]  


특성

관심의 중심에 서길 원하며, 말과 행동이 극적이다.

겉보기에 대단히 신경을 많이 쓴다.

낯선 사람, 권력자에게 아주 잘한다.

겉보기와 달리 지식은 빈약하고, 이해는 공허하다.

사람의 약점을 찾아서 쥐고 흔들려고 한다.

책임질 상황에서는 무책임하게 회피하거나 동정에 호소한다.


대응책

심리적 거리를 무조건 유지할 것

최대한 강하고 당당하게 대응할 것

말에 귀기울이되, 업무와 상관없는 요청은 무조건 거절할 것

때에 따라서는 아부나 적당히 좋은 말을 해줄 것





- '당연하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 사무실 싸이코 대응 매뉴얼' 에서 발췌

   (저자 : 패스파인더넷. 넥서스 출판사, 2020년 3월)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401078?Acode=10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쿠팡은 언제쯤 흑자가 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