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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pr 25. 2020

나의 착함을 '센스'로 승화시키는 방법

미매뉴얼 이야기 

What do you want me to do?


직역하자면 '내가 무엇을 해주길 원하나요?'가 되는 말인데요, 우리 정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명령이나 요청을 받는 '을' 입장에서 하는 말로,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으니 '시키는 일' 정도는 하겠다는 맥락입니다. 의역하자면 "뭘 해드릴까요?" 에 가까운 의미가 됩니다.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갑'도 많이 쓰는 표현이기도 한데요,  구체적으로는 '네가 하는 일을 내가 도와줄 수 있다. 그리고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도와줄테니 알려달라'는 의미입니다. 


윗사람이 되어가지고 아랫사람에게 선택권을 넘기는게 이상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의 영역을 존중하는 문화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서구권이 더 좋다는 사대주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착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일을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주위와 관계를 잘 맺지 못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What do you want me to do?' 화두를 꺼냈습니다.  




'착하다'는 말 속에 있는 수 많은 특징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바로 '베풂'입니다. 상대방에게 나의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극히 베푸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호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베풀면 의도도 좋고 결과도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굉장히 애매해지죠. 받는 사람은 딱히 원하는 것이 아니지만 호의인 것을 아니까 뭐라 말도 못하고, 주는 사람은 상대방의 뜨뜨미지근한 반응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호의를 베풀다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경험은 학습이 됩니다. 그러다보면 나의 의견을 적극적, 자기주도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나의 선한 의도가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겨나니까요. 일을 시작하는 것이 힘들어 지는 것이죠. 


커리어 어드바이스 서비스 '미매뉴얼'에 조언을 요청하시는 분들 중에서 적어도 10% 이상은 이런 성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뜻한 성품에 동료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지만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일을 적극적으로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이죠.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베풀기 전에 상대방에게 "What do you want me to do?" 물어보면 됩니다. 생각해봅시다. 웃는 얼굴과 진심을 가지고 "도와주고 싶은데 내가 뭐 하면 돼?"라고 물어보는 사람과 아무 말도 없이 덜컥 도와준답시고 도리어 일 만드는 사람. 어느 쪽이 더 고마울지는 명확합니다. 


그리고 후자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 착한 사람 본인의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착한데 눈치는 좀 없다', '자기 일도 못하면서 맨날 오지랖만 떤다'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지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 착하다는 말은 개인 인성 측면에서는 이타심이 있다는 좋은 의미입니다. 하지만 업무적으로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방식일 수 있어서 오히려 문제만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자취하시는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겁니다. 어머니는 나를 걱정하고 챙겨주고 싶어서 이런저런 반찬을 한 보따리 싸주시지만, 막상 원룸의 조그만 냉장고에 담기에는 너무 많아서 골치거리가 되는 경우가 왕왕 생기죠. 게다가 냉장고에 보관한 반찬들도 아침은 원래 잘 안먹고 점심은 회사에서 해결하다 보니 상해서 결국 버리기도 합니다. 챙겨주신 어머니한테 괜히 죄송하고 죄책감이 드는 순간이죠. 


그래도 가족간에는 정을 확인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지만 회사에서는 맥락이 다릅니다. 서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과 일을 협력적으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말이죠. 


누군가를 도와주기 전에, 상대방에게 방법을 물어보세요. "도와줄까? 내가 뭐 하면 돼?" 라구요. 동료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도움을 줄 수도 있을 뿐더러, 실제 도와주지는 않더라도 그 말 한 마디로 상대방은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그냥 착한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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