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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ug 06. 2020

인문학이요? 직장인이 그런 걸 왜 알아야 하죠?

제품/서비스 출시와 인문학의 관계

[들어가기 전에] 사실 인문학이란 게 특정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배우는 학문은 아닙니다. 본질은 우리가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토양을 쌓는 것이지요. 하지만 마냥 뜬 구름 잡는 것 같이 보이는 인문학도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뉘앙스가 이렇게 흐르게 되었습니다.라고 문화인류학과 출신 문돌이가 말합니다...



혹시 '추상화'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구체적인 사물들 사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공통점을 묶어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강아지와 뱀을 묶어서 동물이라고 지칭하고 소나타와 BMW, 페라리를 묶어서 자동차라고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복잡하게는 숫자의 조합을 보고, 하나의 식으로 묶어내서 함수를 만드는 것도 추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초중고에서는 이처럼 수학과 과학 과목을 통해 객관적이고 명시적인 기준에 따라 추상화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는 한 단계 높은 추상화를 배우는데요, 그 대상은 바로 인문학과 사람입니다.   


사람은 무려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서로 뒤엉켜서 구성된 실체입니다. 그에 따라 천문학적인 조합이 나오게 되고, 그래서 아무리 비슷한 사람이라도 절대로 동일한 사람일 수 없고 개인의 경험 역시 함부로 일반화할 수 없죠. 


개인의 특별함에 집중하고 그 경험의 본질을 파고드는 질적 연구는, 연구 대상 그 자체를 추상화하는 것이 아닌 대상을 관찰하여 얻는 각각의 인사이트를 추상화하는 인문학의 방법론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각 개체에 대한 강조만을 배우다 보면 전체를 쉽고 명확하게 조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개인에게서 확률적으로 자주 관찰되는 특징들을 모아 일반화하고 추상화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분류된 집단들은 각각의 독특함과 다른 집단과 구분되는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과도한 추상화에는 무리가 따르게 되는데요, 개인은 나름의 존재 가치와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양적 연구의 장점이자 본질적인 한계입니다. 



1. 비즈니스는 추상화에서 시작된다.


직장인은 왜 인문학을 알아야 할까요? 바로 사업과 비즈니스가 본질적으로 추상화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의 니즈에 맞춰 최대한의 Customization을 제공하는 경우, 당사자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지지만 서비스의 단가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맞춤 서비스를 준비하는 시간 등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고, 동시에 그 서비스를 일반화/표준화해서 반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원 수업보다는 과외 수업에 더 많은 비용이 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지만 개별 고객들의 니즈를 추상화해서 하나의 제품/서비스로 만들고 이를 대량 생산하거나, 반복할 수 있는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초기 제작 비용은 Customization보다 훨씬 많이 들지만 이후 개별 고객별 대응 가격은 극단적으로 낮아지므로 아주 큰 매출을 노릴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디지털화된 지식이나 서비스가 입소문이나 네트워크 효과를 획득할 정도로 규모를 확보하게 되면, 사실상 Incremental cost가 제로이기 때문에 이론상 무한대의 매출 확장을 노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은 개별 소비자가 충분히 케어 받지 못한다고 느껴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 애초에 특별할 것이 없는 서비스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쿠팡이 로켓배송 초기 고객들에게 손편지를 남겼던 것과 같이 Customization이라는 느낌은 대량 생산 제품/서비스 속에 끼워넣기도 합니다. 


추상화와 비즈니스에 관한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2. 추상화와 비즈니스에 대한 예시


기숙사 옆방 친구와 친해지고 싶다고 해봅시다. 그럼 이런저런 생각할 것 없이 내가 먼저 말을 걸고, 학식도 같이 먹고 함께 놀러 다니다 보면 친밀도는 올라갑니다. 하지만 다른 학교, 다른 지역, 다른 나라 기숙사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치면 굉장히 어려워지죠. 


대신 서로 친해지고픈 마음을 '호기심'과 '연결 욕구'로 정의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이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면 됩니다. 다소 개발 비용은 들고 초기 고객 확보가 관건이 되겠지만 이걸 실현해낸다면 페이스북이 되는 것입니다. 


중국집 사장님들은 우리 가게에서 배달하는 김 군이 걸핏하면 결근하고 오토바이 타고 땡땡이치는데 지쳐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은 여기 말고 다른 중국집 탕수육은 어떨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한쪽은 표준화와 대행에 관한 욕구가, 그리고 다른 한쪽은 더 많은 선택지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하다는 욕구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 두 가지 욕구를 연결하고 돈을 지불하는 쪽인 소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면 바로 배달의 민족이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맥락 속에서 개별 음식점들은 고객들과의 접점이 사라지게 됩니다. 주문은 배민을 통해 들어왔고 배달은 전문 라이더를 통해 이뤄지니 고객 입장에서는 '만리성'이라는 중국집 이름 대신에 그냥 '저번에 시켰던 집' 정도로만 기억하게 됩니다. 음식점과 고객과의 관계가 예전만큼 밀접하지는 않은 거죠. 그래서 중국집 사장님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리뷰와 서비스라는 방법을 통해 Customization을 제공, 과도한 추상화에 따른 위험성을 낮춰야 합니다. 


반대로 배달의 민족 입장에서는 개별 식당과 고객 간의 관계가 너무 밀접해질 경우 n:n이라는 플랫폼의 존재 의의가 약해지므로 이를 방지하는 동시에,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지 않을 유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추상화에 따른 Benefit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인데, 프로모션 쿠폰의 역할이 바로 이것입니다. 매번 만리성 깐풍기 1인 세트를 시키는 고객에게 족발집 1만 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식입니다.  



3. 추상화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 인문학


대부분의 플랫폼 및 콘텐츠 비즈니스는 물론, 바이오나 로보틱스같이 장기간 집중적인 R&D가 필요한 사업은 결국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1. 고객 개개인의 구체적 니즈를 파악한다. 

2. 니즈를 묶을 수 있는 추상화 키워드를 도출한다. 

3. 그 키워드를 충족시키는 제품/서비스를 만든다. 

4. 초기 고객 확보 및 관계 형성을 통해 입소문과 네트워크 효과를 만든다. 

5. 대량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되, 고객별 Custimizing 된 부분을 추가해 고객 로열티를 최대화한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스테이지는 바로 1과 2, 즉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추상화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학은 이 부분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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