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기업의 성장 동력 확보 전략
영화 머니볼이나 드라마 스토브리그와 같이 프로야구는 스포츠이면서 동시에 경영의 모든 요소가 담긴 교과서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MLB 구단은 그 자체로 살아남아야 하는 독립적인 사업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구단들은 대부분 모기업의 마케팅 플랫폼 역할을 하거나, 높으신 분의 자존심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 나라의 구단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듭니다. 그렇지만 일정 기간 내에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면 코칭 스탭은 물론, 구단 프런트가 집중포화를 받는다는 건 똑같죠.
그래서 어떻게든 성적을 내기 위해 구단들은 온갖 전략을 다 짜내는데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바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외부 영입, 즉 FA입니다.
야구 선수들 평균 연봉을 생각하면 FA 한 명에 몇 십억을 투자하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FA 몇 명 영입했다고 꼴찌팀이 갑자기 우승을 하거나 가을야구에 쉽사리 진출하지는 않으니까요.
4강권의 팀이 확실한 우승 전력을 갖추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FA 영입은 실질적인 전력 향상이 목표는 아닙니다. 새로 부임한 감독에 대한 선물, 혹은 성난 팬심을 달래기 위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론 겉으로는 ‘전력 향상은 물론, 팀을 이끄는 리더십’을 기대한 영입이라고 하겠지만요.
기업 경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에서 실적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의외로 많이 선택하는 옵션이 바로 M&A입니다.
M&A에 내포된 경영학적 논리는 이렇습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두 회사를 합치면 더 많은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즉 1+1=2가 아니라 2+α가 된다는 것이죠. 한 마디로 시너지를 위해 선택하는 길이 바로 M&A이고,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을 때는 선택해선 안 되는 전략이 M&A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꼭 그렇다고는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M&A는 최고 경영자/대주주의 에고 충족( = 우리 회사가 저 회사 먹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꼭 그렇다고는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최고 경영자/대주주의 에고 충족을 위해 시도하는 M&A도 많고, 성장 정체에 빠진 기업이 시도하는 도박 같은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M&A 당시에는 기대치가 굉장히 높았지만 지나고 보니 돈 낭비로 평가되기도 하죠.
야구로 비유하자면 M&A는 FA 영입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실패한 M&A는 먹튀랑 똑같다는 것도…
프로야구팀이 전력 강화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두 번째 전략은 바로 내부 육성입니다.
우선 FA보다 돈이 적게 듭니다. 그리고 일단 육성 시스템이 자리만 잡으면 화수분처럼 좋은 선수들이 쏟아져 나와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육성 시스템’을 언제까지나 비밀로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팀도 몇 개 안되고 코칭스탭에 이 팀, 저 팀을 돌아다니는 곳에서는 보안 유지가 사실상 어렵죠.
이는 곧 겉으로 드러나는 단계에서는 어느 구단이든 다 비슷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 되는 팀은 또 죽어라 안 되는 것을 보면, 내부 육성이란 형식지가 아닌 암묵지, 즉 드러나지 않은 무형의 노하우가 핵심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암묵적’인 노하우는 다른 조직에서 따라 하거나 훔쳐갈 수가 없으니, 내부 육성이란 결국 구단 내부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아낸 것이라는 뜻도 되겠습니다.
대기업에서 내부 육성을 담당하는 곳은 R&D, 마케팅, 사업기획, 그리고 신사업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조직들로부터 나오는 내부 육성 방향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지금 가지고 있는 제품/서비스 가치를 극대화하기
2) 기존 사업 성격을 유지하면서 신제품을 출시하고 성공시키기
3) 사업 운영 방식과 조직 혁신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하기
4) 기존 경영 자원의 회전율을 폭발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 만들기
내부 육성이 결실을 맺게 되면 기업은 무리한 M&A 없이도 스스로 성장하는 소위 ‘Organic Growth’가 가능해집니다. Organic Growth 또한 구단 내부 육성과 마찬가지로 각 기업별로 가지고 있는 암묵적인 노하우라고 볼 수 있죠.
그렇지만 Organic Growth를 작동시키기 위한 내부 육성 전략은 위험성도 있습니다. 실패하면 도무지 위기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
사내 정치가 판을 치고 윗사람들끼리 자리를 두고 다투게 됩니다. 그렇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상태가 반복됩니다. 한 번 위기에 빠진 팀이 내부 육성으로 상위권으로 도약하기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 또한 내부 육성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시 야구 이야기로 돌아와 봅시다. FA와 내부 육성이라는 두 가지 전략 이외에도 제3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바로 용병이죠.
잘만 뽑으면 1~2년은 극강의 가성비를 누린 뒤 쿨하게 이별할 수 있습니다. 정말 드물지만 니퍼트 같은 용병이라도 들어오면 그야말로 대형 FA도 부럽지가 않죠. 잘 뽑은 용병은 전력 외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팀이 (돈이 없어서) FA까지는 무리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됩니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야구를 경험한 용병은 훈련 방식이나 팀 스피릿 측면에서 긍정적인 자극을 주죠. (물론 앞서 열거한 장점과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만..)
즉, 용병은 어느 정도 비용은 들지만 가성비가 좋고 단기 계약이므로 FA보다 위험성도 낮습니다. 게다가 구단에 여러 가지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유무형의 기여를 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에 있어 용병 같은 전략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기업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자금을 쓰면서도 시너지가 있을지를 확신할 수 없는 M&A, 아니면 역시나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은 내부 육성. (물론 대기업들은 해외 진출 - 특히 중국 시장 - 이라는 형태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지적재산권을 무시하는 풍토, 당국의 개입, 정치적 상황 등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또한 이미 국내 대기업들 대부분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시대에 완전히 새로운 지역 시장을 찾기는 어렵죠.)
그렇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기업에게는 스타트업이 용병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투자, 사업 지원, 그리고 내부적으로 사내 스타트업을 시도하는 전략이 용병을 뽑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죠. 이런 전략들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개념이 바로 Corporate Venturing입니다.
물론 대기업 입장에서 스타트업은 검증되지 않은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프로야구팀에 있어 해외리그 출신 용병들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에서 연봉만 축내다가 돌아가는 선수도 있지만, 기량을 개화시켜서 소속팀에 기여하고 빅리그로 입성하는 용병도 있습니다. 기업이 자기와 핏이 맞는 스타트업을 찾아낸다면 용병을 잘 뽑은 것과 같이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다만 내부 육성이나 FA처럼 용병들의 팀 안착 역시 각 팀마다 가진 노하우에 달려 있습니다. 키움이나 NC처럼 용병 농사에 거듭 성공하는 팀이 있는 반면에 돈만 쓰고 실패만 반복하는 팀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용병 농사는 내부 육성만큼 복잡하고 어렵지는 않습니다. (내부 육성은 소수의 팀만 성과를 내고 있으며 나머지는 평타를 치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용병은 엉망인 팀에서도 군계일학이 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날카로운 안목을 가진 스카우트 팀을 꾸리는 것은 물론, 용병이 한국 생활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전담 팀을 만들고 데이터와 객관적 자료를 통해 보완해가면 비록 순위가 낮고 돈이 없는 팀이라고 해도 꽤 괜찮은 용병 라인업을 통해 서서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습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 분야에 대한 전담팀을 꾸리고, 이 팀에서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큰돈은 아니라도 꾸준히 지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업에 남은 선택지는 도박에 가까운 대형 M&A, 혹은 극강의 난이도를 가진 내부 육성밖에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 대기업들의 국내외 스타트업 지분 투자나 엑셀러레이팅, 협업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봐 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 부족, 협업 준비 부족, 습관적으로 나오는 '갑'으로서의 언행, 내부 직원들의 위기감 결여와 관료적 체계로 인한 비효율 등으로 인해 스타트업과의 관계가 깨어지는 안타까운 케이스를 많이 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케이스가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유발하는 포인트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대기업 인력이 많다는 점에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업하는 Corporate Venturing 전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급변하는 시장에 코로나라는 변수가 등장함으로써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내부 역량만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M&A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리스크를 떠안는 전략 또한 한 두 번의 위기는 돌파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가 없습니다.
패스파인더넷은 Corporate Venturing이나 사내 벤처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2017년부터 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전문성과 레퍼런스를 차근차근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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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신성장 동력 확보 방법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데요, 앞으로 패스파인더넷만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전달 드릴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