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의 전략적 관계 설정
Corporate Venture Capital (CVC)
“대기업이 내부의 자금, 인력, 기술, 영업력 등 풍부한 경영 자원을 활용해 스타트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성장 기회 및 역량 강화 기회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시도.”
제가 이 용어를 처음 들은 것은 MBA 2년차였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떠난 후 십 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단어를 다시 들을 일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대기업에서만 커리어를 이어온 탓에 생긴 일일 테지요.
물론 그 사이에 '사내 스타트업'이라는 말은 종종 듣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사내 벤처'라는 말이 더 친숙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 사내 스타트업은 말만 스타트업이지 그냥 ERP의 일종에 불과했습니다. 그것도 IT 분야의 ERP가 아니라 Early Retirement Program, 즉 사내 스타트업의 탈을 쓴 퇴사 프로세스였죠.
당시의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성공하신 분들도 있긴 하겠지만 실상은 대기업에서 위로금 명목으로 창업 자금을 지원해주고 기회가 되면 약간의 납품도 허락하면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사내 스타트업'으로서의 성공률은 형편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2014년 전후부터 변화가 포착됩니다. 정년이 다 된 직원들이 아니라 한창 일할 연차의 구성원들의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이 생겨난 것이죠. 삼성의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인 C-Lab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C-lab 출신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팀들이 등장하고 통신사나 다른 대기업에서도 하나 둘 비슷한 프로그램이 생겼습니다.
2016년 이후부터는 롯데, 현대자동차, 한화 등 수많은 대기업들이 사내 스타트업 육성에 그치지 않고 외부 스타트업을 모집했습니다. 그들에게 사무공간과 비즈니스에 필요한 교육, 그리고 납품 기회 등을 제공하는 액셀러레이터 형태의 개방형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죠.
게다가 여행사와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혈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대기업 뿐만이 아니라 중견 기업들까지도 이러한 트렌드에 동참하는 등 전체적으로 기존 기업들과 스타트업 사이의 연결이 촘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같은 포탈/SNS 업체 혹은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같은 게임업체들은 스타트업과의 교류가 매우 익숙합니다.
이들 자체가 기존 기업과 같은 제조업이나 유통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업문화나 업의 특성, 인력 교류 경험, 기술 발전, 새로운 아이디어 채택 과정에서 외부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더 나아가 M&A하는 것 또한 이들에게는 지극히 타당한 전력적 선택입니다.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Exit은 구글에게 회사를 파는 것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에게 스타트업은 다른 행성 사람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매출 규모가 몇백억이라고 해봐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엄청나지만 대기업에게는 단위 사업이라고 부르기도 작은 규모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사업 영역도 그다지 겹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2010년 초반까지 대기업은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본래 자기 사업이 잘 되는데 굳이 다른 영역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고, 그속의 구성원들 또한 좋은 자리 박차고 외부로 나갈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하나 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대기업은 반드시 성장해야 하는 조직임에도 주력 사업에서 정체를 맞게 되었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악전고투중이고 현대차 실적도 좋지 않으며 대형 통신사들 또한 성장 정체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고, 그 방안 중 하나로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노크하고 있는 것이죠.
다만 대기업과 스타트업간의 관계는 기존의 교류와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예전에도 대기업과 중견/중소 업체들은 하청업체 또는 부품 공급사라는 이름으로 공생해왔습니다. 대기업이 이들에게 기대한 것은 값싼 부품 공급이며, 대량의 부품을 안정적으로 구매하는 대신에 지속적으로 단가를 떨어뜨려야 유지되는 관계였죠.
하지만 최근의 스타트업 붐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저렴한 공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거나 성장 동력 마련의 실마리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Top line의 성장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요 몇년 사이의 대기업-스타트업 관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기업 생태계 속에서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대해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첫 번째 역할은 성장 기반 마련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 자사의 내부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지원(=사내 스타트업)하거나, 2) 외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자금이나 공간, 경영자원을 지원하거나 2) 영업 기회를 연결해주거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이죠.
그 결과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성장에 따라 대기업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갖게 되거나, 자기들은 직접 들어갈 수 없는 시장을 Tapping함으로써 해당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는 바로 경영 자원 지원입니다. 외부 스타트업 업계에 대해 1) 인력을 공급하거나 2) R&D를 공급합니다. 또한 3) 대기업 브랜드를 활용하게 해주거나 홍보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대기업은 기업 내의 여러 유휴 자원, 특히 인력과 R&D 역량 및 특허, 그리고 각종 기술이나 장비, 브랜드 인지도 등을 제공하고 스타트업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대기업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스타트업과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일정 기간의 거래 계약
채권-채무 관계
지분 투자
M&A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대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투자와 노력에 대한 보상을 얻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 역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Exit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특히 지분투자나 M&A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인력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내재화하는 것이죠.
실제로 구글이나 애플이 듣도 보도 못한 스타트업을 곧잘 인수하는 이유 또한 핵심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입니다. 즉, M&A 비용이 곧 외부 핵심 인재 영입 비용인 셈입니다.
스타트업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것만 빼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역량이 부족합니다. 반대로 대기업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지만 성장 정체에 놓여있죠.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과정이 곧 오늘날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관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기업이 전략적인 관점에서 이런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가 바로 사내 스타트업을 포함한 CVC입니다.
대기업은 CVC를 통해 1) 내부적으로는 사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며 2) 외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3) 경우에 따라서는 M&A를 시도하는 것이며, 그 결과 새로운 시장에 대한 지식을 쌓고 성장 동력을 발굴하거나 핵심 인력의 확보를 노릴 수 있습니다.
또한 CVC 맥락 속에서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거나 시장 진입 난이도 감소, 그리고 빠른 Exit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패스파인더넷은 기업 성장 전략 전문 Advisor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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