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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an 02. 2019

우리나라에서 사내 스타트업 운영이 잘 안 되는 이유

국내 CVC 운영의 맹점들

이전 글에서는 Corporate Venture Capital이 개념이 무엇이고, 어떤 이유로 시작되었는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전 글에서는 사내 스타트업과 이를 포함한 포괄적인 용어인 CVC(Corporate Venture Capital)의 정확한 개념과 지금까지 진행돼온 맥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현재 대기업들은 자원이 풍부한 반면에 성장 정체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며 내부 직원들에게 활력을 주고 조직 혁신의 기회를 마련하는 등의 목표로 추진하는 전략적 선택이 바로 CVC라고 할 수 있죠. 단순히 내부 자원과 인력을 활용해 신사업을 시도하는 것과는 분명히 결이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내 스타트업, 국내 CVC의 문제점에 대해 포커스를 맞춰볼까 합니다. 


국내 대기업은 분명 대규모의 자원을 보유한 강력한 집단이지만 스타트업 업계와는 거의 연결되지 않는, 마치 두 개의 멀리 떨어진 섬처럼 서로를 인식하는 것 같아서 이에 대한 해법을 생각해보면서 떠올린 주제입니다.  




1. '사내 스타트업' 개념의 확장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CVC라는 어려운 말보다는 사내 스타트업, 사내 벤처라는 말이 더 익숙합니다. 


사내 스타트업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1) 대기업이 직원들에게 개인 담당 업무나 기존 비즈니스가 아닌 곳에서 사업을 만들어볼 기회를 제공하고 2) 일정 수준 구체화되면 외부로 내보낸다는 뜻이 있죠. 


사내 스타트업이라는 그 개념 자체에만 고정되어 있으면 그야말로 '대기업이 키운' 스타트업이라는 생각에 매몰되기가 쉽습니다. 그 말인즉슨, 대기업은 스타트업과 무관하게 그저 베푸는 존재이며 스타트업들이 사는 세상은 따로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CVC에는 사내 스타트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기업의 풍부한 경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투자하는 활동 모두를 포함하죠. 이런 활동들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사내 스타트업에 대한 인큐베이팅, 인력 투입 및 초기 투자
2. 대기업 외부 초기 스타트업 대상 인큐베이팅 및 초기 투자 
3. 내부 사업 혁신,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업 
4. 자본 투자자로서 외부 유력 스타트업에 대한 자본 및 기술 투자 
(지분 또는 저리 융자, 특허 등 기술 공유) 
5. 자기 사업과의 연계성 혹은 기술 잠재력이 좋은 스타트업의 인수 



2. CVC는 액셀러레이터나 VC와 무엇이 다른가?


여기까지 보셨다면 한 가지 의문이 드실 겁니다. CVC와 VC, 액셀러레이터가 뭐가 다른 거냐? 비슷한 거 같다는 의문 말입니다.  


실제로 CVC는 그 이름처럼 Corporate(일반 기업)가 Venture Capital(VC)처럼 기능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Corporate가 그저 venture capital의 투자자(Liquidity provider, LP) 일뿐이라면 굳이 CVC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죠. 어차피 대기업은 지금까지 여유자금을 굴려왔고 이런 자금 운영사들은 기존에도 Venture capital의 주요 자금 공급원 중에 하나였으니까요. 


CVC와 LP의 결정적인 차이점, FI와 SI


VC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LP로서의 기업과 CVC의 차이점을 가장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은 FI와 SI라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FI는 Financial investor, 즉, 장단기의 목표 수익률을 위해 금융 투자를 하는 업체입니다. 쉬운 말로 가치가 크지 않은, 하지만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연계해서 자기 사업을 키우기보다는 철저하게 투자 대비 수익만을 따지는 입장입니다. 


대기업이 FI 라면 굳이 내부에 전문인력을 두고 골치를 썩기보다는 외부 전문 운용사 (ex. 각종 투자신탁이나 운용사라고 하는 회사들)에 여유 자금을 맡기고,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고수익을 위한 벤처 투자를 포함시키게 하는 게 낫죠. Venture Capital은 이들 운용사에 투자금을 받아서 수익률을 목표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회수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SI는 Strategic investor, 전략적 투자자를 뜻합니다. 전략적 투자자는 수익이나 자금 회수보다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새로운 성장 기회 발굴, 신시장 tapping, 내부 인력과 조직에 활력 제공 등이 목표입니다. 


SI는 외부 업체에 단순히 맡긴다고 목표가 달성되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 내부의 전략 부서 (전략기획팀이 하는 것이 옳겠지만 내부 조직적 목표 때문에 국내에서는 HR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에서 맡아서 하는 게 보통이죠. 이들 목표는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만, 대기업의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성향 때문에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몇 백억 원을 투자해 신시장 tapping을 직접 시도했다가 별 볼 일 없으면 담당 임원이 옷을 벗을 각오를 해야 하지만 스타트업 수십 곳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그럴 수 있다’로 받아들여질 수 있거든요. 


'스타트업의 발굴과 성장'에 집중하는 엑셀러레이터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에 필요한 여러 자원 – 약간의 자금, 코칭, 인적/산업적 네트워크 제공, 고객이나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 공유 등 - 을 제공해서 스타트업이 VC의 투자 대상이 될 정도로 규모 있게 성장하도록 돕는 기관입니다. Y Combinator 나 500 Startup 같은 업체들이 바로 그런 곳들입니다. 국내에도 약 100여 곳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액셀러레이터들은 자기들이 중점을 두는 산업군이 있고 그에 어울리는 초기 스타트업을 선발해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지분을 투자하죠. 그렇다고 꼭 현금으로만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고, 코칭 등 양육 서비스의 대가로 지분을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은 실패하겠지만, 몇 개의 스타트업이 Series B, C의 대규모 투자를 받거나, IPO 등으로 성공적인 Exit를 하면 그 과정에서 초기에 넘겨받은 지분을 수익화해서 이를 가지고 운영에 쓰고, 다른 스타트업을 다시 발굴하는 사업 모델이죠. 다만 국내 액셀러레이터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은 문제가 아주아주 많습니다. 자생력이 있는 업체가 매우 적고, 상당수는 정부의 창업 지원금에 빌붙어 있는 구조거든요. 이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적겠습니다. 


액셀러레이터는 발굴-투자-재무적 회수-발굴이라는 사이클을 돌아가며 ‘스타트업의 발굴과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입니다. CVC가 ‘모기업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발굴-투자-전략적 회수-발굴 사이클로 돌아가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죠.

 


3. 도대체 왜, 국내에서는 CVC 가 활성화되지 않는 걸까?


앞선 글에서는 국내 CVC가 많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썼지만 사실 경제 규모나 대기업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대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한 플레이어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기엔 투자 및 개입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특히 CVC의 개념에는 1) 내부 사업 혁신,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업, 2) 자본투자자로서 외부 유력 스타트업에 대한 자본 및 기술 투자, 3) 자기 사업과의 연계성, 기술 잠재력이 좋은 스타트업의 인수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국내 대기업의 투자는 정말 손으로 꼽을 정도로 사례가 적습니다. 이렇게 CVC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기업의 원죄(?)에 따른 대기업 지분 투자의 제약 


국내 대기업은 속된 말로 원죄가 많습니다. 정경유착이니 산업 독점 그리고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에 따른 가공자본과 무리한 대출에 의한 사고, 비상장기업 차명 소유 및 매출 몰아주기를 통한 세금 포탈 및 비정상적 상속 등등등. 반세기 이상 온갖 무리한 짓들을 많이 해왔기에 이들을 감시하고 규제하기 위한 규정들도 많아졌습니다. 


뭐.. 당연한 겁니다. 특히나 대기업 사고의 대부분이 비상장기업의 지분과 관련된 회계 부정 및 독과점 위반 등이었으니, 대기업이 지분 투자를 하면 일단 부정적인 눈으로 보게 되고, 감시하기 위한 촘촘한 관리망이 생겨났죠. 때문에 국내 대기업은 국내 스타트업에 소위 말하는 ‘투자’, 즉 지분을 소유하는 게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물론 지분이야 금방 사들일 수 있지만, 일단 대기업이 일부분의 주식만 소유하게 돼도 그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계열사로 편입되고 그때부터 회계나 투자활동, 운영, 노사관계 등에서 대기업과 같은 엄격한 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대기업도 지분 투자할 의욕이 잘 안 생기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생길 수 있어 피하게 됩니다. 직원 10명도 안되는데 연결재무제표 만들고, 공정위 자료 만들려고 담당 직원 2~3명을 운영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자기 사업 중심적 사고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는 것은 전략적 목표 때문이라는 언급을 위에서 했습니다. 게다가 대기업 조직은 3~5년 정도의 장기적 목표를 세팅하고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있다면 총수가 관심 있는 사업에 한해서만 중장기적 관심을 보냅니다.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스타트업의 성장은 대기업 실무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관심거리가 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대기업이 CSR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양육을 지원하더라도 CSR 부서의 KPI는 단기적이고 양적인 성장, 즉 일정 규모의 스타트업을 1년 이내에 몇 개 키웠다 같은 식으로 구성됩니다. 결국 스타트업에 대한 태도는 단기적 실적 혹은 단기적으로 실무 부서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만 강화되기 십상입니다. 자기 사업에 당장, 직접 도움이 안 되면 스타트업에 관심을 끊는 거죠. 이런 태도로는 CVC가 가진 전략적 성격을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에 대한 경험 부족


좋은 스펙에 잘 훈련된 대기업 직원들이 보기에 스타트업은 엉망진창인 조직입니다. 대표라는 친구도 대기업 기준에서 보면 대리 급보 다도 어리고, 사회 경력을 따져봐도 도무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대기업 직원을 판단하는 기준을 스타트업에 직접 투영하니 생기는 문제죠. 


많은 대기업 직원들이 이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어린애들이 장난처럼 뭔가 하다가 운이 좋아서 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기업 직원의 입에서 직접 들은 표현입니다.) 전략적 파트너로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들의 성공 방식에 대한 이해도 약하다 보니 스타트업의 참모습보다는 하청업체 비슷한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대하게 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대기업은 신뢰하기가 힘든 존재입니다. ‘대기업이 관심 있다고 해서 시간 들여 사업소개서와 사업제안서를 만들어 갔더니 말단 사원이 나와서 목에 힘주고, 제출한 서류 돌려주지도 않고 있다가 몇 달 지나니 자기가 제안한 내용과 거의 유사한 신제품이 덜컥 대기업에서 출시되었다’ 같은 이야기는 아주 흔하게 듣는 이야기죠. 


이처럼 기술 빼가기, 사업 아이디어 강탈, 사람 빼가기 같은 문제들이 지금도 꾸준히 말이 나오기 때문에 파트너가 되어야 할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대기업을 믿기 참 어렵습니다. 결국 건실한 스타트업들은 굳이 대기업과 사업관계를 만드는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회주의 스타트업들만 대기업 주변에 모이게 되고 대기업은 다시 이런 기업들 때문에 스타트업 전체를 불신하고… 악순환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의 근본적 경쟁력 부족


두 손이 마주쳐야 박수도 쳐지고 소리도 크게 납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문제이지만 스타트업들도 사업 모델이나 근본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소위 '원천기술'에 가까운 부분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은 국내에서 정말 찾기 어렵습니다. 구글의 Deep mind나 Boston Dynamics, 애플의 Vrvana, Shazam 같은 스타트업 인수건을 보면 스타트업들이 보유한 기술들이 정말 원천기술에 가깝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몇 년 이상의 장기간의 R&D를 통해 확실한 기술적 차별성을 가진 스타트업들이죠. 


국내엔 이런 스타트업들이 정말 많지 않습니다. 제가 아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2년 반 동안 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났지만 대기업이 인수에 관심을 가질 정도의 원천기술에 집중하는 업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장 돈이 되는 얕은 아이디어 거나 기술이 아닌 서비스나 콘텐츠 기업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이들 기업들도 나름의 가치는 당연히 있습니다만... 대기업 CVC 가 관심을 보내기엔 무리가 있지요. 



4. 스타트업 또한 CVC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이 기술이나 인력, 시장을 뺏어간다는 불신도 많고, 담당자가 바뀌면 일이 진도가 안 나가고, 처음에 한 말과 나중에 하는 말이 다른 것 등 스타트업 업계에서 보면 대기업은 신뢰가 잘 안 되는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정말 굉장한 자원입니다. 지금처럼 따로 놀면서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것보다는 끈끈한 관계가 절대 필요한 경제 주체이죠. 대기업은 아래와 같은 역할들을 스타트업에게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훌륭한 Leverage 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주아주 많습니다. 안정적인 판매 채널이 될 수도 있고,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새로운 시장에 손쉽게 진출하는 파트너가 될 수도 있고, R&D나 생산기술 등에서 조언을 주는 멘토링 역할도 해줄 수 있죠. 최근 GS나 롯데 액셀러레이터에서 이런 사례들이 여럿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출처, 브랜드 인지도 및 신뢰도, R&D 인력 부족, 생산 시설 및 기술 부족 등을 대기업을 활용해 극복해가는 것입니다. 넓게 보자면 모바일 앱스토어나 스팀 같은 게임 플랫폼도 대형 기업의 자원을 레버리지 하는 형태입니다. 물론 외국계 플랫폼 기업과는 ‘거래’이지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블루홀이 만든 배틀그라운드가 스팀의 얼리 액세스 정책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단순 거래 관계 이상의 파트너십도 생각해볼 수 있죠. 


Exit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보통 시리즈가 반복될수록 후기 투자자가 일정 규모로 구주를 매입해줌으로써 창업팀 및 초기 투자자에게 어느 정도의 엑시트를 해주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가장 좋은 엑시트는 IPO를 해서 아주 대규모의 자본을 외부에서 유입시키는 것이지요. 


하지만 IPO까지 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외형적 성장만큼이나 재무적으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합니다. 아직은 성장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경영진 입장에서 신경이 많이 분산되면서 자칫하면 모멘텀을 잃어버릴 수 있죠. 


이 경우 대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여러 가지 점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IPO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어느 정도의 Exit을 할 필요가 있거나,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시장에 접근하거나, 경영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거나 할 때 대기업이 인수해 주는 것은 좋은 전략적 대안이 됩니다. CJ의 펀샵 인수라던지, 넥슨의 여러 인디 게임업체 인수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FI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다.


FI(수익 목적 투자자)는 말은 좋지만, 사실 투자금의 회수 외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때문에 경영진이 다른 짓을 하거나, 수익에 위험을 줄 어떤 행동도 못하게 옭아매는 제약을 많이 요구합니다. 자기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상 회수 규모와 시점에 큰 리스크를 안기 싫으니 택하는 방안이죠. 


도움을 줘야 하는 FI 가 오히려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성장을 방해하거나 경영진의 주의집중을 흐리게 하는 부작용도 많이 생깁니다. 또 FI는 의외로 단기적 자금 회수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따라) 이럴 경우 SI(전략적 투자자)가 대부분인 대기업의 지원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사업이나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어설픈 VC보다 높고, 단기적 실적에 대한 압박이 더 적기도 합니다. 



 

그간 국내 대기업은 신뢰를 잃을 짓을 많이 해 왔습니다. 스타트업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사내벤처 정도에 머물러서 스타트업 업계에 주요한 플레이어로 대접받기에는 아직 무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규모나 보유한 자원의 질적 측면, 그리고 수많은 레버리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은 분명 스타트업에게 아주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CVC는 바로 이 지점을 보여주는 용어입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 지점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국내 대기업들 역시 사내벤처의 확장, 또는 CSR 기반의 시혜적 관점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는 관점의 변화가 생겨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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