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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Oct 14. 2020

코로나와 스타트업, 그리고
기존 산업의 변화

Corporate venturing과 기업 성장 chapter 1.

1. 기업의 성장 전략과 변화 필요성 


(1) 기업 사업모델과 신사업의 역사: IMF, 금융위기, 그리고 중국 : 글 확인하기

(2) 인터넷과 모바일, 그리고 Super competition : 글 확인하기



(3) 코로나 19와 스타트업, 그리고 기존 산업의 변화 


모바일 혁명은 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 붐을 촉발시켰습니다. 기존 업체들, 특히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사업체나 B2C 제조업체들이 기술 스타트업에 밀려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단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2020년이 시작되면서 기존 업체들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혹은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아직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과는 분명 다른 차별적 경험을 고객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블랙 스완이 나타납니다. 바로 코로나19입니다.  


백신 개발이 완료된다고 해도 향후 1~2년 정도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해외 이동 제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대사에서 이처럼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준 사건은 세계대전을 제외하고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인류의 삶을 그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으리라는 것은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죠.


우선 떠오르는 변화의 양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완전한 디커플링과 세계화의 퇴조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경제의 장기간 침체, 글로벌 차원에서의 바이오 산업 붐, 오프라인 업종의 완연한 몰락과 온라인 산업 전성시대 개막, 데이터 기반 경제의 부상 등입니다. 


그 중에서 특히 우리나라 상황은 물론, 이 책의 주제와도 밀접하게 연계된 것은 바로 '온라인 전성시대 및 데이터 기반 경제의 부상'일텐데요, 이번 파트에서는 이들이 기존 업체들의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오프라인 B2C 소매, 그리고 서비스 업종에서 영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되므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입니다. 




브라운관과 LCD TV에서 확인하는 변화의 시작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2004년도 미국 TV 시장에 대해 잠시 언급할까 합니다. 2004년 미국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LCD TV '보르도'가 처음으로 소니의 M/S를 따라잡았습니다. 그리고 몇년 후에는 Vizio라는 아주 낯선 회사가 TV 판매량 1위에 등극했죠.  


이 두 가지 사건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헤게모니 싸움의 진행과정은 물론, 디지털이 어떻게 대세로 자리잡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일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에서 반복될 것 같다는 것이 이번 글의 요지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TV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화면'은 철저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생산되었습니다. 브라운관의 화질은 전자총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전자총을 만들고 설치하는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고도의 노하우를 가진 숙련공의 가이드가 없이는 완벽한 화질을 만들수 없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LCD TV의 화질은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화면 뒤 백라이트 유닛의 밝기와 리퀴드 크리스탈의 움직임은 사람의 노하우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복잡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그 말인 즉슨, 개인의 노하우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술이 화질을 좌우한다는 뜻이 됩니다. 


소니는 삼성보다 수십 년은 먼저 브라운관 TV를 생산했습니다. 그래서 화면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었고 삼성과 같은 후발 업체는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이것이 바로 2000년대 초반까지 TV 시장의 경쟁 양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LCD TV에서는 '숙련공의 축적된 노하우'라는 벽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LCD TV의 품질은 기술자의 '감'이 아니라 수백, 수천 개의 명령어로 짜여진 코드를 작동시키고 문제점을 수정하는 소프트웨어가 핵심이었습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엔지니어의 능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자총처럼 장기간동안 경험을 쌓아야만 숙련되는 것이 아닌, 단기간의 체계적인 교육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역량이었습니다. 브라운관 TV 기술자가 신입 시절부터 오랜 기간 도제식으로 노하우를 전수받는 반면에, LCD TV는 석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가 코드를 짜는 것이죠. 


초창기 LCD TV는 브라운관 TV보다 얇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장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년 사이에 LCD TV는 브라운관의 화질을 따라잡았고 2010년 전후로 브라운관 제품은 TV 시장에서 아예 모습을 감췄습니다. 삼성 TV가 소니를 따라잡은 것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LCD TV는 또 다른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브라운관 시절에는 노하우를 갖춘 소수의 회사만 생산할 수 있던 TV를 이제는 패널만 공급받는다면 누구든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LCD TV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이고, 소프트웨어는 교육받은 엔지니어라면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는대로 구축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예전처럼 TV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의 설비를 갖춘 공장을 운영하며 몇 년씩 숙련공을 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므로, 패널만 확보한다면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를 이용해 어느 작은 스타트업이 2000년대 중후반 미국 TV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합니다. 바로 Vizio라는 회사입니다. 


물론 대형 TV는 여전히 삼성과 소니가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소형 TV의 판매량이 더 많았고, 가격이 저렴한 Vizio는 판매량에서 1위를 달성한 것이죠. (다만 매출액으로 따지자면 삼성과 소니에 한참 못미쳤습니다. TV는 크기가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가격이 높아지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섬세한 아날로그 제조업이었던 TV는 디지털로 바뀌면서 저렴한 조립업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영업망 외에는 기술과 생산 노하우가 전무한 없체도 초대형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되었고, Vizio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 것이죠. 


갑자기 15년도 더 지난 TV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향후 3~5년간 벌어질 '오프라인의 온라인화'와 같은 맥락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개인의 감과 숙련된 노하우는 경쟁력을 잃고 완전히 '데이터화'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한데요,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변화를 그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상점과 식당의 고객응대는 키오스크가 담당할 것이다.

콜센터 상담사는 챗봇과 AI가 대체할 것이다. 

패션 아이템을 구매할 때도 점원의 추천보다는 온라인 리뷰와 비교 정보가 더 중요할 것이며

배달 음식을 고를 때도 별점과 리뷰가 기준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의 라뽀(Rapport) 형성이 중요했던 교육 역시, 지식 교육은 온라인으로 강의로 진행될 것이며

실습이나 발표는 온라인 사전 과제와 영상 촬영 등으로 대체될 것이다. 

Peer group과 교수진의 명성에 따라 등급이 매겨졌던 대학교 역시 재편될 것이다. ▶ 당장 2020년 1학기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차라리 MOOC나 TED가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미용, 피부관리 등 직원 개인의 기술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현장형 서비스업 역시 기계가 대체하거나 노하우의 표준화를 통해 프랜차이즈화 할 것이다. ▶ 그동안 프랜차이즈 본사는 훈련되지 않은 사람도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마케팅, 제품/서비스의 매뉴얼화, 레시피 및 원료 공급, 인테리어 등 부가적 영역에서의 통일성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디지털화될수록 대규모의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며 최소한의 고객 접점 및 서비스 제공 공간만 갖추게 될 것입니다. 

대인관계가 중요했던 B2B 영업 역시 화상회의 등을 통해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해질 것이다. ▶ 실제로 코로나 이후 해외 수입/수출 관련 회의는 화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가져올 '오프라인의 온라인화'는 그동안 진행되었던 추세가 단순하게 확대된 것이 아닙니다. 경쟁의 문법 자체가 바뀌는 것이죠. 그동안 우리 산업에서 '온라인화는 무리'라고 여겨졌던 분야들 모두 온라인 이외에는 선택지가 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를 거부하고 나의 감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소프트웨어로 복제하고 개선시킬 것입니다.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배달의 민족만 들여다 봐도 그렇죠. 배달 플랫폼으로 시작한 배달의 민족은 이제 단순한 앱이 아니라 대한민국 최대의 식당체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9조 원이나 되는 음식을 팔면서 고객 데이터를 쌓았고, 이는 곧 수십 년 동안 장사한 식당 사장님들조차 상대할 수 없는 고수이자 시장 지배자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프라인의 온라인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존재했던 공유경제 역시 차츰 몰락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 19가 진정된 이후에도 에어비앤비와 같이 경험을 판매하는 경우는 여전히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여기에 플랫폼에 따른 종속화와 AI에 의한 자동화가 결합되면 오프라인 상권은 물론,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것입니다. 당연히 핵심 지역을 제외한 상업용 부동산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동안 건물주는 조물주 위에 있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땅으로 내려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아날로그 정보와 서비스에 의존하던 오프라인이 데이터에 기반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생길 변화입니다. 삼성에 밀려버린 소니, Vizio에 무릎 꿇은 수 많은 미국 로컬 브랜드들의 운명과 우리나라 오프라인 사업체 및 노동자들의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요,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오프라인 기업과 그 노동자들에게 벌어질 일들


앞서 모바일의 득세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오프라인 업종의 위기가 심화될 것은 자명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통과 매장형 식음료 업체는 이전에도 겨우 숨만 붙어있는 상황이었는데 코로나가 결정타가 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영업이익이 거의 한계에 이르렀거나 심지어는 적자 상태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아예 사업을 철수하는 상황이 오리라는 것이죠. 내부에 보유한 현금이 있는 대기업은 그나마 낫겠지만 이들도 매년 수익률 목표가 있고,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한 기업도 여럿이라 결국은 이런 추세가 확대될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대형마트 3사를 비롯해 SSM 등은 이미 적자가 상당한 규모였습니다. 그래서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사업 축소를 단행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는 여기에 완전히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습니다. 사정이 조금 낫다던 면세점까지 완전히 직격탄을 맞았고 구조조정을 발표한 업체들의 정리 대상은 훨씬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몰, 코스트코나 이케아, 다이소와 같이 특화된 업태를 가진 업체들은 그나마 나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체 소매유통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특정 매장, 혹은 업체 수준에서의 성장은 가능해도 오프라인 유통 전체를 이끄는 정도의 성장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은 국내에서 가장 머릿수가 많은 40~60대를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들 일부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잠재 매출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4060 주력 고객의 구매액 중 5%만 줄어들어도 2~3조 원 이상의 매출이 감소하는 셈입니다. 롯데백화점 소공점의 매출이 2조 원이 채 안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감소액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같이 일상생활과 긴밀하게 묶여있거나, 오프라인에서만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업태들 (e.g. 노래방, 당구장 등)은 그나마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업태가 남아 있을 것이라는 뜻이지 개별 업체 하나하나가 살아남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들은 궤멸적인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렇잖아도 부족했던 이익이 더욱 한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영업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코로나 이후 심화될 경쟁 때문이죠.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IMF 시절처럼 자영업자 증가로 이어지고, 영세 자영업자는 더더욱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평균적인 이익 구조로 볼때, 생계형 자영업자 대부분이 올해 매출이 20~30%만 줄어들어도 이미 보유 현금을 다 소진하고 여기저기서 끌어온 부채로 버티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이미 지금도 문닫고 있는 업체는 끝없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다가 중대형 업체의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인력들이 영세 자영업으로 새롭게 들어오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겠지요. 지방 산업단지 중 조선이나 자동차 업체의 구조조정이 가져왔던 지역내 유효 수요의 감소와 자영업자 증대에 따른 경쟁 격화라는 파괴적인 전례를 생각해보면 단순한 기우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부담인 임대료에 대해 정부가 건물주들에게 보상하는 방식으로 보탬을 준다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물주들 역시 상가 매입시 레버리지를 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건물주가 참여할 지도 미지수고, 당장의 생명연장은 가능할지라도 경쟁의 격화에 따른 충격 자체를 방지하지는 못합니다. 자영업자의 상황이 힘든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편의점으로 예를 들자면, 한 골목에 같은 회사의 편의점 2~3개가 그냥 막 들어오는 겁니다. 아무리 임대료나 인건비를 낮춰도 이런 상황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을 초래한 본사 책임이 크지만, 알면서도 들어올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도 많은 거죠. 결국 코로나가 아니어도 언젠가는 발생할 현상이지만, 코로나는 그 속도를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에는 더 큰 변화가 뒤따를 것입니다. 자영업 차원에서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조 변화가 그것입니다.



플랫폼간 구조 변화가 자영업에 미치는 영향  


이번 코로나 사태는 사람들에게 비대면 접촉의 편리함을 각인시킬 것입니다.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오프라인 업체가 주도권을 잃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산업적인 측면에서 나타났던 오프라인 공급업체와 온라인 플랫폼 간의 구조 변화가 자영업 레벨에서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몇 년 배달의 민족을 선두로 한 배달 플랫폼, 타다를 선두로 한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의 등장과 성장은 두 집단에 대한 종속적 효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주1]

 

우선 배달 플랫폼에는 자영업 음식점들이 종속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자체 영업 능력 없이 생산과 공급만 하는 식당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목 좋은 곳에 식사가 가능한 시설을 갖춘 매장을 마련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형태가 아닌, 음식 조리와 배달만 하는 배달전문 식당들이 늘어나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만 보였던 모습인데 이제는 품목 무관하게 이런 형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강화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는 이런 공급 업체 차원에서는 더 큰 변화를 맞이하게 할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몇 년 후에는 다음 형태로 세분화&전문화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장인의 고급 요리를 표방하며 배달은 하지 않는 or 고객에게 완벽하게 밀착되어 매장 운영만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소수의 매장

대규모의 집객이 가능하며 자체적으로 배달이나 판매가 가능한 초대형 식당

조리와 배달에만 완전히 집중하는 식당 


그리고 이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업체는 가혹하게 퇴출되겠죠. 그리고 세분화&전문화를 이룬 업체/매장의 주요 경쟁력은 다음과 같은 요인이 될 것입니다. 


맛과 친밀함을 갖춘 업체. 아마도 골목식당에 나왔던 제주도 연돈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맛과 유명세, 오프라인에서의 대규모 모임이 가능하거나 교외에 위치한 매장. 북악정같은 대형 갈빗집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도시 외곽 한적한 곳에 위치한 'XX가든'같은 매장들 말이죠.

저렴한 임대료 및 메뉴 특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매장  


특히 세 번째 유형은 아예 배달만 하겠다고 마음먹고 상권과는 무관하게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 주방을 마련하고 조리 인력만 갖춘 업체를 의미합니다. 어차피 주문은 배달 플랫폼 통해서 들어오고 배달도 배달 전문 업체에게 맡기면 되니까요. 홀 서빙 인력도 없고, 메뉴를 최대한 단순화 및 레시피 매뉴얼화 등을 통해 원가와 인건비를 절감해서 경쟁합니다. 최근 핫한 Shared Kitchen도 이와 같은 유형입니다.  


이들외에 배달이나 모빌리티 플랫폼에 종속된 또 다른 주체는 배달 라이더와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의 드라이버들입니다. 소위 플랫폼 노동자라고 불리는 유형인데, 이들 역시 오프라인의 몰락에서 큰 데미지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 등으로 최소한의 보호라도 받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개인으로서 플랫폼 업체와 서비스 제공 계약을 한 프리랜서일 뿐이죠.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 등을 전적으로 시장에 의존하게 되면 이들의 몸값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물론 남들보다 음식을 빠르고 또 친절하게 배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이 어떤 큰 차별점이 되거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달의 민족으로 치킨 시켜먹을 때, 지난번에 친절했던 그 라이더를 콕 집어서 요청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요청해봐야 그 사람이 배당될 확률도 높지 않구요.) 그래서 라이더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 계약 단가는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최근 기사를 보면 쿠팡 등이 배달앱 시장에 본격 참전하면서 라이더 수당을 아주 크게 높여서 라이더를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즉, 플랫폼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라이더들에게도 좋은 일이겠죠. 하지만 이런 업체간의 경쟁보다 라이더 공급이 더 많아지게 된다면 결국은 수요 공급의 법칙을 따라가게 될 겁니다. 


유통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밀려날 공급업체와 그 직원들은 더 열악한 직장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고 이런 연쇄반응은 근무환경이 열악한 라이더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또한 한계 상황인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플랫폼 노동자를 증가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 결과, 이들 개개인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배달료나 운전 비용은 줄어들게 되겠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정부가 보호책을 마련하겠지만 단시간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10여 년 전 대리기사를 하던 분들이 딱 이런 상황이었는데, 대리기사라는 업을 통해 생활의 안정을 찾은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플랫폼 노동자들의 앞날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엮어주는 모바일 플랫폼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입니다. 가령 헤어샵 플랫폼에서 고객의 미용 취향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온라인으로 DB화 한 후, 다른 샵을 가더라도 비슷한 퀄리티로 케어 받을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헤어샵이 굳이 프랜차이즈 같은 형태로 묶이지 않더라도 고객 입장에서는 플랫폼과 거래하면 프랜차이즈 헤어샵을 방문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거죠. (물론 단순 예시일 뿐입니다. 미용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개인의 특성도 매우 강하게 반영되는 업종이라 온라인화 or DB 기반 표준화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 예시로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카카오가 서비스하고 있는 미용실 예약 서비스는 리뷰와 예약 등을 온라인으로 하는 수준입니다. 물론 몇 년 지나면 제가 지금 언급하는 것처럼 바뀌겠죠. ) 동네 치킨집과 중국집이 배달의 민족으로 묶인 것과 같은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업태는 제조와 식당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업체들입니다. 예전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주로 레시피를 개발, 조리법 표준화, 그리고 매장에서 바로 조리가 가능하게 재료를 손질해서 제공하는 일을 했습니다. 만약 배달 전문 식당들의 네트워크가 커지고 이들이 최대의 원가절감을 추구한다면 재료나 레시피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새롭게 등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식자재 업체들은 지금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지금의 도매상 또는1차 가공 재료 공급업 수준에서 벗어나 일종의 Central Kitchen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를 브랜드화한다면 삽시간에 전국 규모의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업체들의 온라인화는 이미 20여 년부터 진행된 아주 오래된 모델입니다만 이 부분도 훨씬 더 강화될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이론 교육, 오프라인으로는 실습이나 워크샵을 진행하는 식이 되는 거죠. 이미 많은 부분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어학처럼 정형화&온라인화가 쉬운 시장 이외의 교육들, 예를 들어 기업교육이나 실습형 교육은 한계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슈를 통해 촉발된 비접촉 서비스 선호와 고객들의 얇아진 지갑은 기업교육과 실습형 교육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어쩌면 잠재력은 인정받았으나 실질적인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던 AR과 VR에 새로운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오프라인은 정말로 대면 접촉의 필요성이 명확한 경우에만 진행될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온라인으로 넘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에 의한 변화는 오프라인에서 자영업자들을 몰아낼 것인데, 이들 모두가 라이더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니 상당수는 온라인으로 넘어와서 다시금 ‘온라인 자영업자’의 삶을 살 것입니다. 이런 추세는 몇 년 전부터 인스타그램 등에서 SNS 커머스가 열기 시작했고, 네이버의 스토어팜이 확실하게 문을 넓힌 것 같습니다. 이미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에서 취급액 기준 최대 업체입니다. 다만 네이버는 쿠팡처럼 빠른 배송이나 대량 매입-판매를 통한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지도, 마켓컬리처럼 배송시간이나 배송 품목의 특수성을 강조하지도 않습니다. 그보다는 검색엔진으로서 마켓플레이스 또는 커머스 게이트에 가까운데, 네이버가 가진 고객 기반이 원체 거대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파괴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기업체들도 많이 덤벼들지만, 아주 소규모의 온라인 커머스 업자들도 모두 네이버에 매장을 오픈하고 있죠. 이들은 말하자면 온라인 자영업자인거죠. 이런 자영업자들은 기존에 지마켓에도 수도 없이 많지만, 네이버는 정말 카드결제 수수료를 제외하고는 거의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10%가 넘는 지마켓에 대비해 자영업자들에게 월등하게 유리한 플랫폼이죠. 게다가 네이버의 강력한 검색 기능과 검색 수요는 오히려 지마켓보다 판매자들에게 노출 등의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얼마 전 보스턴 컨설팅에서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최종 승자를 네이버로 예측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논리입니다.  


아무튼 온라인은 자영업자들에게 오프라인처럼 권리금을 줄 것도 없고, 건물주와 싸워야 할 이유도 없고, 코로나도 걱정할 필요한 없는 시장이죠. 대신 어떻게 하면 내 상품과 서비스를 노출할 것인가가 훨씬 더 숙제인 시장입니다. 만약 잘만 노출된다면 장소에 따른 접근성 제약이 있는 오프라인과는 그 파괴력이 비교도 안 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그 치열한 경쟁은 잘 나가다가 한방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시장입니다. 아무튼 오프에서 자영업자의 삶이 팍팍해질수록 SNS와 콘텐츠와 미디어와 커머스가 완전히 하나의 서비스가 되는 것이 더더욱 가속화되겠죠. 




이상의 논의를 정리해보겠습니다. 


국내의 온라인/모바일 시장, 좀 더 넓게는 스타트업들의 영역은 기존 회사들이 영위하던 중후장대 & 기술집약적 제조업이나 오프라인 유통과 서비스업 등과는 크게 구분되어 발전해 왔습니다. 


후자는 IMF 이후 사업 영역의 확장 대신 자기 분야에서의 집중을 강조해왔고, 그에 따라 국제적 경쟁력이 커지고, 중국이나 동남아 등의 해외 시장 개척에 더 신경을 써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스타트업들은 기존 대기업/중견기업과 경쟁을 피하면서 성장해올 수 있었습니다. 중후장대형 제조업이나 인프라 사업 등은 지금도 스타트업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드 사태 및 미중간의 갈등 격화에 따른 세계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변화와 함께 모바일 혁명은 기존 업체들과 스타트업들의 거리를 급격하게 좁혔고, 콘텐츠, 유통, 소비재 등에서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승자는 기존 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입니다. 기존 기업은 오래된 방식으로 열심히 해왔지만, 스타트업들은 산업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좋은 전술적 승리도 전략적 차원의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평범한 명제가 기존 기업과 스타트업의 사이에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이런 트렌드에 아예 완전히 쐐기를 박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잘하고, 기존 기업이 그럭저럭 방어하는 구도가 아니라, 스타트업은 완전히 오름세를 타고, 기존 기업은 아예 도산의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죠. 질서정연하고, 차분하게 시장 변화를 대응할 정신이 없이 급격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하다보니 시장을 선도할 전략 수립은 고사하고 일단 생존 담보도 잘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기존 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주1] 타다의 전략은 1차적으로는 결국 법적 제약에 막혀 실패했습니다만, 카카오 택시와 같이 프리미엄 택시와 이를 연결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이라는구조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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