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R에서 대기업과 경쟁 가능성에 대해
군대에 대해 관심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맥락없는 이야기지만, 개개인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특수부대는 일반 보병 부대를 유린할 수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특수부대라고 해도 정규군과 정면 충돌을 해서 버틸 수는 없다. (궁금하신 분들은 '론 서바이버'라는 영화를 보시라.)
개인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화력의 강도나 지속성, 그리고 물량 면에서 특수부대는 결코 일반 보병 부대를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특수부대는 '특수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최대한 적 보병부대와 정면 충돌하는 상황을 피한다. 이렇게 상황을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의 형태로 만들면 인원도, 화력도 훨씬 빈약한 소수라도 자신들이 가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아무리 다수라고 해도 다수가 그 숫자의 우위를 발현할 수 없는 전장이 선택된다면 순간적으로나마 소수 대 소수의 싸움이 되고, 그렇다면 개개인의 능력이 더 좋은 쪽이 이기게 되는 셈이다.
스타트업이 어떻게 대기업과 싸워서 이길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혹은 IR 때마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어떻게할거예요?' 라는 질문에 대답이 궁하다는 하소연을 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내 대답은 '대기업 들어오면 못이긴다'고 솔직히 말하라고 한다. 덧붙여,
"다만, 내가 지금 플레이하는 시장은 대기업 기준으로 보면 니치이고, 때문에 대기업이 보유한 전 역량을 쏟아붓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일정 규모까지 성장할 시간 동안은 비록 대기업이라고 해도 나와 비슷한 규모일 것이고, 그렇다면 대기업과 싸워볼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이 처음부터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당연히 끝이지만, 내 시장이 니치인 것이 나와 내 사업을 지켜줄 것이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메인스트림이 되면 대기업의 전력을 다한 힘을 견뎌야 하겠지만, 이미 그 때가 되면 우리도 이 시장에서 대기업이다" 같은 설명도 괜찮은 대답이 될 수 있다.
물론 시건방진 대답이라고 무시하는 인간들도 있겠지만, 어차피 잃을 거 별로 없는게 스타트업인데 대답이라도 쎄게 나가는게 낫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