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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ug 08. 2021

창업 실패, 내 탓일까 환경 탓일까

내적 귀인과 외적 귀인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 교수가 쓴 '생각의 지도'라는 책이 있습니다. 동서양의 문화 차이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는 내적 귀인과 외적 귀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 개념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엇을 원인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적 귀인은 어느 한 개인의 성격, 능력, 노력 탓이라고 보는 관점이며, 반대로 주변 환경이나 사회적 지원 여부, 양육 과정 등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로 외적 귀인입니다.




1. 내적 귀인 VS. 외적 귀인


'생각의 지도'에서는 동양은 확실히 외적 귀인을 중시하며 서양은 내적 귀인에 중점을 둔다고 합니다. 


비행 청소년, 혹은 중범죄자가 체포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저 사람이 저렇게 된 이유를 굳이 생각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보통 가정환경이 어땠는지, 부모 중 누군가가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학교는 잘 다녔는지를 생각합니다. 만약에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하고 범죄자가 되었다는 일련의 과정이 밝혀지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죠. 하지만 서양에서는 당사자의 평상시 성격, 행동의 특이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서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것이 내적 귀인과 외적 귀인의 차이입니다.  


물론 성격이라는 것은 수많은 요소들이 뒤섞여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됩니다. 그래서 내적 귀인, 혹은 외적 귀인만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즉 100% 환경 탓이거나 개인의 성향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명백한 오류죠.  


다만 지금까지 과학적 검증(e.g.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쌍둥이의 행동 유사성 및 차이점에 관한 연구 등)으로 보자면 사춘기 이전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는 개인의 특성이 조금 더 적합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춘기 이전'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성인기에 들어와서는 내적 귀인과 외적 귀인 어느 한쪽에 가중치를 두기가 쉽지가 않죠. 


제임스 팰런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인 팰런은 뇌신경과학을 연구하는 교수입니다. 폭력이나 어떤 범죄를 저지른 전과도 없죠. 하지만 팰런은 유전적으로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타고 난 사람이었습니다. 


제임스 팰런 교수


이야기인즉슨, 연구 과정에서 일반인의 뇌를 스캔한 자료를 분석하던 중에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뇌를 발견했는데 사실은 그게 본인의 뇌였던 거죠. 충격을 받고 자신의 조상들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살인자 등 흉악범이 많았다고 합니다. 유전적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물려받은 것이죠. 


태생적인 사이코패스라면 반드시 언젠가는 범죄자가 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팰런은 따뜻한 가정에서 어머니의 올바른 양육을 통해 유전과 두뇌 구조가 만들어낸 충동을 이겨냈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결혼도 하고 연구 성과도 거두며 평범하게 살아왔습니다. 


제임스 팰런 교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환경이나 개인 성향 그 어느 하나만이 전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2. 창업 성공에 작용하는 귀인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창업과 성공에서는 내적 귀인이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백 명의 예비 창업자를 모아놓고 일정 기간 똑같은 교육을 하고 동일한 기회를 준다고 해도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물론 각자에게 말 못 할 외적인 스토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개인의 성격, 지능, 재능 등이 환경적 요인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학벌이나 스펙은 성공과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어 보입니다. 물론 학벌과 스펙이 좋은 사람들은 사업의 성공 방식, 그러니까 아이템을 무엇으로 할지, 지원금은 어떻게 받을지, 영업은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등에 대해 빠르게 파악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실행하고 성공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죠. 그렇지 않다면야 서울대, 카이스트 나와서 실패하는 사람도 없을 테고 성공한 고졸 CEO도 없을 테니까요. 


결국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Grit'과 '개방성'입니다. 성실함과 집요함이 없다면 겨우 현상 유지만 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 같고, 개방성이 약하면 자영업스러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누군가에게 있어 '행복한 삶'을 만드는 내외부 요인이 각각 절반씩이라고 한다면, 창업에서 '성공'하는 것만큼은 내부 요인 7과 외부 요인 3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역시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운이겠죠. 여담입니다만 스티브 잡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창업 과정에서는 보통 1년에 1만 개의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1만 개 중에서 괜찮은 의사결정 2~30개만 있어도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는데요, 생각해보면 로또보다 훨씬 가능성이 큰 셈이기도 합니다. 




저는 Big 5같이 범용적인 성격검사 도구를 통해 창업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을 상당히 신뢰합니다. 


스타트업을 코칭하고 육성해온 저의 경험상 창업에서는 내적 귀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똑같은 환경에 있음에도 성공하는 창업자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 


※Big 5 검사를 해보면 사실 실패 가능성이 높은 창업자를 가려내는 것이 더욱 쉽고 정확합니다. 성공에 비해 실패의 원인은 어느 정도 유형화도 되고 예상도 되는 편인데 이는 개인의 특성이 더 많다는 뜻일 겁니다. 그리고 한 번은 몰라도 계속된 실패는 운도 아니고 거의 순수하게 개인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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