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을 만나다보면 ‘충분히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때가 있다.
일단 명확히 할 것은 이런 표현은 머리가 나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인지적 기능이 탁월한 공대생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에 가깝다. 많이 알고 ‘영리’할수록 오히려 더 자주 보인다고 해야할 수도 있겠다.
이들의 문제는 인지적 기능이 좋다보니 삶의 문제나 일의 해결을 ‘철저하게’ 인지적 기능 중심, 즉 지식적 해결만으로 풀어간다는데 있다.
예시를 좀 들어보자면, 가족이 우울해할 때 옆에서 차분히 다독이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 문제 상황 한두마디만 듣고 난 뒤에는 ‘그러니 이렇게 했어야지. 내가 문제 해결 방법 알려주잖아?’ 같은 말을 하거나, 혹은 ‘그 문제가 뭐냐면 말이지…’ 같은 식으로 설명을 하려 한다. 공감이 아니라 설명이고, 문제해결의 근본적 해결이 아닌 피상적/기계적 해결.
일을 할 때도 매우 목적지향적으로 일하고, 이해하기 쉽고 당장 눈에 보이는 솔루션을 선호한다. 가령 직원들의 이직율이 높아지면 조직 문화를 점검하거나 자기의 경영 스타일을 확인하기보다 ‘직원들 연봉도 높여줬는데 왜 이러는거야?’ 같은 식의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지식과 명시적 해결을 우선시하다보니 공통적으로 보이는 태도가 매우 바쁘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학습하거나, 지식을 배우거나, SNS 포스팅과 신문기사를 읽고 부지런히 스크랩하고 공유한다. 스스로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많이 알고, 체계를 갖추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 셈이다. 분명 공학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들이 많고, 경영의 문제도 때론 기계론적,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기도 하다. 컨설팅적 접근은 분명 그 가치가 있다. 다만 이 접근은 자기의 지식 범주와 상식적인 수준에서 만들어진 사고 체계 밖의 아이디어는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게 된다. 인풋/아웃풋 시스템으로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스크 단위의 업무는 이들이 왕이다. 짧은 시간내에 정답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대안도 확실하게 마련한다. 하지만 management 이슈가 되면 이들이 어려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전략과 사람의 문제가 되면 답답해진다. 왜냐면 머리가 대뇌피질에 의존해서 프로세싱하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답은 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감정과 욕구, 본능은 고려대상에 넣기 어려워하기 때문인데, 우리가 일상과 경영에서 부딪히는 추상적인 문제는 감정과 욕구, 본능같은 원초적인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지식으로는 알지만 의식이 자꾸 지식과 논리에 의존하는 셈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필요한 제언은 항상 첫번째가 아무것도 읽지 않고, 의식적으로 보지 않고, 남과도 떨어진, 소위 말하는 ‘멍때리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거나 또는 일상속에서 거닐면서 타인의 삶을 차분히 관찰하는 것이다. 서울의 수많은 골목이나 시장을 걸어다니면서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서 그저 백수처럼 천천히 걸어다니는 것이다. 압도적인 풍광이나 목적이 있는 구매는 다시금 두뇌의 피질을 건드린다. 생각하지 말고 느끼라는 것이고, 차분히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 부분이 개선되면 좋은 경영자로서 이들은 매우 좋은 재료이기도 하다.
이렇게만 적으면 나 혼자 하는 내 개인 의견처럼 들릴 것 같아서 관련해서 John Kotter 교수의 “What effective general managers really do”를 읽기를 추천한다. 진짜 능력있는 경영자라는 사람의 실체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https://hbr.org/1999/03/what-effective-general-managers-really-do?fbclid=IwAR1BTvj7Ra5DvVNNnt1KUIt8Uv14g7vsfvM4R3F7IIpTeH3Kt2alpfDPVQ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