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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an 25. 2022

혁신의 결과가 배달료 인상이라고?

시장 혁신의 의미에 대한 재해석


배달앱의 등장 이후 사람들이 배달비 3천원, 5천원을 내면서 화가 많이 난 듯 싶다. 그렇다고 식당 주인들이 많이 버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반면 라이더들은 월 천만원 이상 버는 사람도 나온다고 하고, 배달앱들은 몇조원씩에 팔린다는 뉴스가 나오니 더 그런 것 같은데. 이렇다보니 배달앱 같은  O2O  플랫폼은 혁신을 이끌어냈다더니 오히려 소비자 효용이나 밸류 체인 전체의 비용만 키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그런 면이 분명 있다. 배달앱에다 내는 광고비 중 일부는 분명 오버페이일 것이다. 눈에 띈 업체 최상위 노출 업체를 위해 다른 업체들이 바닥을 메꿔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예전의 찌라시는 비교적 공평한 노출이었는데. 


하지만 내 시각에서 배달팁과 기타 비용의 증대는 일정 부분 비정상의 정상화 또는 전근대의 근대화라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예전에 각 식당에 소속되어 배달일을 하는 철가방들 중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받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될 것이며, 사대보험이나 오토바이 보험 같은 것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시장이 배달앱으로 확실하게 돌아선 2010년대 중반 이전의 배달 노동자들은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그 돈은 일부는 식당 주인이, 아마도 더 큰 일부는 소비자들의 '싼' 음식값으로 돌려받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쉽게 수긍안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3만불이 넘는다. 서울은 4만불이 확실히 넘을거다. 이 정도 소득에서 주문 시스템과, 식당 주방장과 사장의 수고, 배달 라이더의 수고까지 결합해서 집에서 앉아서 30분만에 따뜻한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정도라면 그 시간에 투입되는 여러 명의 인건비만 계산해봐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배달 음식이 너무 저렴했었다. 오히려 배달앱을 통해 배달 시장이 주목을 받다보니 기존에는 그냥 넘어가고 안주고 했던 돈들이 슬슬 정상화되는 것이다. 예전의 배달 라이더들은 대체로 물정 모르는 고등학생들이 가출한 다음에 먹고 살려고 하거나, 혹은 변변한 직업이 없는 약자인 30대가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한 열악하기 그지 없는 직업이었다. 그러니 허구헌날 도망가는 철가방이 나왔고 그 때마다 사장이 대신 나타나곤 했었다. 혹시 우리가 이들의 노고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건 아닐까? 또 식당 주인들도 원래 제대로 줘야 하는 돈을 '어른'이라는 이유로 윽박지르고, 동네 동생이니, 아는 후배네 애라느니, 너 여기 아니면 가서 잘 데 없잖아 같은 식의 계약에 기반하지 않은 전근대적인 관계로 퉁치고 넘어갔던 것은 아닐지. 


나도 물론 배달료 3천원, 5천원 내려면 속 뒤집어지기는 하고, 배달 무료 쿠폰 나오면 땡큐 하지만, 미국에서 배달하면 배달 비용만 최소 10~15불이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절반쯤이니 7불은 되어야 정상 아닐까?


이 관점에서 배달앱이 이끌어낸 혁신의 정체는 누군가의 불공정한 대접을 공정한 대접으로 바꾼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늘상 주장하지만, Transaction cost를 낮추는 것이 시장에서의 혁신인데, 혁신은 '투명성'과 '법적 공정성'의 제고에 따른 효과이지 그래서 참여자가 돈을 더 적게 낸다의 의미가 아니다. 예전에는 짜장면 맘에 안들면 사장과 전화통 붙잡고 싸우는게 다였고, 음식 그릇에 담배 끈 고객놈에 대해서도 그저 욕 한마디 하는게 다였지만 지금은 리뷰 테러로 보복할 수도 있고, 사장도 진상 고객은 진상이라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릴 수도 있다. 배달앱이 만들어낸 혁신의 의미는 각종 분쟁의 발생이나 법테두리 밖에 있던 것들을 믿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 거래 비용을 낮추는 것이지 실제 Price를 낮추는 것이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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