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Mar 19. 2022

요즘 무인 밀키트 가게들의 상태가 안좋다는데...


요즘 밀키트 무인 가게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무더기로 망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이 가게가 애초에 말이 되는 비즈니스였는지 매출 추정을 가지고 간단히 살펴보자. 


1. 우리 집 앞 상가에 있는 밀키트 무인가게의 경우 주변에 아파트 10여개 동이 있다. 물론 범위를 넓히면 아파트가 훨씬 늘어나겠지만, 걸어서 오는 상권이니 10여개 동 정도가 해당된다. 한 동에는 120여 가구가 있다. 10개 동이니 1,200 가구이고, 평균 가구원수를 3명 조금 넘게 잡으면 대략 4천여명이 시장 크기다.


2. 한달로 생각하면 이 인원이 먹는 식수는 총 360,000 끼다. 


3. 밀키트의 대략 가격이 2~3인분 기준으로 1만2천원 전후이니 가구 구성원당 비용은 한번 식사에 4천원 정도다. 


4. 2와 3을 종합하면 우리 집 앞 밀키트 가게가 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매출은 월 14억4천만원이다. 이 매출은 주변 아파트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하루 세끼, 한달 내내’ 바로 이 밀키트 가게의 음식만 사먹을 경우 매출이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가정. 


5. 현실적 매출 추정을 위해 몇 가지 가정을 추가해보자. 


6. 일단 아침부터 밀키트를 먹는 경우는 여기가 아파트 중심의 가족 주거 단지라는 점에서 거의 없다고 보면 끼니수가 2/3으로 줄기 때문에 이 경우 최대 매출액은 월 9억6천만원이다. 


7. 3명의 가족 구성원 중 두명은 출근 등의 이유로 저녁만 집에서 먹으며, 주말에는 구성원 전체가 점심, 저녁 모두 집에서 먹는다고 가정하면서 밀키트만 사서 먹는다면 약 6억 4천만원이 된다. 


8. 대체로 밀키트 식품들은 간이 세고 맛이 강하며, 주로 저녁에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여서 연속해서 먹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보고, 실제 저녁이나 주말 시간에 장을 봐서 재료를 사가는 사람들과 밀키트를 사는 사람의 비율이 내가 20여분 정도 지켜본 바로는 20:1 정도로 나왔다. 일주일에 한번 비율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4천명이 1주일에 한번, 4천원 가량을 내고 밀키트를 먹는 셈이기 때문에 이론상 가능한 최대 매출액은 월 6천 4백만원이다. 


9. 방금 전 계산에는 밀키트 가게 주변 모든 사람이 밀키트 가게를 인지하고 1주일에 한번은 사먹는다는 가정하의 숫자다. 실제로 모든 잠재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존재를 인식하고 1주일에 한번 이상 구매해먹는다는 가정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숫자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처럼 눈에 확 띄면 몰라도 아파트 상가의 안쪽 복도에 있는 가게가 이런 인지도와 이용 정도를 가지고 있을리가 없다. 


10. 만약 인지도 및 구매도를 최대 잠재 고객의 10%로 잡는다고 하면 가능한 최대 월 매출액은 640만원이다. 


11. 만약 인지도 및 구매도를 최대 잠재 고객의 30%로 잡는다고 하면 가능한 최대 월 매출액은 1,920만원이다. 


12. 명확하지는 않지만, 밀키트 매입가격의 두배 이상으로 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최대 2배수로 판다고 보면 매출이익은 320만원~960만원이다. 당연히 이 비용에서 인테리어 등 감가상각비, 판촉물 등의 홍보비, 카드사 수수료, 임대료, 재고 손실 비용 및 기타 운영비가 추가 비용으로 나가고 나머지가 점주의 이익 또는 자기 인건비가 된다. 


13. 이상에서 보면 알겠지만, 밀키트 가게의 이코노믹스를 지배하는 지표는 고객의 인지도 및 구매참여도, 구매횟수, 그리고 매입 원가, 영업비용 등이 된다. 이 중 무인점포라는 것이 영향을 주는 것은 영업비용의 일부인 인건비 항목에만 해당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정도까지 영업한다고 했을 때 인건비 절감으로 보는 이익은 300만원 정도다. 하지만 고객 인지도 및 구매도가 1%가 줄어들면 64만원씩이 빠진다. 이 뜻은 고객 인지도가 목표 인지도의 5% 정도만 미달하면 인력을 쓰지 않는다는 장점이 의미없다는 뜻이다.


14. 앞에서 인지도 및 구매도가 최대 잠재 고객의 10%를 가정했다. 주변 1,200 가구 중에서 120가구가 매주 한번은 구매한다는 뜻이다. 이게 얼마나 현실적인 이야기일까? 그리고 이 구매율이 되어도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 이익은 320만원이다. 밀키트 원가가 판매가의 1/3 수준이라고 해도 매출이익은 460만원 정도인데,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대략 300만원 전후일 것이다. 즉, 전체 아파트 고객의 무려 10%가 매주 1번은 온다고 가정을 해도 인건비를 사용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수익 정도만 나온다는 뜻이다. 물론 영업을 굉장히 잘하고, 주변에 지인이 많아서 인지도가 20, 30%가 된다면 나름 큰 수익을 벌 수 있겠지만, 과연 동네에 있는 작은 밀키트 가게의 집객력이 이만큼 나올까? 


15. 정리를 좀 해보자면, 밀키트 가게의 핵심 매출 드라이버는 인지도와 제품의 반복 구매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력이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지역 기준으로 최소한 10% 정도의 고객은 매주 구매를 해줘야 무인 운영에 따른 인건비 절약분 정도가 수익으로 나온다. 이게 경제적으로 충분히 말이 되는 가정일까?


16. 매우 간단하고 가정 투성이의 분석이기는 하지만, 자영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시장 규모의 추정, 매출 성장 드라이버의 이해, 수익 규모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의 확인 등은 기초중에 기초의 사업 준비 작업이고, 이에 대한 가설을 몇 개 세워서 시장을 확인해보는 것이 MVP  테스트다. 밀키트 가게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그래도 몇 천만원씩은 자기돈 쓰는 건데 이 정도는 하고 시작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이 자영업이 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