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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ul 08. 2022

몸이 바쁘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바쁘게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좋은 덕목이고, 과거의 농업 중심 사회에서도 역시 좋은 덕목이다. 


하지만 바쁘고 부지런히 뭔가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실물을 다룰 때, 그리고 그 노동의 부가가치가 크지 않을 때 의미를 갖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할 땐 부지런한게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대체로 자기가 주체성을 가지기 어렵다. 언제,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하고, 그 대가는 무엇일지를 대체로 남이 결정하는 일들이다. 내게 주어진 선택권은 할지, 말지 정도 뿐이고. (물론 개인이 하는 자기 생활은 다른 이야기. 집 청소에 진심이든, 텃밭에 진심이든 그건 상업적 목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 스스로 만족하면 될 문제) 


학생들 조차도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죽어라고 문제를 풀지만 성적이 안오르는 경우가 있고, 자영업자가 하루 종일 죽어라고 일하지만 소득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들의 노력 자체를 폄하하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이 정도로 성실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이들이 이 과정에서 이뤄낸 성취도 분명 큰 의미를 갖는 성취다. 


다만,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부가가치는 부지런함만으로 생겨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보병이 아무리 열심히 싸워도 대포 한 방 주변에서 터지면 그 사람의 필사의 노력은 거기서 끝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수준의 성실함과 함께 '왜 이일을 하고', '어떻게 하면 성과를 더 개선할 수 있는지', '내 일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장기적으로는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지' 같은 생각을 때때로 하면서 일을 하는게 필요하다. 


시켜진 청소 일 하나도 매일 '아이 씨파, 왜 귀찮게 청소하래' 라고 투덜거리면서 마지 못해 하는 사람도 있고, 도를 닦듯 열심히 집중해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때론 어제 청소하는 방식과 다르게 생각해보고, 시도해보고, 그 결과를 복기하면서 다음 날 청소 때는 또 새로운 방식을 도전해보는 사람이 나중에 가장 일을 잘하게 된다. 


생각을 하며 일을 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왜,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어제와는 다르게 무엇을, 내일을 위해서는 무엇을' 같은 고민들을 바쁜 와중에도 한번씩 해보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 찾아보고, 내 방식과 남의 방식도 비교도 해보고, 다른 사람의 평가도 들어보려는 태도. 


창업자들 중에서 자기가 얼마나 바쁘고 열심히 사는지 주위에 열심히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바쁘게 살아야 창업자이니 맨날 입으로만 창업하는 사람보다는 백배 낫겠지. 하지만 그렇게 살아도 사업이 망가지는 걸 막을 수는 없다. 사업의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은 부지런하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익숙하고 잘 아는 방식으로 일하는 내 과거의 모습과 다른 방식을 다음 날 적용할 수 있는 '사고'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짜 성실함이고, 주어진 일을 맨날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것은 그저 몸만 성실한 것으로, 여기에 만족하면 발전은 없어진다. 몸이 아니라 머리가 바쁜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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