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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ug 09. 2023

IR에서의 회사 매출 언급시 주의할 점 하나


초기 스타트업, 특히 경력이 제법 많은 대표자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면 중 하나가 자기 회사 매출을 '부풀린다'는 점이다. 


무슨 회계 부정한다는 뜻이냐면 그건 당연히 아니고, 자기가 하겠다고 하는 주력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이 없는 매출을 IR할 때 자랑스럽게 말한다는 것이다. 


가령 SaaS를 하겠다는 IT 솔루션 개발 회사가 고객사에 외주 개발로 가게되어 외주 개발비를 받았을 때 그 매출이 의미가 있는 매출일까? 이건 아무리 좋게 봐줘봐야 그냥  "회사 런웨이를 몇 달 늘려줄 운영비가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일뿐 아무런 사업적 가치가 없는 일이다. 이 회사에 누군가 투자한다면 성장을 일으킬 Growth driver인 SaaS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매출만 의미가 있다. 나머지는 그 매출로 발생한 마진만큼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뿐이다. (사실 이 경우엔 더 안좋다. 이 회사 SaaS로 시장 개척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힘들어지면 SaaS 개발은 뒤로 미루고 그냥 외주로 버티기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줄테니. 물론 개발 기술이 있다는 걸 자랑하는 의미로 쓸 수는 있겠지만, 외주 개발에 투입된 인력이 목표로 하는 SaaS 기능 개발도 잘 할 수 있다는 뜻인지 여부는 외부인이 신뢰하기 쉽지 않다. 정말 잘 봐줘봐야 B2B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는 이야기의 근거로만 사용 가능할거다.) 


혹은 혁신적 소비재를 만들어 브랜드 사업을 하겠다는 제조 스타트업의 매출 중 상당 부분이 다른 회사 제품 사와서 판매하며, 판매 채널도 홈쇼핑 처럼 업체 브랜드의 힘이 아닌 유통망의 힘이 훨씬 강한 채널에서 발생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그저 나까마인지 아니면 정말 브랜드 사업 제대로할 회사인지 그 매출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데 그 매출이 투자 유치 상황에 특별한 도움이 되기 어렵다. 


대기업을 거래처로 해서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납품이나 거래건이 역시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별 상관이 없거나, 일회성이거나, 그 거래를 가져오는 사업의 확장성이 별로 크지 않다면 이것도 별 의미없는 이야기이기는 마찬가지. 


내가 하겠다는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잘 생각해보고, 그 비즈니스 모델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매출만 의미가 있다. 그 외의 매출은 그냥 '운영비를 쓸 자기 자본이 얼마 있어요' 라는 말과 같은 뜻 정도고, 많은 경우 오히려 '운영비 버느라 정작 제대로 하고 싶은 사업에는 집중하기 힘들어요' 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훨씬 많다. 


뭐 이리 조건이 까다로워 싶겠지만, 야구하겠다는 중학생이 후원금을 구한다는데 정작 축구하러 다니고, 틱톡에 글러브 가격 비교하는 영상 만들어 돈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말에 신뢰가 갈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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