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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ug 16. 2023

예능으로 보는 스타트업 창업 1. 시장과 도메인 선정


예능으로 보는 스타트업 창업

첫번째. 어떤 시장과 제품을 고를 것인가?

1. 사업을 시작할 때 굉장히 전문성이 높은 영역이라면 거의 대부분은 그 연관 분야에서 10여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이 일하는 동안 가지게 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결정하게 된다. 이를 Business Domain 결정 이라고 한다. 도메인은 기업체가 주력으로 사업하는 산업 혹은 시장 영역을 의미한다. 도메인을 결정하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식품사에 있는 사람들은 잘 알테지만, 1천원짜리 라면팔아서 1조원 만드는 것은 백만원짜리 휴대폰 팔아서 매출 100조원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운데, 기업 가치는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난다. 도메인의 성장성이나 크기, 평균 이익률 등이 만들어내는 도메인의 매력도 차이에 따른 이야기. 

2. TV 예능은 이 지점을 결정하고 출발한다. 어느 지역에 가서 어떤 형태로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겠다라는 것이 거의 정해진 상태이다.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도메인 선택이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의사 결정 중 하나인데, TV 예능에서는 이 부분이 빠진 것. 사업을 직접적으로 다뤘던 ‘골목식당’ 조차 요식업체라는 점 자체는 이미 정해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3. 그렇지만 가만히 되돌려 생각해보면 우리가 창업을 고민할 때 머리속에 떠올리는 것은 시장의 정의나 매력도 같은 골치아픈 주제보다는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다. 그걸 가지고 어떻게 사업을 하면 좋을까 라는 정도를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이디어 수준에서 사업을 작게 시작한다. 즉, 직접 판매를 할시장과 초기 제품을 선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4. ‘장사천재 백종원’ 에서처럼 장소나 고객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불과 3일만에 장사 시작하라고 등 떠밀리는 경우는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삼진어묵을 지금의 삼진어묵으로 키워낸 후계자나 길림양행을 단순 아몬드 수입사에서 HBAF 라는 이름의 독특한 아몬드 간식업체로 키워낸 현 경영자 등은 원해서 사업을 시작한게 아니라 가족의 상황상 어느 정도 등 떠밀려 시작했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그래도 상당한 사전 준비를 하고 시작하게된다. 그리고 그 준비가 집중되는 것이 초기에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로 접근할 시장과 그곳에서 팔 제품이다. 

5. 윤식당 시즌 1, 그러니까 동남아의 섬에 가서 한식을 파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컨셉은 그 당시 여행객들이 갖는 로망, 즉, “한식이 그래도 좀 알려지고있고 외국인들도 곧잘 먹는다고 하는데, 해외 나와보니 한식당 하나 하면 장사 잘 되겠네” 같은 것의 현실판처럼 시작을 했다. 출연진들이 경영자이기는하지만 메뉴 정도만 결정할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메뉴 선정에 중요했던 것은 이들이 ‘조리에 전문성이 낮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유명 요리사의 도움을받아 레시피와 조리방법 훈련을 하기는 했지만 업장을 운영할 정도의 전문성은 없었기 때문에 ‘불고기’라는,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외국에서도 호불호가 거의 갈리지 않는 선택을 했다. 

6. 불고기 단일 품목만 팔 수는 없기 때문에 이들은 동일한 준비 및 조리 과정을 거치되 손님에게 나갈 때는 조금 다른 형태로 보일 수 있는 불고기 라이스, 불고기 누들, 그리고 불고기 버거를 최종 품목으로 결정한다. 낮은 숙련도와 준비 과정의 부담, 맛에 대한 고객 평가 등이 모두 불안했기 때문에 호불호가없는 주 요리를 함께 먹는 부재료의 다양함 (밥, 국수, 버거)으로 커버하려고 한 것. 음료 역시 생수, 탄산음료 등 준비만 해놓으면 고객에 대한 설명 과정없이 팔릴 수 있는 것들로 준비한다. 

7. 그렇지만 이들이 현지에 도착해서 장사가 반복되기 시작하자 불고기 단일 메뉴만으로는 충분한 시장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후 라면, 만두튀김, 닭튀김 등으로 메뉴를 넓힌다. 라면이나 만두 튀김은 요리 재료 준비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간단하게 선정되었고, 닭튀김은 아마도 불고기가 혹시나 판매가 저조할 경우에 대비해 남겨놓은 비장의 한수 같은 것이었을거다. 

8. 만약 이들이 한국에서 동일한 장사를 해야 했다면 애초에 선택이 불가능한 메뉴들이다. 유사한 제품을 파는 곳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차별화가 안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관광지에서의 외국인들이야 아마추어들이 만든 치킨 맛있다고 먹겠지만, 한국에서라면 경쟁 상대가 BBQ나 교촌이 되니 말이 안되는 선택. 마찬가지로 같은 동남아라고 해도 휴양지가 아니라 자카르타 한복판의 먹자 골먹이었다면 역시 이 메뉴들의 효과성이 매우 낮았을 것이다. 

9. 이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은 제품의 차별성이나 품질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제품이 잘 팔릴 수 있는 맥락이 되는 시장이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알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서 같은 제품이라도 생존이 가능할 수도 있고, 아예 팔리지도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10. 그렇지만 창업자가 전문성이 매우 높은, 특히 시장 상황에 맞춰 아주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그 때부터 메뉴 선택은 단순히 ‘만들기 쉽고 일정량은 팔릴’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을 드러내는 형태로 조금씩 바뀐다. 윤식당 시즌 1의 초기 메뉴들이 ‘불안하고 자신없으니 일단 제일 팔기 쉬운 메뉴로 팔아보고 상황보자’의 선택들이었다면 이연복 세프가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 2의 1편’에서 한국화된 중국 요리인 짜장면을 중국에서 판매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연복이라는 사람의 전문성이 사업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업에 대한 전문성과 창업자의 자신감은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상황에 수많은 돌발변수가 발생해도 이에 순발력있게 대응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제품 종류를 결정할 때 시장보다도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인 스타트업 상황에서 굳이 중국에서 중국식 요리를 팔거나, 미국 남부에서 치킨을 팔거나 이탈리아에 가서 파스타를 파는 선택을 할필요는 없을 것이다. 개인의 능력이 출중해도 고객들에게 주목과 좋은 평가를 끌어내는데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 

오늘의 결론. 

1. 시장 매력도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창업은 계단식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초기 팀의 경우 제품이나 니즈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것도괜찮다. 다만 시장이 제약적이라면 결국 제대로 투자받고 성장하려면 매력도 높은 시장을 찾는 과제를 언젠가는 해결해야 한다. 

2. 제품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상황과 맥락이다. 특히 창업팀의 업에 대한 전문성이나 역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일단 위험성을 낮추면서 시장에서 테스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시장에 접근이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이 개념이 MVP. 

3. 차별성은 전문성이 높은 영역이고 자신감이 충분한 상황일 때 도전하는 것이다. 물론 전문성이 없는 경우에도 차별성을 추구해야 하지만, 이 경우엔 우호적인 상황의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차츰 경쟁이 심한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순리다. 백종원이 맨날 이야기하는 것처럼 ‘먹자골목’은 프로들이 경쟁하는 곳이고, 이런 곳에 초보 창업자가 매장 크게 내면서 덤벼들면 1년뒤 조용히 문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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