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May 14. 2024

대기업은 혁신을 하지 못한다


챗GPT 4o 프리젠테이션 영상을 보면서 천재들이  break through를 만든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그 뒤에 따라붙는 아주 자연스러운 의문 하나.


오픈AI가 분명 스타트업이라고 하지만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정보 소스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2024년 1월 기준으로 700명 이상이 근무한다고 하니까.


하지만 이 정도의 규모도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등 전세계 최고 회사들의 규모에 비춰보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당장 Open AI 의 최대주주인 MS에 근무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 10만명이라고 한다.


왜 대기업은 저 수많은 자원으로 혁신의 자리를 번번히 스타트업에게 빼앗기는가?


외부 관찰자의 시선에서 보면 정말 황당한 일인데, 최근 20여년 사이의 눈에 띄는 기술적 돌파구는 모두 스타트업 또는 언더독이 만들었다. 당장 스마트폰 (이때 애플의 매출액은 8조원이 안되었다. 물론 엄청난 기업이었지만 PC 시장에서는 마이너였고, 전화기는 아예 만들지도 않던 기업)은 애플이 만들었고, 전기차의 성공이나 재사용 로켓은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가 만들었으며, 최근 가장 각광받는 엔비디아는 10년전까지 40억불 수준의 매출로 초대형 반도체 업체들에 비하면 매출 규모에서 마이너였다.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도 (업력은 오래되었지만 매출은 매우 작은) 스타트업이었고, 로보틱스 분야 최선두라고 평가받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역시 스타트업이었다.


이 질문은 사실 질문이 잘못되었다.


대기업은 비유하자면 아주 큰 컨테이너선 같은 배다. 수많은 물품을 싣고 대양을 누비지만 막상 연안에 오면 그 덩치와 무게 때문에 빠르게 움직일 수가 없다. 터그보트의 도움이 없으면 항구에 정박도 하기 어렵다. 반면 작은 보트들은 연안에서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요트급 정도가 되면 작은 배라고 해도 대양에서도 항해할 수 있다. 그냥 역할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다.


즉, 대기업의 혁신은 '생산성'이나 '표준'의 영역에서는 강력하지만, 새로운 기술적 breakthrough를 만들어내는 혁신은 하기 어렵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수요에 대해 대응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매번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까지 모두 만들어낸다면 1980년대 헐리우드 영화가 그려낸 미래처럼 대기업이 세상을 모두 지배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규모와 그에 따른 관료주의, 그 조직에 있는 인력들의 안정 지향적, 시스템 의존적 태도는  이럴 가능성을 크게 낮추고, 도전적인 작은 업체들에게 기회를 내주게 된다. 레밍의 무리 한복판에 있는 쥐들은 그저 무리에 이끌려 이동하며 무리의 덩치만 크게 보이게할 뿐 아무 런 부가가치 생산을 못하는 것과 유사한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것.


요약을 좀 하자면


스타트업 (언더독 포함)이 시장을 혁신하는 반면 대기업이 이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1) 대기업의 목적이 시장 혁신이 아니라 가능성이 확인된 시장을 큰 시장으로 만드는데 있지 새로운 것을 만드는데 있지 않으며, (2) 시스템 기반 경영의 한계로 혁신의 첨단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인 것.


이런 상황이라면, 혹은 이게 대기업에게 일반적으로 강요되는 운명이라면 대기업은 어떻게 해야할까? 매번 새로운 스타트업이 등장해서 시장을 만들어갈 때마다 뒷방 늙은이 취급을 당하다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야 맞는 것일까? 아니면 대기업이지만 시장 혁신을 가져올 방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의 신성장동력과 스타트업 협업의 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