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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y 21. 2024

우리나라 기업들은
진짜로 '고객 중심'인가?


기업에서 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라고 하면 말은 쉬운데, 실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부에서 오만 종류의 코메디가 생긴다. 


일단 거의 대부분의 임원들이나 고위직들은 '그건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의 일이잖아'라고 생각한다. 막상 영업이나 마케팅 임직원들이 만나는 것은 '당장의 사업에서 단기 매출을 올려줄 직접 고객'만 만나게 된다. 그래야 실적이 나오니 당연한 일이다. 그 외의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산업내 다른 고객, 우리에게 떨어져 나간 고객, 혹은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따른 잠재 고객 등은 영업 마케팅 부서가 만날 것이 아니라 기업내 다른 임원과 직원들이 만나야 한다. 대표이사도 당연히 포함되고. (마케팅 부서 등에서 실제로 이렇게 좀 만나라고 임원들에게 '권장'하면 임원들 얼굴 대부분이 짜증난 표정으로 바뀐다. 이유야 뻔한 것이고)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절대 다수의 임직원들이 '자기들끼리' 만난다. 내부에서 관계를 만들고 네트웍을 만들고 정보를 유통하는 것이 '승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보내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내부 사람들과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그 기업은 외부의 정보가 영업과 마케팅에서 들어오는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차단된다. 구중궁궐이라고 비판받다가 선거때만 되면 나타난다고 하는 정치인들은 그래도 선거때면 고객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척이라도 한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이런 양태를 보이는 것은 믿기 힘든 이야기일테지만, 실제 만나는 사람의 90%는 내부 인력들끼리 보는 것이다. (물론 골프는 협력사랑 치겠지. 내부 인력 아니라고 하면서.)  이걸 보충한다고 외부 유명 강사나 교수들 불러서 워크샵도 하고 세미나도 하지만 생선을 고무장갑, 아니면 아예 두꺼운 스키장갑 끼고 만지면 아무런 촉감도 못느끼는 것과 똑같아진다. 대표이사 정도 되면 고객 만나는게 아예 '행사'가 된다. 행사로 만난 고객이 진솔한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고 믿는게 더 웃기는 일. 


스타트업은 뭐 다를까라고 생각해보면 이들도 거의 비슷하다. 물론 내부에서 만날 인력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되기 때문에 이들은 아예 사람을 안만난다. 익숙한 노트북과 모니터 뒤에 숨어서 그냥 화면으로 고객을 훔쳐보는 정도만 한다. 이렇게 해서 파악된 '고객 니즈'나 '고객의 문제'가 실제와 일치하면 신기한 일일게다. 


고객 중심이라는 말이 경영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고객의 이야기가 기업 내부에서 얼마나 개방되어 흐르고, 그것들이 임직원들의 업무 우선순위에 어느 정도 높게 올라오는가가 그 기업의 건강성, 그리고 이후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가장 명확한 지표다. 


성장을 원한다고 '어디 규모 큰 시장 없나'라고 구글 뒤져볼 것이 아니라 고객과 시간을 보내고 그 이야기가 기업 내에서 우선순위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성장을 실현시켜내는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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