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심리학 - 성실성의 진짜 의미
요즘 세대는 그래도 조금 덜 한 것 같은데 제가 학교다닐 때는 가훈이 ‘근면성실’인 집이 정말 많았습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후 그 부르는 명칭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 '성실'이라는 단어는 좀 구시대적이고 올드하니 ‘책임감’이니 ‘열정’ 등으로 바꿔 불렀습니다. 요즘엔 Grit이나 Professionalism이라는 영어까지 쓰더군요 – 대체로 모든 기업이 비슷한 태도를 직원들에게 요구합니다.
경영학에서 성실성과 그 변주가 끊임없이 이야기되는 걸 보면 어느 기업이나 책임감있는 일처리 혹은 완결성있는 마무리를 중요시하는 것 같고, 그만큼 조직내에서의 성공에 성실성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태도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죠.
이를 균형있게 이해하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구요?
진짜 성실한 사람은 자기가 빠질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알아야 하고,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알아야 할테니까요.
성격심리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성실성은 대략 다음의 태도들 모두 혹은 몇몇에서 강하게 가지고 있는 걸 말한다고 합니다.
자기유능감
정리정돈하는 태도 혹은 정리된 상태에 대한 선호
책임감
성취를 향한 노력
자기 규제
신중함
보통 성실함이라고 하면 부지런히 일한다 정도로 생각하실텐데, 부지런히 일하는 겉모습을 불러오는 근본적인 이유가 다양하기 때문에 저런 요소들을 세부항목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약간만 설명하자면, 똑같이 성실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자기가 유능하다고 생각해서 그걸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또 누군가는 정리정돈 되어 있는 상태를 선호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거죠.
성실성은 사회 생활에서 장점이 많은 성격입니다. 창업가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수많은 조사와 통계들을 보면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가장 중요한 성격 요소가 성실성이고, 직장인들이 소위 ‘일잘한다’는 평가를 듣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도 성실성입니다.
그냥 생각해봐도 책임감과 자신감이 있으며 성취를 위해 자기를 통제할 수 있고 신중한 사람이 아무래도 사회적 성공에 더 유리할테죠.
하지만 좋기만 한 성격이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높으면 좋기만 할 것 같은 성실성도 마찬가지죠.
우선 자기유능감이 높은 사람은 워커홀릭에 따른 번아웃 혹은 주변 사람을 도구로 취급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자기가 일 잘한다는 생각은 좋게 생각하면 자신감이지만 약간만 과해지면 ‘자뻑’이거나 아니면 타인에 대한 ‘우월감’이거든요.
유능감이 높으면서 불안이 많으면 완벽주의 혹은 강박적인 경향을 보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죠. 친화성이 낮아서 사람을 경쟁상대 혹은 도구로 보는 경우엔 타인을 낮게 보고 이를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는 완전 못된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왕 부지런하고,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는데 이걸 외부에 드러내고 싶은 성격까지 결합되면 정말 자기만 행복하고 주변 사람 모두가 불행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사 저만 겪어 본 것 아닐테죠?
정리정돈된 상태를 과하게 좋아하거나 자기통제를 과하게 하는 사람도 완벽주의와 강박의 위험에 얼마든지 빠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불안이 높거나 분노가 많으면 주변 사람 정말 미치죠. 표에 있는 숫자 하나 틀렸다고 버럭 화내면서 보고서 수십번 퇴짜놓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죠.
책임감 혹은 성취지향성이 높은 사람들은 아차하면 ‘캡틴 아메리카’가 됩니다. 영화에서 캡틴은 멋있죠.그 정도로 자신이 믿는 정의를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고 실현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좋죠. “We don’t trade lives.” 같은 말을 하면서 말이죠.
그렇지만 조직에서 이런 유형과 같이 일하게 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일이라는게 무슨 성경의 십계명도 아니고 원칙과 상황논리가 균형을 맞추면서 가야하는데, 책임감이 과한 사람들은 이 부분의 경직성이 오히려 일을 방해하기도 하고, 원칙은 지켰지만 큰 그림에서는 실패하는 상황을 부르곤 합니다. 규칙이야 지켜야하겠습니다만, 사업전략이나 실행방법은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데 이걸 못받아들이면 정말 답답하죠. 여기에 신경이 예민하면 설상가상입니다. 회계책임자는 이렇게 일해줘야 합니다만, 가령 전략부서나 마케팅 부서에서 이렇게 일하면 주변은 죽어납니다.
여러분 회사의 기획팀장이 꽉 막힌 책임감의 화신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창업을 해서도 자기가 세운 사업 방향을 절대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이미 시장 상황은 바뀐지 오래여서 순발력있게 대처해야 하는데도 처음 생각을 붙잡고 모든 것이 완결될 때까지 그저 기다리고 있으면 결국 망하기밖에 더하겠어요. 망하는 창업가의 가장 중요한 성격적 이유도 성실성에 기반한 경직성입니다.
성실성이 사회적 성취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과하게 많으면 위의 예시처럼 오히려 성취를 제약하는 요소가 됩니다.
그럼 반대로 성실성이 심각하게 부족하면 어떻게해야 할까요?
우선 좋은 뉴스 하나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성실성은 10대보다는 20대, 20대보다는 30, 40대에 보통 더 강해집니다. (나이먹은 사람이 완고한 꼰대가 되어가는 이유 중 하나 이기도 합니다. 물론 전형적인 꼰대라면 자기의 경험에 대한 확신편향이 더 문제겠지만요.) 지금 20대인데 성실성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도 나이를 먹으면 조금씩 나아집니다.
하지만 개선되어 봐야 아주 많이 개선되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현재 많이 부족하다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실성도 성격의 일부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노력한다고 바뀔 확률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개선할 수 있습니다.
보통 성실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작은 task들을 깔끔하고 부드럽게 마무리해서 ‘자기유능감’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보통 자기개발서에서 'success story'를 만들라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회사에서 크고 멋진 일을 딱딱 처리하고 싶으시겠지만, 성실성이 낮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책상정리든, 출근시간 초치기 대신 10분 먼저와서 여유있게 커피를 마시고 일을 시작하든, 혹은 엑셀에서 숫자 틀리는 비율을 10%로 줄이기든, 이메일에 오탈자 줄이기든 당장 할 수 있으면서도 반복적으로 할 수 있고, 항상 실수가 있었던 아주 작은 일부터 하나씩 ‘완결’짓는다고 생각하고 시도해보시면 도움이 좀 될 겁니다.
성실성은 성격이지만 동시에 습관이기도 해서 일정 부분은 의식적인 노력으로 개선해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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