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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un 20. 2019

비련의 주인공 행세 그만하시고..일 하십시다, 일!

사무실의 싸이코 - 피해자 코스프레 놀이하는 동료

예전에 한 TF에서 만났던 어느 직원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 글을 시작할까 합니다.


사업장이 서로 멀리 떨어진 여러 부서의 인원을 섞어서 만든 팀이었습니다. 당시는 워낙 일정 여유가 없어서 TF 구성원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업무만 적당히 분배한 후 보고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유독 직원 A만 계속 업무에 구멍이 났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지금 부서장이 업무를 계속 시켜서, 그 일을 하느라 TF 업무를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은 이해가 안 갈 상황도 아니니.. 조금만 신경 써달라고 당부하고는 몇 차례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A가 맡은 부분만 진척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따로 불러서 싫은 소리를 했죠. 그랬더니 자리에서 울며불며 난리를 피운 모양입니다. TF와 소속팀 사이에 끼어 힘들어 죽겠는데 위로는 안 해주고 혼낸다, 자기는 억울하다구요.

결국 A에게 할당된 업무를 손이 빠른 몇 명에게 나누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뭔가 석연치 않아서 TF가 마무리된 후 A의 부서장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부서장 왈, A가 TF에 간 이후에 한 번도 부서 일을 준 적이 없다는 대답이 왔습니다.

즉, A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셈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A와 비슷한 사람을 심심찮게 만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잘못은 없고, 이건 누구 잘못 때문이고, 저건 회사의 잘못이고 또 다른 건 운이 나빠서였고 등등등.


마치 배우 같은 표정을 지어가며 ‘자기가 얼마나 불쌍한 사람이고, 이 상황이 얼마나 억울한지 아느냐’는 투로 피해자인 척하는 사람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이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동료입니다.  


이들의 특징을 좀 알아보겠습니다.  





1.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일상에서건 업무에서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건 어려워서 못하고 저건 배워본 적 없어서 못하고 이건 나보다 부서 내 다른 사람이 더 잘 아는 분야니 못하고, 나 같은 사람이 하기엔 어울리지 않으니 못하고 등등등. 끝도 없는 핑계를 대지만 절대 책임을 맡지 않죠. 이들의 사전에 ‘제가 해보겠습니다’ 같은 말은 없습니다.  


2. 투덜대지만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들은 책임을 지지 않을 뿐 아니라 끊임없이 투덜거립니다. 남 욕을 하거나, 혹은 자기가 얼마나 불쌍한 줄 아느냐 혹은 오늘 얼마나 불운했는지 아느냐 같은 말들의 변주뿐입니다. 듣는 입장에서 본인이 행동했으면 문제가 풀렸을 것 아니냐 같은 말을 하면 다시금 자기가 왜 그 일을 할 수 없는지를 끝없이 설명하죠. 때문에 이들의 일상이나 업무에서는 변화도 발전도 성과도 나오지 않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자기가 일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하느라 바쁘거든요.  


3. 타인의 동정을 이용한다.

 

책임도 지지 않고 투덜거리기만 하는 이들의 먹잇감은 바로 착하고 동정심이 많아 남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 그리고 부서가 돌아가는 자세한 상황을 을 잘 모르는 부서장입니다. 그리고 이런 유형들이 회사에서 제일 잘하는 건 실무 모르는 부서장과 실무를 잘 아는, 그래서 일을 많이 시키는 중간관리자 사이의 이간질이죠. 


착한 사람은 이들의 끝도 없는 핑계를 들어주고, 거기에 일까지 떠맡아 주기 때문에 기막힌 이용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착한 직원이 일을 끝내면 그제사 그 일을 자기가 한 것처럼 위에 보고하죠. 만약 실무를 책임지는 중간관리자가 이 술수를 꿰뚫어 보고 자기에게 일을 시키면 그 관리자의 윗사람에게 가서 연극을 합니다. 


중간관리자가 일을 모르는 것은 물론, 무례하고 가혹하며 나의 고충을 무시한다는 식이죠. 상황을 잘 모르는 부서장이라면 중간관리자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이 들게 하는 겁니다. 부서장과 중간관리자가 상호 신뢰가 있고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는 사이면 금방 문제가 될 방법이지만, 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동정심을 갖는 사람을 찾고 자기 이야기가 먹힐 수 있는 상황을 찾아서 일이 주어지는 것을 피해갑니다. 동정을 무기로 해서 사람과 상황을 조작하는 겁니다.  


4. 자기가 불행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어설픈 거짓말이나 수작이 안 통하는 상황이면, 자기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고객에게 한 두 마디 싫은 소리 들은 것을 세상에서 다시없을 험한 말을 듣고 왔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자기보다 더 무능력한 직원과 친분을 쌓은 후 그 직원을 챙기느라 내가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식이죠. 가까이에서는 잘 안 보이는데, 멀리서 보면 진짜 상황이 불행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 같습니다.  


5. 타인에 대한 공격과 무례를 정당화한다.

 

이들 입장에서는 일이 안 되는 것은 무조건 타인 때문이죠. 따라서 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정당방위입니다. 가끔 식당 등에서 종업원에게 말도 안 되게 무례하거나 화를 내면서 ‘당신이 나를 화나게 했잖아’ 같은 식으로 폭발하는 사람들도 이 부류입니다. 물론 신문에 나올 정도가 되면 중증의 환자죠. 보통은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런 경향성은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자기보다 약자라는 게 확인되면 가차 없습니다.  


6. 수동 공격과 이간질을 통해 조직 분위기를 망가뜨린다.

 

이들이 무책임하고, 싸구려 동정심을 사는 방식으로도 조직에서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은 조직 내에 분란을 만드는 겁니다. 없는 말을 만들어내든 있는 말을 교묘하게 바꾸든 직원들 간에 갈등을 만들어냅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말을 만들면 자기가 책임져야 할 수도 있으니 공격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공격인 수동 공격의 말투를 사용해서 말이죠. 직원이나 윗사람들의 관심이 자기에게 멀어져야 일이 편해지니까요. 하지만 너무 관심이 식으면 다시 뭔가 불행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동정을 구합니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원해서이니까요. 다만, 보통 사람이 애정을 구하는 방법과는 많이 다른 겁니다. (수동 공격 참조 : https://brunch.co.kr/@curahee/14 )  



사실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지만... 책임은 No!



이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할까요?


우선 명확한 건 이들의 피해자 코스프레 행동이 100% 의식적 행동은 아니라는 겁니다. 사실 무의식적, 혹은 자동적 행동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패턴이어서 어떤 상황에서건 계속적으로 반복을 합니다. 성격, 그중에서도 아주 근본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행동의 근본적 목표는 관심과 애정을 받는 겁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너무 바쁘거나 냉정하게 대하면 일부러 꾀병을 부려서 부모님의 관심과 챙김을 받았던 것처럼 성인이 된 이후에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거죠. 다만 직장에서 만난 동료들에게는 꾀병이 통하지 않을 테니 뭔가 다른 핑계를 만드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동료는 부모님처럼 계속해서 받아줄 가능성은 많지 않죠. 때문에 이들은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줄 사람을 끊임없이 찾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야기 들어주고, 부탁 들어주고, 할 일 대신해주다가 나가떨어지면 다음 사람을 찾는 겁니다. 애정을 갈구하지만, 사람과 대등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런 식의 관계만을 만드는 겁니다. 


본인에게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하고 떠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 동시에 책임은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조종하려고 듭니다. 이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는 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동정심을 이용하면 자기가 약자이면서도 타인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다가 조종되는 사람이 부서장이면 나머지 부서원들 모두 미칠 것 같은 상황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이 부서에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팩폭은 자제하자.

이들이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일을 하지 않으며, 그 피해자 태도 때문에 부서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입만 아플뿐더러 이런 이야기를 하는 여러분을 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항상 가해자가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가해자죠. 이들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난 후엔 일주일도 안돼서 여러분에 대한 험담이 부서에 돌아다니는 걸 듣게 될 겁니다. 이들은 반성하는 기능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2. 부드럽게 거절하자.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호의를 베풀거나 동정심을 보여주면 그때부터 갑자기 친한 척을 엄청합니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자기의 불행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이럴 땐 그냥 일 핑계를 대고 끊으세요. ‘더 들어주면 좋겠지만, 일이 많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같은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업무 중에도 도움을 엄청 요청할 텐데 그냥 다른 핑계 대면서 도와주지 마세요. 도와줘봐야 고마워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일 결과를 가지고 자기가 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꼴을 보게 됩니다.  


3. 부서장과 상황에 대해 미리미리 이야기해둘 것. 

이런 사람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갑자기 부서장이 여러분을 부르는 상황이 생깁니다. 가보면 자칭 피해자가 어떤 이유로 일을 못하게 되었으니 대신하라는 식으로 통보를 하죠. 부서장이 그 피해자 코스프레에게 동정심을 보였거나,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겁니다. 그다음부터 일 폭탄은 부서 곳곳에서 터집니다. 이 일은 내 일이 아니니 못하겠다고 하면 부서장은 오히려 여러분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팀을 위할 줄 모르는 이기주의자라고 욕하게 되죠. 


이 험한 꼴을 안 보려면 부서장과 평소에 그 사람에 대해 최소한의 이야기는 해 놔야 합니다. 험담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내키지 않는 방법이겠지만, 아니면 일은 일대로 해주고 생색은 남이 내고 못하겠다고 하면 욕은 욕대로 먹고 결국 일은 다시 해줘야 하는 정말 짜증 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여러분이 일을 잘하는 능력자라면 더더욱 자주 생겨날 겁니다. 


부서장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타 직원을 욕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겠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부서 전체가 엉망이 됩니다. 이들의 피해자 놀이는 단순히 그 사람 한 명의 문제가 아니고 부서 전체의 생산성과 상호 신뢰를 깨뜨리는 ‘부서 전체의 문제’입니다.  


4. 아주 명확한 목표와 업무 리스트를 주고, 결과를 요구할 것 

이들에게 여러분이 통제를 행사할 수 있는 관계라면 이들의 핑계는 딱 한 번만 듣고 그다음엔 명확한 업무 리스트와 데드라인이 적혀 있는 업무 계획서를 들이밀어 입을 다물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데드라인을 지키라고 계속해서 푸시하세요. 피해자 코스프레가 아주 머리가 나쁜 경우는 많지 않아서 정말 엄격하게 요구하면 꾸역꾸역 일을 다 해 옵니다. 철저하게 업무를 요구하고, 업무에 대해서만 커뮤니케이션하세요. 직원을 챙긴다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는 순간 여러분도 휘둘리게 됩니다.  


쉽지 않으시겠지만 부디 여러분의 커리어에서는 이런 분들 안 만나길 바랍니다.


행여나 만나게 되면.. 최대한 상종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일전에 브런치 프로젝트 대상 수상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곧 책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드디어 나왔습니다! 


브런치, 매거진 <B>, 유유출판사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일의 기본기 :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교보문고에서 보기/ 영풍문고에서 보기/ 인터파크에서 보기/ 반디앤루니스에서 보기/ 알라딘에서 보기


1. 슬기로운 직장생활 페이스북에서 더욱 다양하고 현실적인 커리어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suljikcareer/

2. 미매뉴얼에서는 내가 가진 성향에 대해 더욱 깊게 분석하고, 알맞은 조언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memanual/

3. 슬직 운영사 패스파인더넷에서는 관련 강연, 커뮤니티에 대한 소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pathfind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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