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개론 #1
스타트업의 사업적 성격은 요약하면 대략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하다.
첫 번째는 흔히들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사업이다. 통상적으로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회사는 대부분 이 범주에 들어온다.
두번째는 보통 스타트업보다는 '창업' 혹은 '장사'라고 부르는 분야다. 아이디어의 차별성도 필요는 하겠지만, 이 분야는 많은 경우 전문성, 특히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통해 쌓인 숙련도로 승부하는 분야다. (연차 있는 직장인들의 퇴사 후 창업 or 작은 소품 같은 것을 제조해서 판매하고 싶은 분들의 창업)
마지막으로는 철저한 R&D 회사로서 원천 기술이나 초장기간의 개발이 요구되는 분야의 스타트업이다. 대규모의 R&D 펀딩을 끌어들이든지, 아니면 대학 연구팀 등을 기반으로 창업한 팀이다. 바이오 벤처나 AR 글래스, 로보틱스 분야, AI 관련 원천기술 회사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갈 것 같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블록버스터 사업이 된다. R&D 의 속성상 Upfront investment 는 무조건 대규모가 되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소수의 천재와 엄청난 가방끈들의 집단 같은 것일게다.
첫 번째에 언급한 아이디어 기반 스타트업으로 돌아오면, 그들의 아이디어는 많은 경우 '가설'이라고 부른다. '고객들이 기존 제품/서비스의 OO한 요소에 대해 불편을 느낀다' 혹은 'XX한 제품/서비스가 있으면 좋을텐데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사업의 출발점이다.
다만 이런 유형의 사업들은 아래와 같은 문제에 부딪힌다.
1) 검증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는 제품/서비스가 실제로 시장에 없는가?
없다면 왜 없을까?
우리가 만들면 고객이 좋아할까?
고객들이 우리 제품/서비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까?
2) 필연적으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아이디어에 기반한 사업이므로 타 업체가 카피하기 쉽다.
그래서 사업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3) 초기 검증과 고객 모집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초기 검증 과정은 동시에 초기 고객 모집을 의미한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이 확보되어야 사업이 시작되는 플랫폼의 경우, 사업 검증과 고객 확보가 거의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최소비용으로 최대한 빠르게 아이디어 검증 → 시장형성 → 경쟁배제를 이룰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한데, 이런 접근론을 바로 Lean Startup이라고 한다.
Lean startup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제품/서비스의 품질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보다는 아이디어가 최소 수준에서 구현된 제품으로 니치 시장내에서 소수의 팬을 끌어모으고, 그 팬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을 상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Lean startup은 최소 수준으로 구현된 MVP 제품으로도 고객이 차별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라면, 즉 제품의 컨셉 자체의 차별성이 제품의 사용성이나 가격, 구매 편리성 같은 다른 요소를 압도해야만 가능한 접근이 된다.
앞서 두번째라고 이야기했던 아이디어의 차별성이 별로 없는 경우, 험하게 예시를 들자면 맛이 조금 다른 치킨이나 그저 아주 약간 다른 디자인에 가격이 좀 싼 온라인 의류 쇼핑몰 같은 사업이라면 이 때는 Lean startup의 접근법이 틀리게 된다. 즉, 어설픈 MVP 제품으로는 아예 승부가 되지 않는다.
이 때 요구되는 것은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전에 엄청난 내공이 쌓여야 하고, 운영상의 숙련도를 엄청 쌓는 거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늘상 이야기되는 것처럼 차별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만번의 연습이 선행되어야 하는 분야인 셈이다.
[요약] 제품/서비스의 성격에 따라서 적절한 사업 추진 방식은 다를 수 있다.
1) 기술력에 집중하는 경우는 대규모의 투자를 미리 끌어들어야 하고,
2) 아이디어의 차별성으로 승부내려고 하는 경우 MVP 와 초기 제품을 최단 기간내에 시장에서 검증하고, 이를 무한 반복하는 실행 속도와 지구력이 요구되며,
3) 기존 제품/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는 아이디어라면 운영상의 효율성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에 대단한 '숙련도'가 축적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