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개론 #2]
요즘엔 창업을 자기 자본, 즉, 자기 돈으로만 진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정부 지원금 이라고 부르는 여러 창업 지원 자금, 신용보증기금 등 대출, 엔젤이나 벤처캐피탈 등의 외부 투자금, 그리고 인큐베이터나 액셀러레이터 등의 양육과 투자가 겹쳐있는 조직의 지원 등이 있어 자기 돈이 아닌 외부 자금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이런 외부 업체들을 만나러 가거나, 피칭(사업계획서를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하게되면 가장 흔하게 듣는 표현이 ‘사업에 현실성이 없다’는 말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해 왔는데 달랑 몇 분 발표 듣고는 현실성이 없다니, 화가 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괜히 의기소침하기도 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런 평을 듣는 사업의 경우 실제로 현실성이 정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 ‘사업 아이디어의 현실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소위 ‘Moonshot thinking’ 이라고 부르는 황당한 아이디어를 여러분이 떠올렸다고 하자.
가령 명왕성까지 사람을 보내겠다, 혹은 온실가스를 전부 포집해서 지구온난화를 해소하겠다, 혹은 모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활비를 공짜로 지급하겠다고 하자. 이 정도되면 현실성이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아이디어조차도 그 자체로 현실성이 없다고 까이지는 않는다.
화성 유인탐사나 해양 쓰레기를 수집하겠다는 스타트업이나 온실가스 포집 기술 R&D 기업 모두 수백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업체들이 있다는 사실은 아이디어 자체가 공상과학 수준이라고 해도 그 때문에 발표장에서 내쫓기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당신이 투자자라고 해보자. 고등학교 갓 졸업한 스무살 짜리가 동네에 치킨집을 차리겠다고 투자를 해달란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 것인가?
국내에 치킨집은 2만개가 넘는다. 그러니 아이디어 자체로는 현실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동네 상권도 활성화되어 있다면 역시 현실성이 있지만 문제는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누구냐, 그리고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다.
10년 내에 명왕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허황된 이야기도, 스티브 잡스가 한다면 '대담한 계획'이라는 평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 경험도 전혀 없고, 모아놓은 돈도 전혀 없는 스무살 짜리가 치킨집을 차린다고 하면 우리는 그 현실성 없음을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그 스무살 짜리 아이가 조리 고등학교 출신이며, 고 1때부터 치킨 프랜차이즈는 물론, 유명한 치킨집을 돌아다니며 일을 배웠고 사실은 아버지도 치킨집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이 친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바뀔 것이다.
또한 본인이 생각하는 상권에 유동인구가 얼마이고 배후 거주지와 배달 상권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했다면? 임대 보증금과 권리금, 월세 및 각종 유지 비용에 대해서 정확하게 계산하고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기존 프랜차이즈와 독립 치킨집의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맛과 서비스, 가격 정책은 어떻게 다르고 고객들이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어떤 영역인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 친구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게다가 기존 치킨집 중 망한 곳과 성공한 곳의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면...슬슬 투자 욕구가 샘솟을 것이다. 본인이 연구해서 개발한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데, 필드에서 고객 테스트도 거쳤단다. 사업 준비하는 기간 동안 치킨 먹방을 유튜브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구독자가 5만명이 넘었다는 말도 한다. 그럼 우리는 지분 평가를 얼마로 설정 할 것인가를 당장 고민하게 될 것이다. (치킨 사업의 평균 기대 수익률은 낮은 편이기에 크게 평가해주기는 어렵겠지만..)
아이디어의 현실성에 대한 태클은 사실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닌, 아이디어를 실행할 창업자와 창업팀의 경험과 준비에 대한 것이다.
현실성이 없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면 투자자 미팅이나 피칭에서 최소한 아래 요소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의 현실 니즈가 무엇인지 몸으로 깨달았다.
그 니즈를 구체화할 경우 어떤 속성을 지닌 제품과 서비스가 되어야 하는지 명확하다.
제품/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역량과 필수 요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 역량과 필수 요소를 실행할 자원을 가지고 있거나 확보할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
제품/서비스를 최소 수준에서 구현해서 고객에게 다양한 형태로 테스트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
경쟁업종, 대체품, 혹은 고객 스스로 가지고 있는 동일 욕구 충족의 기존 방법에 대비한 차별성을 생각했고, 실현에 옮길 역량이 있다.
상업적 판매를 위한 고도화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 계획의 구체적 상당 부분은 검증이 되어 있다.
최근에 들었던 표현중에 가장 황당했던 표현이 1년 가까이 창업을 준비했다고 하는 사람이 말한 “페이스북에서 차별적인 마케팅을 진행해 고객을 모으겠다”라는 말이었다. 이런 말을 쏟아낼수록 신뢰도가 팍팍 떨어진다.
현실성이 있으려면 이렇게 얘기해야 한다.
“페이스북에서 OO한 마케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최근 A사례나 B사례에 비춰볼 때 효과적인 마케팅이 될 수 있으며, 당사에는 △△한 역량과 준비가 있어서 매우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마케팅 차별화의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물론 투자 없이 자기 돈으로만 사업할 것이라면 이런 준비가 꼭 필요치는 않다. 망해도 내 돈만 잃으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