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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Dec 04. 2019

90년대생이 오는 게 이슈가 되는 이유

노동환경의 변화 맥락으로 살펴보는 그들의 등장

90년대생이 온다고 하도 많이 들어 그런지 그들의 등장이 이제는 특별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와는 사뭇 다른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이런저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는 있습니다만, "요즘 애들은 속을 모르겠어."라는 말씀은 저희 아버지 세대도 저에게 하셨던 얘기고 저 또한 젊은 세대들에게 잔소리처럼 하는 말이라 사실 큰 감흥은 없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고 또 앞으로도 일어날 일이니까요.


저는 90년대생의 등장을 단순히 세대 간 세태 비교로 바라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90년대생이 등장해서 이슈가 된 맥락을 나름대로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새로운 근로환경의 등장


회사와 직원의 관계란 앞으로는 공식적인 근로계약 이외에는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편의상 근로계약이라고 쓰긴 했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거의 프리랜서 계약 같은 형태가 일반화된다는 의미이며 이는 다음과 같은 맥락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산업 차원에서는 제조업과 같이 훈련과 숙련이 필요했던 일이 줄어들고, 프로젝트 단위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콘텐츠나 커머스 등이 주력이 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그리고 가치 생산 방식 또한 신뢰와 학습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에서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통한 비즈니스가 일반화된다는 뜻이며

직장 내 인간관계 또한 기존의 상명하복, 우리가 남이가 대신에 페이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드라이한 관계가 중심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태는 기업과 노동자 양측에게 지금과는 다른 환경이 펼쳐진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2. 기업 측면 : 인재의 확보와 유지 방식의 변화


기업은 지금까지처럼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한다거나, 정으로 의리로 관계를 형성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노동자가 일하는 만큼 제대로 된 대가를 제공해야 하며,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인력 확보 비용을 써야 할 것입니다. (흡사 미국 기업들이 핵심 인재를 흡수하기 위해 그들이 속한 기업을 M&A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기업은 확보한 인력의 효용 기간을 한 두 개의 프로젝트, 즉 짧으면 1년이요 길면 3년이라고 생각하며 성과를 추구해야 합니다. 굳이 평생직장이 사라졌다는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이 유능한 인재들이 성과를 만들게 되면 더 나은 조건과 재미있는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것은 이 시대에는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인력의 확보와 운영이 이와 같이 변하면 기업은 신입을 채용할 이유가 전혀 없어집니다. 또한 실무나 성과와 아무 상관없는 형식적인 교육을 실시할 필요도, 여유도 없어집니다. 기업은 업무나 프로젝트를 통해 노동자에게 실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며 노동자는 이를 통해 역량을 쌓고 성과를 창출합니다. 기업은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고 직원은 경제적 보상과 커리어가 쌓였으니 떠나든 남든 그건 본인의 선택이 됩니다.


하지만 이건 재정적 여유가 있는 회사 이야기고, 그렇지 못한 중견/중소기업은 쓸만한 인력을 채용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低부가가치 중견 기업은 지속적으로 퇴출되게 될 것입니다. 


인재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파격적으로 높이는 등등의 자구책은 마련하겠지만, 전통적인 산업군의 중견기업은 스타트업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사업 모델의 혁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에 대한 유인책으로는 큰 효과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운영은 기존의 인력으로 하되 획기적 발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의 전문 인력을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하는 식으로 사업이 굴러가게 될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대기업 수준의 매니지먼트 난이도를 요구하는 일이며 중견/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3. 노동자 측면 : 치열한 성장이 요구됨


하지만 모든 직장인이 이렇게 기업과 쿨한 관계를 맺고 대접받을 수는 없겠지요. 소수의 노동자만이 회사를 골라서 가는 경향이 더욱 노골화될 것입니다. 노동자라기보다는 에이전트 혹은 연예인 같은 느낌이랄까요.


자기 전문 영역이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은 이 역량을 확보하고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과거보다 더욱 치열하게 학습해야만 합니다. 다만, 이제 더 이상 기업의 내부 교육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에 끊임없이 외부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자기 역량을 키워줄 커리어 기회를 찾아야만 합니다.


문제는 엄청난 역량도, 전문영역도 없는 인력입니다. 이들에게는 예전에는 중소기업이라도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중소기업은 점차 밀려날 것이고 스타트업들은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하려 할 것입니다. 결국 극단적으로는 알바 인생이 되던지 아니면 자기 이야기로 돈을 버는 직업, 즉 크리에이터 같은 삶을 추구할 수밖에 없어집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자리를 따내기 위한 경쟁도 경쟁이지만 자동화나 AI의 이슈로 인해 압박이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90년대생이 오는 것은 결국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입니다. 9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요즘 세대가 가지는 '쿨'한 태도는 결국 산업과 노동환경 전체의 변화라는 맥락에 의한 것 같습니다. 본능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90년대생은 이런 변화를 알아채고 있는 것이지요. 으리으리한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다던가, 크리에이터로 대표되는 새로운 업을 시작하겠다고 덤벼드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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