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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Dec 18. 2019

과연 공정위가 우아하게 승인할까?

우아한 형제들 매각 이슈에 대해 알아보자 (中)

우아한 형제들 딜의 본질에 대해 살펴보았던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딜 이후에 공정위의 승인 여부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측(?)을 써보고자 합니다. 저도 단지 관전자이고, 순전히 개인적인 예상이기에 혹시라도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아한 형제들과 DH 간 딜이 확정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공정위의 기본적인 존재 목적은 특정 기업이 특정 시장에 대해 독과점의 폐해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점 방지의 역사


기업은 본질적으로 독점을 추구합니다. 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하며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인다는 말은 곧 경쟁사가 있지만 고객이 우리 제품만 이용하게 만들려는 시도이니까요.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런 독점은 기업이 무제한의 이윤을 추구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기에 나쁜 것이 되기 쉽죠. 


그래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업의 과도한 독점 추구를 제한하는 법률과 관련 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공정위나 미국의 FTC(Federal Trade Commission)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히 후자는 전 세계 공정위의 효시 같은 조직이라고 하는데요, 미국 전체의 석유업체를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묶으려던 록펠러의 시도를 막아서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이 미국 내 모든 정유업체를 M&A 하면서 시장을 완전 장악하자 미국 대법원이 공정 경쟁의 방해를 이유로 회사를 분할시켰고, 이후 이런 시도 자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FTC가 탄생한 것이지요. (스탠다드 오일이 분할되면서 생겨난 회사들의 후손이 오늘날 엑손 모빌이나 쉐브론 같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회사입니다.) 


공정위 역사 공부는 아니니 대략 이 정도만 언급하고, 아무튼 공정위가 감시하는 것은 특정 산업에서 한 기업이 다른 기업과 가격 등을 담합하는 행위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로 들여다보는 것이 기업 간의 인수합병으로 과도하게 독점력이 올라갈 가능성에 대한 것입니다. 우아한 형제들의 딜은 두 번째에 해당되는 사안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승인 가능성이 낮은 딜


이번 인수가 승인되면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3개 회사가 한 회사가 되는 셈인데요, 이 셋이 배달앱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9%가 나온다고 합니다. 쿠팡이나 카카오 등도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이 3개 회사의 장악력이 워낙 강해서 이 3개 회사가 그냥 배달앱 시장 전체인 셈이죠. 


공정위의 승인에 대한 변수는 바로 이 부분 같습니다. 만약 배달앱이라는 시장이 다른 시장과 섞일 여지없이 아주 분명하게 존재하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그대로 인수 합병될 경우 시장 경쟁을 제한할 것이 분명하다면 공정위가 불허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집니다. 


지난 2~3일 사이 나온 수많은 기사들에 인용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나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우려를 보면 배달앱이라는 시장이 존재하고, 이 시장은 이미 위 3개 회사가 장악하고 있는데, 그나마 지금까지는 서로 경쟁하느라 식당에게는 수수료 적게 받고, 라이더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주고 했는데, 한 회사가 되었을 때도 과연 그렇게 되겠느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존재합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공정위가 승인할 리가 없죠. (실제론 내년 상반기 총선이 있기 때문에 설사 공정위가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린다고 해도 절대로 선거전에 발표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식당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엄청 많거든요. 물론 불허할 것이라면 선거전에 발표할지도…)


하지만 이 논리만 가지고 막아서기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추가로 고려할 점


1. 배달시장에 대한 판단


우선 생각해볼 만한 것은 과연 배달 시장에 배달앱만 있느냐는 겁니다. 뭔 소리야 하시겠지만, 우리나라 외식 시장 규모는 130조 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 중 배달앱을 거쳐가는 매출은 대략 10조 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금액 전체가 배달의 민족의 매출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건 취급액이라고 부르고, 이 중 일부분이 배달의 민족의 매출액으로 인정됩니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의 18년 매출액은 3천2백억 원 정도입니다. (쿠팡의 총판매금액이 10조 원이 넘는다고 하지만 회계적인 매출액은 4조 원대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걸 설명하기 시작하면 아예 이 이야기만 써야 하니 이 글에서는 패스하겠습니다.) 


분명 취급액 10조 원 규모의 배달앱과 그 연계 시장만 보면 배민, 요기요, 배달통은 독과점 기업이 맞습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죠. 보통 상위 3~4개 기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제곱해서 합한 숫자가 0.18이 넘어가면 과점 시장의 조짐이라고 하는데 (경제학 배운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그 유명한 HHI입니다. 허핀달-허시먼 인덱스라고 하는.) 배달앱 3사의 합계 시장점유율이 99%이니 이건 계산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배달 시장은 분명 130조 원의 거대한 외식 시장의 한 부분이고, 외식 시장 전체의 변화는 온라인이 이끌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맛집은 줄 서야 하고,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업종은 중국집과 치킨집 정도였던 상황이 이제는 배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이들은 배달 거리가 너무 멀지 않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굳이 비싼 상가 1층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위생허가만 받을 수 있다면 뒷골목의 작은 가게에서 만들어도 얼마든지 장사가 가능하죠. 좌석 손님이 없으니까요. 때문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죠.) 기존 식당들도 포장 판매 (사실상 배달)에 나서면서 기존의 상권과는 별개의 온라인 배달 상권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식당에 가서 먹는 편리함이 있으니 전체 외식 시장에서 배달이 절반까지 가는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1인 가구 증가와 배달의 편리함을 고려하면 배달 시장이 10조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죠. 


실제로 입어보고 맞춰봐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제대로 판매될 리가 없다고 했던 산업이 패션입니다. 많은 업체들이 오프라인에 안주했었죠. 그리고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패션업체는 온라인의 무신사이고, 미국에서는 오프라인에 집중했던 포에버 21이 파산하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죠. 패션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판매가 가장 어려운 물품 중에 하나라고 했던 신선-냉장육 제품들도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마켓컬리가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외식업에서 일어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배달앱의 취급액이 10조 원이 아니라 몇 년내에 40~50조 원까지도 성장할 여지가 있는 거죠. 


만약 그렇다면 배달앱 시장은 아직까지 초기인 셈이고, 시장이 고착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독점 가능성에 대해 원칙과는 다르게 판단할 여지가 생깁니다. 


PC 시장 극초기에는 애플만 시장에 있었고, SNS 극초기에는 싸이월드나 페이스북만 있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들은 각각 독점 기업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시장 형성 초기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뛰어들어서 이를 해체해버리거나 업체 간의 인수합병을 불허하지는 않았던 거죠.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지만, 만약 지금 그 딜이 일어난다면 FTC가 기존과 동일한 입장일지는 의문입니다. 그 사이 SNS 시장이 고착화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우리나라 공정위가 2009년 이베이의 지마켓과 옥션 인수에 대해 승인한 것 역시 오픈 마켓이라는 산업이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아서 장기적인 경쟁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때 인수 후 3년간 판매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인상하지 못하는 걸 조건으로 승인했었습니다. 


우아한 형제들의 이번 딜 역시 식당에서 받는 수수료나 광고료,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등을 현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못하게 상당 기간 통제하는 걸 조건으로 승인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2. 해외 진출 가능성


국내 시장은 규모가 참 크지만 동시에 애매한 시장 규모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이 초기에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아주 세련되고 멋진 고객을 가진 시장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무조건 해외 진출을 고민해야 하는 시장 사이즈입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했었던 카카오톡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난 후에 외형적 성장은 지지부진하면서 택시니, 커머스니 하는 쪽으로 방향을 넓히고 있는 것이 시장 규모의 한계 때문입니다. 국내에만 머물렀던 카카오톡의 사용자는 2017년 기준으로 5천만 명 정도이지만, 라인의 경우 동남아와 일본 등에서 2억 명의 유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카카오톡보다 시작이 늦었던 미국 Whatsapp의 경우 사용자가 15억 명으로 전 세계 최대 메신저입니다. 정작 자국에서는 2천3백만 명에 불과한데 말이죠. (미국 국내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1위입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국내에만 머물면 성장 기회가 제한되는 것은 너무도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부지런히 시도하는 것 같고, 그 대상은 시장 성숙도나 성장성, 인구 구조, 접근성과 문화적 이해도 등을 고려할 때 동남아가 최적인 것 같습니다.


우아한 형제들이 이번 딜에 대해 설명하면서 크게 내세웠던 것이 바로 이 점입니다. 창업팀이 그냥 지분을 해외에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라 독일 업체와 힘을 합쳐 한국의 서비스를 해외, 특히 아시아 시장에 소개하고 그곳에서 경쟁하겠다는 의지였죠.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지 않고 DH 본사 지분과 맞교환하고 이 중 일부는 다시금 아시아 진출을 위해 세우는 조인트벤처회사에 투자하는 구조만 보면 창업팀이 현금받고 엑시트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아시아 시장에 나가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3. 스타트업 업계의 시선


스타트업 업계에게는 이번 딜이 ‘아, 저 정도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업체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아서 저런 방식으로도 더 큰 시장에 도전해볼 수 있구나’ 같은 메시지로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해외 시장에 그냥 수출 형태로 도전하거나, 아니면 해외 지사를 세워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 아니라 저렇게 해외 자본을 가지고 와서 그 돈을 활용해 해외에 내가 생각해낸 사업 모델을 적용해보는 도전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최소한 지금 스타트업에 있는 사람들에겐 희망적인 메시지입니다. 


창업 초기 기업들이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그런 제품은 국내에서는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데, 해외에 진출해볼 생각은 있어요?’라는 것이고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참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몇몇 분들은 4조 7천억 원의 인수 대금이 전부 국내 자영업자의 고혈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출액 3천억 원인 우아한 형제들에 대해 외국 투자자가 4조 7천억만큼의 기업 가치를 인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그 대금을 주는 것이고 대금을 받는 업체도 외국계 투자자들입니다. 배민의 외부 투자자 대부분이 외국계이니까요. 


배민 매출이 지금은 고작 3천억 원이지만 투자자가 4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이상 그보다 많은 돈을 한국 자영업자에게서 빼앗아가지 않겠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건 이제부터 국내 시장에서 생기는 변화에 따라 다른 겁니다. 다른 업체들이 등장해서 배민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을 수도 있고, 자영업자들끼리 혹은 소비자들끼리 뭉쳐서 배민에 대항해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 수도 있겠죠.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원래 M&A는 승자의 저주라고 해서 목적한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투자한 금액의 변변한 회수도 못하고 패퇴하는 경우도 많은 일입니다. 4조 원이 넘는 인수는 그 자체로 도박에 가깝죠. 그리고 정말 배민 연합군이 수수료 등을 과다하게 높일 위험이 강하다면 다른 논리를 아무리 가져다 붙여도 공정위에서 승인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만약 공정위에서 높은 시장점유율 하나만 가지고 간단하게 불허한다면 스타트업 업계에게는 아주 안 좋은 메시지입니다. 


스타트업은 최대한 빠르게 성장하고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서 증시에 상장을 하거나 외부 투자자에게 기업을 팔아넘기는 걸 목적으로 하는 일이죠. 그리고 증시 상장을 하려면 창업자의 자기 지분이 높아야 가능한데 지금 배민의 지분율은 그동안 마케팅에 쓴 엄청난 돈을 조달하기 위해 많이 낮은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증시 상장이 상당히 곤란할 정도로 지분율이 낮습니다. 그렇다면 외부 투자자를 불러들여서 지분을 현금화하는 등의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이 정도까지 덩치를 키우고 나면 당장 투자자 찾기가 난감해집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 간 최대 M&A가 4조 원이 조금 넘었던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M&A였을 겁니다. (물론 그 뒤에 홈플러스 딜이 그 기록을 한참 넘었죠.) 


아무튼 조 단위 이상의 M&A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서도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업계에서 매출이 몇 천억 원을 넘어서면 기업 가치는 그냥 몇 조원대가 됩니다. 기업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가 매출의 성장성이다 보니 성숙 시장에서 안정된 매출을 갖춘 기업체보다 매출 규모가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가치가 더 비싼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이때 시장점유율이 너무 높아서 승인되지 않는다면 창업자 입장에서는 ‘엑시트를 하려면 무조건 IPO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업체를 성장시키지만 절대로 자기 지분율은 낮추면 안 된다는 뜻이냐’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자기돈으로만 사업하면 된다’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렇게 따지면 증권시장이라는 개념, 보다 넓게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주식회사의 개념을 부정하게 됩니다. 물론 배민의 경우는 2,3등 업체가 1위를 사는 산업 내 딜이라서 시장점유율이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되는 특수한 케이스이기는 합니다만, 이를 외부에서 지켜보는 스타트업 업계 입장에서는 국내 대기업의 M&A에도 제약이 많고, 국내 펀드 시장의 규모도 크지 않은데 저렇게 해외에 매각하는 방법도 있구나 싶어 좋아할 만한 구조이고 이게 불허되면 ‘도대체 이런 것도 승인 안 해주면 어떻게 엑시트 하라는 말이냐’라고 화를 낼만한 모양새이긴 합니다.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다음 글에서는 이번 딜이 승인된 이후의 효과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국내 배달음식, 넓게는 외식 시장의 변화에 대한 글입니다. ▶ 읽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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