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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제작소 Jan 26. 2021

슬픔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과정

난니 모레티 감독의 <아들의 방>

없다! 한 순간, 아들 안드레는 저 세상 사람이 되어 버리고, 남은 세 가족의 삶은 조금씩 흔들린다.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 조반니와 그의 아내 파올라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딸 이레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부재는 당황스럽다. 그것이 한순간의 아쉬운 선택에 의해 운명이 갈려 버렸을 때에 찾아오는 슬픔은 무겁고도 두껍다.


그래서 죽음은 산 자의 몫인가보다.


이 모든 것들은 슬픔을 배가시키는 동시에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가를 보여준다.

난니 모레티 감독의 '아들의 방'. 2001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로베르토 베니니, 잔니 아멜리오와 함께 1990년대 이탈리아의 트로이카 감독으로 불리는 난니 모레티가 연출·각본·주연을 맡고, 라우라 모란테, 주세페 산펠리체, 스테파노 아바티 등이 출연했다. 단란하던 중산층 가정이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으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통하여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이탈리아 다비드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2001년 제54회 칸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기까지, 살아남은 자들이 겪어야하는 가슴 아픔의 과정은 요란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오히려 사고를 당하기 이전보다 조용하고 차분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 짙게 내리 누르는 슬픔의 무게는 시종일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과 대사들은 오히려 더욱더 부재에 대한 아픔을 핥고 있으며, 단순함은 슬픔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들의 소품에서부터 음악, 분위기, 약속, 대화, 아들의 방, 그리고 아들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아들의 여자친구로부터 온 편지까지. 이 모든 것들은 슬픔을 배가시키는 동시에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가를 보여준다.


죽음이 산 자의 몫이듯, 삶 또한 남은 자들의 몫이다. 단란했던 가정에 몰아닥친 불가해한 상황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종교도 아닌 오직 살아남은 자들의 순수한 의지에 의한 것이며, 그 극복의 결말에 보여주는 웃음 속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슬픔도 힘이 된다'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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