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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제작소 Jun 15. 2021

누구나의 사랑이 되는 순간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를 다룬다. 1960년대 서부, 남성성의 상징과도 같은 두 카우보이의 20여년에 걸친 관계를 그리고 있다.


만년설로 뒤덮인 여름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방목하는 양떼를 돌보던 이들은 그곳의 혹독하고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서서히 피어나는 감정이라기보다는 어느 한 순간 훅하고 들어오는 감정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다. 


허락되지 않은 사랑을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선까지 끌어 올린 것은 침묵과 여백의 연출이며, 아름다운 자연 풍광으로 그들에게 에덴 동산이 되어 주었던 브로크백 마운틴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양떼들을 돌보던 두 명의 남자는 그들에게 찾아 온 감정을 낯설어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를 목장주에게 들킨데다가 우박을 동반한 폭풍우로 인해 몇 마리의 양을 잃어 버리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산을 내려 온 두 사람은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20여년의 세월 동안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을 반복한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 그러나 소수의 사랑(퀴어 시네마)을 다루면서도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으로 이끌어가는 영화의 맥락이 대단하다. 누구는 그들의 사랑 때문에 불편한 영화일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는 ‘누구나의 사랑’에 관한 감동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우울하고 퇴폐적이며, 어두운 것들을 말끔히 걷어내고 대자연의 풍광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남과 이별이다. 많지 않은 대사 속에서 그들의 감정을 실어 나르는 것은 눈빛과 표정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배경이 되어주는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공간은 그들에게 시작의 공간이었으며, 만남의 공간이며, 둘만의 온전한 장소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서 온전히 감정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 공간을 두고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조금 다른 의미의 해석도 가능한데, 우선 그들의 직업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카우보이(cowboy)라는 직업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지만 소몰이꾼으로 서부개척 시대의 주역이었다. 숱한 서부영화 속에 등장하는 카우보이도 모두 소떼를 몰고 다니지 양떼를 몰거나 돌보지 않는다. 아무래도 양떼를 몰고 다니는 카우보이는 익숙하지 않다. 


영화의 제목이며 그들이 처음 만난 곳이며, 그 이후에도 오붓한 시간을 이어가던 만남의 장소였던 곳이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일주일에 한 번 부식과 필요한 물자를 지급받기 위해 산을 내려오는 것을 빼곤 여름 한 철의 그곳은 그들에게 온전히 둘만이 존재하는 ‘에덴동산’이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카우보이라기 보다는 에덴 동산에서 양떼를 지키는 목자의 이미지로 그려지기도 한다. 


영화 초반에 그들에게 양들을 방목하는 일을 주면서 목장주인 아귀레는 지켜야하는 규율을 전달하는데 이는 여호아 하나님이 그의 모습으로 인간을 만들고 에덴 동산에서 살아갈 규율과 금지된 행위를 알려주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이 둘의 관계는 태풍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방목장을 방문한 목장 주인에게 들키고 마는데, 이때 목장주는 높은 자리에서 망원경으로 이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마치 신이 지상의 피조물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앵글이 잡힌다. 


목장주의 규율을 어겨 양떼를 잃어버린 것으로 이들은 브로크백 마운틴을 하산하고 일자리를 잃는다. 에덴 동산에서 벌거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았던 아담과 하와는 신의 규율을 어기고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몸이 벗은 줄을 알’게 되면서 에덴 동산에서 추방된 이야기와 겹친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추방된 이들은 각자의 길로 돌아가 일반적인 가정을 이룬다. 4년 후 잭의 엽서를 받은 애니스는 이후 1년에 한번 꼴로 만나서 추방된 땅 에덴 동산과도 같았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허락되지 않은 사랑을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선까지 끌어 올린 것은 침묵과 여백의 연출이며, 아름다운 자연 풍광으로 그들에게 에덴 동산이 되어 주었던 브로크백 마운틴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침묵과 여백 사이로 잔잔한 감정들을 포진시키며 진행되던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묵직하고 아프며 슬프게 달아오른다. 


광활한 대자연의 풍광이 작은 사진 속에 담기고, 잊혀진 소품의 등장으로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그 여운은 길고 오래도록 남아 잊혀지지 않는 한 편의 영화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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