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의 라운지, 그리고 카타르 항공타고 도하공항 경유하여 파리 까지.
2024.9.11(수)
드디어 출발이다. 나는 일주일 전부터 '드디어' 설레기 시작했다.
짐은 출발 전주 토요일에 세팅해 두었다.
고민 끝에 30인치 캐리어 2개, 24인치 캐리어 1개, 기내용 캐리어 1개 총 4개의 캐리어로 온 가족이 각각 1개의 캐리어를 맡기로 했다.
사실 초3 2호가 아무리 기내용이라지만 캐리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 3개만 가져가려 했는데 굳이, 굳이 본인도 가져가야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쇼핑으로 늘어날 짐을 대비해 빈캐리어 수준으로 기내용 캐리어를 2호에게 배당하였다.
결과적으로는 2호는 기내용 캐리어 전담마크를 훌륭하게 해냈고, 자고로 여행짐은 자가증식하는 법이어서 안 가져갔음 큰일 날 뻔했다.
출국은 새벽 1시 비행기라서, 사실 당일 휴가는 안 쓰려고 했는데 우리의 파워 J-DADDY는 무려 8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는 기막힌 계획을 나에게 선사하셨다.
반반차 쓰기는 너무 아깝고.. 고민 끝에 8시-17시 유연근무를 사용해서 5시에 퇴근을 하고 후다닥 집으로 달려가 6시 40분경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타기로 했다.
사실 주변 지인들이 공항은 어떻게 가냐고 물을 때, 공항버스 탄다고 했더니 초등학생 둘이랑 버스를 탄다고?! 라며 놀랐다.
공항 내 단기 주차 내지는 콜밴을 이용하는 게 대부분의 초등학생이 있는 집의 선택지인가 보다.
하지만 우리 집 캡틴은 여간 깐깐한 게 아니다. 계획만 철두철미한 사람일리가. 절약정신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공항버스 가격도 만만치 않던데 콜밴 부를까? 다들 놀라더라?"
"대체 누가 놀라? 지영아, 콜밴 가격 찾아는 봤니?"
"다 놀라던데?
(빠르게 핸드폰으로 콜밴 가격을 검색한다)"
(사실 뭐 두어 명이 놀라긴 했다. 6인승 콜밴은 아무리 뒤져봐도 최소 8만 원 이상이긴 했다. -_ -;;)
그에게 있어 콜밴과 장기주차 따위는 선택지에 있지도 않았다. 나는 또 파워 P-MOMMY + 빠른 포기가 주특기라 쉽게 포기했다.
원래 캡틴의 계획은 이미 오래전부터 집 앞의 정류장에서 공항버스를 타는 거였는데, 나는 또 임기응변의 P 아니던가?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미친듯한 검색력으로 2개의 옵션을 선택했다.
Option(1) 대치역 앞에서 6009번 공항버스 타기
(요금) 어른 17,000원, 어린이 11,000원
(장점) 집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바로 정류장
(단점) 1시간 20분가량 소요(대치동-도곡2번출구-타워팰리스-매봉삼성아파트-양재역-뱅뱅사거리-파이낸셜뉴스-강남역-논현역-신사역-신사동까지 강남 일대는 정류장 정차 후 그 이후 무정차로 인천공항까지 가다 보니 오래걸림)
Option(2) 삼성역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인천공항까지 직행버스 타기
(요금) 어른 18,000원, 어린이 12,000원
(장점) 한방에 다이렉트로 인천공항까지 직행
(단점) 집에서 도심공항터미널까지 이동하려면 누군가가 태워다 줘야 함
두 개의 옵션 중 2번이 훨씬 더 빨리 도착할 것 같아서 잽싸게 수요일마다 집에서 1,2호를 봐주시는
시아버님께 부탁드렸다.
"아버님, 저희 코엑스까지만 태워다 주실 수
있으셔용??"
말없이 네비 찍어보시는 아버님.ㅎㅎ
아버님 덕분에 우리는 코엑스 도심공항터미널로 가서 여유롭게 저녁 7시 출발하는 인천공항행 직행버스를 타고 편하게 이동했다.
추석연휴 3일 전 평일 저녁이라서 공항터미널에는 사실상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운영을 하지 않아서인지 조용.
우리가족을 제외하고 부부 두 분, 친구 두 명 여행객 이렇게 세 팀밖에 없었다. 일반 버스 정류장이 아닌 도심공항터미널이라 혼잡스럽지 않고 여유롭게 짐을 싣고 내릴 수 있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퇴근시간이 거의 끝나가기는 해서 크게 막히진 않았지만 원래 시간표상 소요시간보다는 15분 정도 더 걸린듯했다.
아마, 1번 옵션을 선택했다면 퇴근길 강남 일대 정류장에서 꽤 시간을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자기 위안을 삼았다.
저녁에 도착한 공항은 묘한 매력이 있다. 고요한 도시의 한산함 속에 반짝임과 설렘이 공존하는 매력이랄까? 모두 잠든 도시에서 떠날 때의 그 쾌감이란!
추석연휴로 우리처럼 여행 가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았다. 일찍 도착은 했는데 사실상 탑승수속 카운터가 9시 30분부터 오픈이라서 괜히 줄서서 기다렸다. 나는 저녁을 먹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배고프다며 짜증이 올라오는 사춘기 문을 막 두드리고 있는 첫째 초6 언니의 레이더를 감지하고 쉑쉑버거에 가서 감자튀김 하나 사 오라고 했다. 줄 서 있는데 둘이 감자튀김 딱! 하나 사들고 만면의 미소를 띠고 돌아오는데,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ㅎㅎ
미리 웹체크인을 하면 좌석배정도 원하는 곳으로 선택할 수 있고, 수하물만 싣는 쪽으로 대기줄이 짧아 금방 수속을 마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인지 48시간 전 체크인이 되질 않았다. 계속 시도했지만 아마 1호의 생일이 출국 당일에 딱 만 12세가 되는 것 때문인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결국 우리는 긴 줄에서 30분 정도 대기 후에 체크인을 마쳤다. 데스크에 물어보니 외항사(카타르항공) 사이트라서 종종 그럴 수 있다고 하는데, 원인은 본인들도 모른다고 알려주지 않았다.-_ -;;
나름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공항 라운지를 즐기기로 일찌감치 계획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이용한 카타르 항공의 제1터미널의 심야시간에 문을 여는 라운지는 "스카이허브라운지" 뿐이었다.
여행 전 미리 '우리트래블체크카드'를 남편과 각각 만들어 무료 라운지 이용권을 획득하고, 삼성카드 이벤트로 받은 이용권으로 1호가 입장하기로 했다. 그리고 둘째는 제휴카드 할인을 받아 이용했다. "더라운지앱"을 다운로드하면 연계된 카드로 이용권을 다운로드하여 이용할 수 있어 편리했다.
사실 내 인생의 해외여행이 몇 번 되지도 않고, 시간적 여유가 없이 도착하곤 해서 라운지 이용은 이번이 거의 처음에 가까웠다. 기대가 커서 그랬던 걸까? 스카이허브라운지는...돗때기시장 같았다. 규모도 크지 않았고, 24시간 운영 라운지가 여기뿐이어서 인지 줄을 서서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래도 줄이 빨리 줄어들긴 했는데 체크인하고, 면세품 인도장 들르고 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탑승시간 1시간 전이 돼버렸다.
어렵게 입성한 라운지는 연휴성수기로 어수선하기도 했고 야간시간에는 컵라면, 간단한 핑거푸드, 맥주, 음료 등만 제공된다. 선택의 여지없이 컵라면 각각 1개씩 후루룩 흡입하고, 커피도 마시고 물도 마시고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사람들이 워낙 들락날락하다 보니 뭔가, 비위생적으로 치워지지 않은 테이블들이 즐비했고, 생각보다 별로였다.
그래도 빠릿빠릿하고 계획적이거나,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젊은이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화장실 가서 세안도 하고 비행기 타기 전 이미 잘 준비를 마치기도 했고, 핸드폰 충전도 하면서 잘 즐기는 것처럼 보이긴 했다.
우리는 그렇게 짧은 라운지 이용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탑승구로 향했다.
라운지에서 먹은 컵라면, 뱃속에 가득 안고, 출렁이는 마음 부여잡고 탑승구로 향했다. 유럽노선으로 대형여객기이다 보니 구역을 나누어서 탑승했다. A존, B존, C존으로 나뉘어져서 일부러 미리 줄 설 필요도 없고 좋았다. 2호 덕분에 우리는 우선 탑승 혜택을 누렸다. 특별히 그 쪽으로 가지도 않았는데, 우선 탑승 하게 도와주셨다. 이제 긴 비행시간이 남았다.
(1구간) 인천공항-도하공항 10시간 - 2시간 30분 대기 - (2구간) 도하-샤를 드골 공항 6시간
대망의 기내식을 먹고, 양치를 마친 뒤 새벽시간이라 거의 영화 볼 틈 없이 잤다. 아이들도 시간이 시간인지라 금방 잠들었다. 나는 기가막히게 2차 기내식 전에 눈을 떴다. 2호는 너무 곤히 잠들어서 깨우진 못했다.
기내도 깨끗하고 깔끔했고 기내식도 무난했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1구간 비행을 마쳤다.
도하공항에 도착해 내리는데, 후텁지근한 한국의 날씨를 도하에서 재회했다. 그런데, 내리자마자 캡틴이 말한다. 모자를 두고 내렸다고. 띠로리. 이러기 있기? 의외의 복병이었네 캡틴.
나오자마자 transfer 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카운터에 얘기 했는데, 일단 다음 구간 비행하는 곳에 가서
말하라고 한다. 알겠다고 대충 얘기하고 나왔다. 찾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나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나가는 P니까. ㅎㅎ
도하공항의 마스코트 같아 보이는 노랗고 거대한 곰돌이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 찍고,
24시간 운영한다는 도하공항 면세점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2호가 두번째 기내식을 못먹어서 KFC에 가서 처음으로 트래블월렛도 써봤다. 이거 참 요물이다. 경유지 화폐까지 환전할 생각은 못하기 마련인데, 이 카드 한장이면 어느나라 화폐로도 환전 충전해서 사용가능했다. 우리 K-초딩들의 메인메뉴 불고기버거가 없는 관계로 익숙한 트위스터 세트 2개를 주문했다.
별 생각없이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내역을 자세히 보는데, 세상에 마상에. 트위스터 세트 1개가 15,000원이다! 오마이갓! 기름나라 물가 대박이네. 심지어 면세물건들도 한국에서 사는게 더 저렴할 정도였다.
그래서 대충 훑어 보고 나름 경유지니까 마그넷 하나 사고 탑승 카운터쪽으로 일찌감치 넘어가서 대기했다.
경유시간이 길면, 밖으로 나가 사막투어도 할 수 있다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탑승 전 모자를 찾을수 있는지 데스크에 물었지만,
여기선 또 다른 소리를 한다. 여기선 찾을수 없단다.
이미 너무 멀리와서 자기들이 거기서 모자를 받을수가 없다. 다만, 이메일에 남겨주면 나중에 인천으로 보내주겠다. 그렇게 모자는 바이바이. 아디오스.
짧은 경유지 대기시간이 끝나고 2구간은 기내 가운데 4개 좌석에 나란히 쭈욱 앉아왔다.
영화도 보고, 오르세미술관 벼락치기로 가져온 책도 읽으면서(비행기에서 완독했다!닥치면 뭐든 하는 P)
파리까지의 6시간을 보냈다.
2호는 심지어 마지막에 마작게임에 빠져서(진짜 마작룰인지는 모르겠음)이거 너무 재밋어!라며 거의 비행기 문 열릴때까지 게임에 몰두했다. 진짜 재밋는 친구야.
(그런데, 게임에 몰두한 이 아이 덕분에 잊지못할 경험을 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