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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달 Mar 23. 2023

욜로족은 오늘을 사는걸까

갑자기 글쓰기 28

영화를 봤다. 넷플릭스에서 쓰레기 같은 영화만 골라보는 이유는 전혀 감정의 동요을 주지 않는 드라마 보듯 킬링타임용이라서. 간간히 작품성 인정받는 영화들이 포진해 있지만 저장목록에 들어가 재생은 요원하다. 그래서 또 보게 된 시시껄렁한 영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동거를 시작한 주인공은 보험중개인으로 항상 시간에 쫓긴다. 아버지처럼 무책임하지 않겠다며 성공을 위해 책임감을 무기로 미친듯이 쫓기듯 살고 현재는 그저 미래를 위한 오늘이다. 반면 주인공의 애인은 여유가 넘치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로 주인공의 생일파티를 멋지게 준비하지만 역시나 주인공은 수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늦고만다. 생일파티를 기점으로 매일 자고 일어나면 일년이 후딱 지난 그다음 생일..또 순식간에 다음해 생일...주인공은 드디어 성공하고 아이도 생기나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도 아이도 떠나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종국에는 반성하는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니 마법처럼 시간은 정상적으로 흘러간다는..지극히 뻔한 교훈을 상상력으로 전개한다.


그래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한때 유행처림 욜로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중에 후회하지 말게 지금 이순간의 행복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던 것은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들을 경계하란 의미도 있으렸다. 하지만 오해하고 사용하면 위험할지니


남편이 카톡을 했다.

-형님은 결심한 대로 사시네. 생일이라고 떠서 본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니.

오늘을 산다. 찬란하게.


형부는 이러저러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좋은 직장을 잃었다. 다음에 선택한 직업은 보험중개인으로 주변인들에게 보험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반강제로 들게 한후 퇴사한 후 무직 상태이다. 친정부모님이 주는 돈과 전세금 차액을 까먹으며 비싼 자전거를 사서 동호회 활동을 하고 고급 식재료를 사서 음식을 만들며 살고 있다. 집 역시 친정부모님이 결혼할 때 마련해 준 거다. 적금 같은 것은 들어본 적 없다. 얼마전 만났을 때는 부부가 애플와치를 차며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한다. 형들과 본가에 돈이 필요하다면 턱턱 선심도 잘 쓴다한다


머리는 청담동에 가서 사만원이상의 커트를 하는 등 좋은 곳 좋은 음식 좋은 물건을 이야기하는 형부의 카톡 프로필처럼 진정 오늘을 찬란하게 살고 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내일은 우리 친정부모님의 주머니에서 있다고 믿는 것일 수도.

이것도 욜로일까. 분명 오늘 지금 이순간에 머무르고 있는 형부와 언니는 욜로족인가.


하고싶은거 좋은 거만 하고 살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마약을 하고 싶다고 하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불륜을 저지르고 먹는 게 좋다고 끝없이 먹는 것이 내가 오늘 이순간을 진심으로 산다 할 수는 없을 터.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으로 지금에 만족하는 것을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 자신의 마음을 위해 선택하고 떠나는 것이 단순히 순간의 안온과 편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올바른 가치의 기준 안에서 움직여야 진짜 오늘을 제대로 사는 것이란 생각. 욜로족도 단순히 힘든 직장 때려쳐 하고 싶은 거 다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자신의 가치와 행복의 기준을 제대로 세우고 오늘을 살라는거겠지. 가끔 그것을 혼란스럽게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내일을 위해서만 살지 말라는 거지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진짜 한번 사는 인생,  구차스럽고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속편한 그들의 오늘이,미래에 우리에게 끼칠 짜증나는 영향이 신경질나는 나는 걱정  많고 타인의 인생에 투덜대니 욜로족은 글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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