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최성호 Dec 30. 2020

자랑스런 한강의 기적의 이면과 동전의 양면

과도한 선행학습 경쟁과 사교육, 조기 유학, 대치동과 스카이캐슬, 이와 같은 현상들은 왜 나타나는 걸까? 이것은 비정상적일까?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우리나라가 지난 반세기 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초토화되고,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다. 당장 먹고살 것도 구할 수 없어서 해외 원조를 받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1961년도 대한민국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은 91달러였다. 115달러인 캄보디아, 110달러인 태국보다도 못사는 나라였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민족이다. ‘우리도 정말 잘살아 보자’고 부모 세대들은 정말 열심히 살았다. 지금 필리핀, 베트남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궂은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60~70년대에 한국인들은 해외에 나가서 열심히 외화를 벌어왔다. 국가 주도하에 계획적으로 공장을 짓고 경제를 개발했다.


80년대에 민주화를 거치고, 90년대에 본격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1977년에 처음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를 돌파하고, 1994년에는 그 10배인 10,000달러를 돌파했다. 97~98년에 IMF를 겪으면서 한 번 꺾였지만 전 국민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했고, 2008~2009년에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이 또한 금방 회복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0,000달러 시대를 열었다.


한국 경제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만큼 눈부신 발전을 했다. 20세기 중반 초토화된 땅에서 100달러도 안 되는 1인당 국민소득으로 시작해서 60년 동안 무려 300배 성장한 것이다.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이제는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도 바로 한강의 기적에서 나타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달성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이다. 쭉 이어서 4만 불, 5만 불 시대로 가면 좋겠지만 대한민국의 경제를 끌고 갈 마땅한 미래 성장 동력이 없다. 게다가 중국은 앞지르고 일본과의 관계는 악화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제는 좋아졌지만 소득불균형은 더 심해졌다.


과거에 눈부신 발전을 한 것은 맞지만, 단지 과거의 일일 뿐이다.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문제는 과거에 빠르게 압축 성장을 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성공 신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과 대학 진학률을 연관 지어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 시기에는 새로운 기업이 생기고 공장도 짓고 일자리가 늘어났다. 하지만 그에 비해 교육받은 인재가 부족했다. 80년대에 대학 진학률은 30%대였다. 10명 중에 3~4명만 대학을 졸업했고 나머지는 모두 고졸 이하였다는 뜻이다. 당연히 대학을 나오기만 해도 취업이 보장되던 시기이다. 엘리트 지식층에 능력이 있다면 고속 승진도 가능했다.


일자리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경제 전반에서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일례로 민간이 만든 대형 병원이 있다. 인제대 백병원, 가천대 길병원, 건양대 김안과, 차의과대학 차병원 등은 모두 개인이 작은 의원으로 시작해서 거대한 병원이 되고, 대학교까지 설립하게 된 사례들이다. 이들의 기적과도 같은 성공은 전설적인 이야기이다. 의사가 선망의 대상이 된 데에도 이들이 분명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70~80년대에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의과대학도 부족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거의 책임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개업을 하면 1~2년마다 작은 건물을 하나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잘 벌었다. 그중 일부가 특출나게 성공한 것이 앞서 말한 대학 병원이 되었다.


90년대부터는 전국에 의과대학을 신설하기 시작했다. 의사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당연히 의사 1명당 평균 수입은 줄어들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경제가 안정권으로 접어들면서 기적이 일어날 기회도 줄어들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럴 때에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 무엇일까? 당연히 주입식 교육이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지식을 우리가 직접 연구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지식은 이미 선진국에 다 있다. 중요한 것은 빠르게 외국의 기술과 지식을 들여와서 가르치는 것이었다. 직접 연구하면 10년 걸릴 일이지만 외국에서 배워서 주입식으로 가르치면 1~2년이면 족하다.


나는 과거 압축 성장 시기에 주입식 교육을 채택한 것은 아주 당연하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입식 교육 외에 다른 대안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시의 주입식 교육은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사실이다. 주입식 교육은 우리가 빠르게 기술과 지식을 배워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때까지만 통하는 임시방편이었다. 우리의 교육은 처음부터 언젠가는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운명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주입식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선택받은 특권층과 대다수의 루저를 양산하는 사회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