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배달의 뜻밖의 효능

by 일상의효능

이직 3개월이 지났다.

‘드디어’이기도 하면서 ‘벌써’이기도 한, 양가적인 시간이었다. 입사 3개월은 서로 궁합을 보는 수습 기간으로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 적응하느라 한 주는 초침처럼 빠르게 지나가면서도, 이 긴장이 얼른 끝나길 바라다보니 한 달은 시침처럼 무겁게 움직였다.


시간이 드디어와 벌써를 오가는 사이 어느덧 3개월이 찼고, 수습 해제 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식 동료가 됐다. 비로소 작년 7월부터 시작된 긴 이직 여정의 끝맺음이었다. 회사는 수습 해제 기념으로 선물을 보낸다고 했다.


바람 많이 불던 지난 금요일, 재택 중에 벨이 울렸다. 택배로 올 줄 알았던 회사 선물은 다름 아닌 '꽃'이었다. 꽃 배달부는 나이 지긋하신 왜소한 체구의 할아버지였다. 잠실 회사에서 꽃을 받아 이 동네 오류동까지 지하철 타고 오신 것인데, 궂은 날에 먼 길 오셨다. 할아버지는 사인을 부탁하시면서 내게 말을 건네셨다.

“취직했나 봐요~?”


아마 뒤집힌 사다리꼴 기둥 모양 봉투에 담긴 꽃다발 위에 꽂힌 축하 카드를 보고 아셨을 테다.


“아 네! 맞아요~”


첫 취업으로 아신 듯했지만 부연은 하지 않았다. 나는 잘 받았다는 서명을 했고 펜을 돌려드렸다.


“잘했네요~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다 돼요~ 내가 인생 선배로서 얘기해요~”


일흔 넘은 나이에 스마트폰 들고 처음 와보는 동네로 가서 성공적으로 배달하는 일. 노인이 할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일이 있다는 것을 접하고, 직접 하기까지 분명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었을 텐데도 이렇게 성공적으로 하고 계신 모습. 계속해서 도전하는 그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게 해주신 그 말씀에 참 감사했고, 내게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커리어의 두 번째 챕터를 시작하는 지금, 꽃과 함께 시들지 않는 값진 배움을 선물 받은 것 같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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