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넌 완전히 엄마 껌딱지가 되어 있다. 코로나로 지난 4박 5일 내리 붙어있었던 탓인지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최근 회사일에 바빠진 엄마의 평소보다 늦은(그래도 6시지만) 퇴근이나 줄어든 수유량을 통해 단유를 앞두고 있음을 예감한 탓일지도 모르지. 어떤 이유에서든 오늘 넌 종일 엄마 품에 안기려, 젖을 찾으려 했다. 토요일임에도 회사일에 육아까지. 지친 엄마는 이미 너와 함께 잠들어있다.
오늘도 새로운 소식이 하나. ‘브런치’라는 창작(글쓰기) 플랫폼에 작가로 등록이 됐다. 쓰는 글은 대부분 해인이 너에 관한 생각과 경험들이 될 것 같다. 그러한 글들로 심사를 받아 작가 신청이 통과되기도 했고. 손으로 적은 육아일기를 여기에도 옮겨 적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이전에 두 번이나 심사에서 탈락했던 터라 그다지 자신은 없었는데, 네 덕분이다.
아, 엄마가 인상 깊은 이야기를 했다. 오전에 잠시 선농단에 작은 행사를 구경하러 가다 며칠 전 만난 요구르트 할머니를 다시 뵙게 되어서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인드라망’ 이 생각난다는 거다. 네 존재가 그걸 떠올리게 한다며. 나도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어떤 존재, 인연이 얽힌 그물망 비슷한 의미였던 것으로 안다. 해인이 네가 있음으로써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인연의 실로 이어지고, 얽혀가며 하나의 그물을 이뤄가는 것 같다는 의미이리라. 네가 우리에게 오기 전, 수년 간 같은 동네에서 스쳐 지나면서도 말 한 번은커녕 눈빛 한 번 조차 주고받지 못했던 이웃들과 함께 웃고 얘기 나누게 된다는 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조건 없이 네게 베풀어지는 환대에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감이 한층 깊어지곤 한다. 아가, 오늘도 너를 통해 삶이 새로워진다. 네가 우리에게 주는 값진 변화들만큼, 엄마 아빠도 좋은 것들을 줄 수 있게 노력해 보마.
(요즘 들어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에게만 마을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마을에게도 아이들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아이들의 존재가 마을을 만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