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일기
잠자기 전, 침대에 누운 해인이에게 칫솔을 건넨다. 아직 칫솔질을 잘 할 수 없어 엄마 아빠가 도와줘야 하지만 “핸이가 할꺼야” 외칠 때는 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나마 “양치, 안 할거야” 할 때도 많으니 하겠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그렇게 양치를 빙자한 칫솔 물기를 몇 분 하고 나면 그제서야 겨우 “어, 치카벌레가 있네!” 하며 양치를 시킨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엄빠가 본격적으로 양치를 시키기 전, ’핸이 차례‘ 양치 중에 갑자기 “매워요” 라는 말을 툭 던지는거다. 나와 아내는 놀라서 응? 치약이 매운가? 생각하고는 칫솔질을 멈추어도 ‘그럴 수 있지‘ 생각했는데 엊그제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맵다고..? 지난 1년 동안은 안 매웠던 치약이 갑자기..?’
“자기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 안 맵던 치약이 왜 갑자기 맵지?” 하며 해인이를 보는데 이 녀석, 칫솔을 입에 문 채 능글맞게 씨익 웃으며 ”매워요“ 란다. 그제서야 그 말의 의미를 안 우리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양치질을 미루려는 제 나름 잔머리 굴리기의 결과였다니. 꾀를 부리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엄마 아빠의 대화 맥락에서 잔꾀가 들켰음을 감지하고 머쓱하게 씨익 웃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들킨 뒤로는 아예 대놓고 ’매워요‘를 반복하며 우리 모두 깔깔대고 웃는 시간을 가졌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해인이의 성장과 행복한 웃음을 기록해두어야만 했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