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상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사실은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한 다음 국제도서전 후기를 남기고 싶었어요. 하지만 친구에게 함께 갈래? 하고 물어본 다음 답을 기다리는 사이에 일반 판매 표까지 모두 팔아버렸다는 도서전의 기상천외한 매표방식에 못 가게 되었고, 결국 박수를 치면서 제발 도서전 준비팀은 물좀 먹으면 좋겠다는 나쁜 생각을 가지기로 결심했죠.
그런데 아주 우연히, 지인분 중에서 같이 가려고 했던 분이 못 가게 되셔서 저보고 함께 하겠냐는 권유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도서전에 대한 분노와 저주를 멈추고 같이 가겠다고 대답드렸는데... 안타깝게도 그 표를 가지셨던 지인분도 일정에 문제가 생기셔서 갈 수 없게 되셨고 당연히 덤으로 따라가는 저도 방문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도서전 준비팀 물좀 먹으면 좋겠다는 저주를 하면서...
사실 여기까지는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간 있었던 일상을 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츠타야 서점 팝업 스토어가 있다는 주변 지인분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방문한 일도 있었고, 더 이전에는 서울에 있는 전시전을 돌아다니면서 평일에 사진을 찍은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시전을 다니는 겸 청와대도 방문해보자는 생각으로 예약을 뚫었고, 결과적으로 청와대도 방문했죠. 오늘은 그렇고 그런 이야기의 연속입니다.
1. 츠타야 서점 팝업 스토어 방문 후기
일본에 츠타야 서점이 있는데 국내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츠타야 서점이 일본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 이전에 국내를 벗어나 본 적이 없기에 츠타야 서점이라는 존재가 있는지조차 몰랐기에 당연히 처음 지인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떤 곳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죠. 일단 인터넷에서 찾았을 때에는 츠타야 서점은 흔히 출판업계, 혹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서점의 미래와 같은 장소라고들 이야기를 하더군요.
흔히 서점의 미래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장소 이상으로 문화 공간, 다양한 연령대가 머무를 수 있는 장소, 때로는 어린이의 꿈을 키우는 장소가 되고 때로는 어른들의 소통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하는데 츠타야 서점이 어찌보면 그런 이상에 가까운 형태를 그리고 있지 않나, 인터넷의 평으로 들었을 때는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물론 일본에 자주 다니는 동창의 입을 빌리면 광화문역 앞에 있는 교보문고와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고요(사실 그만큼 광화문 교보문고가 잘 꾸며져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일단 츠타야의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는 기획 방향성은 저도 들었을 때 마음에 들었습니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더이상 가구를, 전자제품을, 인테리어 소품을 팔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을 판다고 표현을 하고는 합니다. 그렇기에 LG전자의 렌탈 시스템이나 매트리스, 침대 렌탈 시스템과 같은 삶이 가구에 묶이는 방식이 아닌 가구가 삶의 방향에 따라 바뀌어가는 방식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죠. 츠타야 서점은 그런 의미에서 각 회사들이 밀어 붙이는 중인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컨셉을 크게, 뭉뚱그려, 러프하게 다루면서 친근함을 내세우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거창하게 설명한 만큼 팝업스토어가 대단했냐? 그렇게 물어본다면 사실 별로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남동 금싸라기 땅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서 그런지 공간을 붙여서 내기보다는 층을 나눠서, 그리고 동을 나눠서 스토어가 총 3곳으로 배치 되었습니다. 사실 큰 공간을 대여해서 팝업스토어를 연다면 다른 위치에서 넓은 장소를 토대로 열 수도 있지만 책, 문구, 전시전이라는 세 가지 컨셉에 맞춰 공간을 배치했다고 생각한다면 아예 틀린 방향성은 아니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규모겠지만요.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츠타야 서점만의 특색과 메리트가 보이는 전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아닌 말로 교보문고에서 연 팝업스토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일단 서점에서 개최한 팝업스토어라는 점은 알겠지만 그 이상의 특색이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나 팝업스토어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열린 만큼 방문객들에게 이게 어떤 의미에서 츠타야 서점을 의미한다는 뉘앙스라도 넌지시 던져주면 참 좋았을텐데, 그마저도 없었으니 사실상 펜시류의 미니멀함, 도서와 일본을 대표하는 잡지들 배치, 그리고 일본식 시티팝이 흘러나올법한 전시전, 여기에서 츠타야만의 색을 찾기 어려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세 가지 컨셉에 맞춰 공간을 배분한 것도 제 입장에서는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나인원 한남의 동편에 펜시 전시와 책방 컨셉 부스를 배치하고 서편에 전시전을 배치하는 행위, 해당 건물을 자주 드나드는 인물이라면 모르겠지만 팝업스토어를 위해 방문한 방문객이 과연 이 불편하고 자세하지 못한 루트까지 감내해야 할까요? 당장 저희도 팝업스토어가 열렸다는 이야기만 듣고 찾아왔지만 부스의 배치나 어느 장소부터 먼저 방문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해 우왕좌왕했던 감이 없잖아 있네요.
물론 나쁜 점만 있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작은 책방의 도서와 매거진 배치는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일본을 대표하는 매거진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었다는 점은 이런 포인트를 짚어낼 수 있는 관람객 입장에서 고개를 끄덕일만한 지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BRUTUS》25년 6월호가 눈에 들어왔는데요. 비록 오사카 엑스포가 다양한 부정적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소우 후지모토가 설계한 목조 건축물, 그랜드 링을 표지로 하는 사진은 압도적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반 시게루, 구마 겐고와 같은 다른 건축가들의 이름도 저절로 떠오르는 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저런 복잡미묘한 심정으로 팝업스토어를 빠져나왔고, 이후 거리를 나다니다 점심에 먹기로 했었던 산카레에 가 카레를 먹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면 보통 1. 햄버거 2. 만두 3. 카레 정도로 꼽고는 합니다. 그정도로 카레에 대해 까탈스럽기도 하고 이 집 저 집을 많이 다녀서 어느정도 일가견이 있기도 한데요. 끈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카레와 부담없는 맛이 좋은 훌륭한 카레였습니다. 물론 인터넷 메뉴판에 있는 사진처럼 큼지막한 토마토가 반 개씩 들어가지는 않고 작은 방울토마토가 톡 썰어서 들어가 아쉽기는 했지만, 사진과 실물은 다르니까요.
이후에는 좀 거리를 거닐고, 맥심플랜트에서 커피도 한 잔 하고, 조금 이른 시간에 맥주도 한 잔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행과 헤어졌습니다. 굉장히 즐거운 토요일이었어요. 사실 토요일 일정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목에 지인분께 도서전에 함께 못가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아마 토요일 일정이 없었다면 일요일날 도서전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더욱 낙담했을지도 모릅니다. 토요일날 너무 즐겁게 돌아다녔다보니 '뭐, 토요일을 알차게 보냈으면 일요일은 집에서 보내도 좋지!'라는 생각에 납득하게 된 걸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인분이 도서전에 가지 못하게 되신 이유가 일요일날 급하게 출근할 일이 생겨서인지라... 도서전에 못가서 슬픈 저보다 일요일날 출근하시는 분이 더 슬프실텐데 표도 양보받은 시점에서 어떻게 볼멘소리를 하겠어요. 일요일날 출근하시는 분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드려야지...
2. 서울의 전시전, 국제 정원 박람회, 그리고 청와대 방문기
학원에서 포트폴리오를 얼추 완성하고 더이상 해야할 작업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 의견을 주셨습니다. 사실 선생님의 의미는 제 생각과는 다르셨을 거에요.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예쁘게 꾸며서 외국인들이 볼 수 있는 귀여운 가이드북을 생각하며 권해주셨겠죠. 하지만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아예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차라리 지금 며칠 쉬면서 전시전을 모두 돌고 사진으로 남겨 가이드북을 만들면 어떨까?'하고요.
그래서 12일부터 13일까지 2일간, 서울의 전시전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해봤자 방문한 장소는 다섯 곳 수준이었지만요. 첫 날은 청계천을 따라 청계천 박물관, 한양도성박물관, 창경궁 야간 개장까지 보자는 계획을 세웠고 가능하다면 그 사이에 청와대에 방문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게 빡빡한 계획이었는데요. 청계천 박물관과 한양도성박물관을 오전, 적어도 1시까지는 모두 돌고 사진 촬영을 끝내야 점심을 먹고 3시에 청와대에 방문할 수 있는 루트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단히 움직인 결과 청계천 박물관, 한양도성박물관을 1시까지 돌 수 있었고 남는 시간에는 DDP에 방문해 DDP 구경을 하면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저는 특히나 시간이 된다면 DDP에 방문해보고 싶었어요. 최근에 건축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자하 하디드의 이야기가 나왔고, DDP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특색없고 천편일률적인 건축물만 가득하다는 이들은 00년도부터 언제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이들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은 건축물이 바로 DDP였는데요. 곡선을 이으고 이으면서 만들어낸 이 비정형적 3차원 형태의 해체주의 건축물은 인근 건물들과 다른 낯섬을 주면서도 전시회장이자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제는 동대문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이런 한국 건축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요.
이후에는 정확히 3시에 맞춰 청와대에 방문했습니다. 평일이었음에도 표는 전부 매진되었고, 전날 간헐적으로 나오는 취소표를 겨우 낚아채야 청와대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새벽 3시에 나온 취소표를 보고 바로 예약한 덕에 운 좋게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청와대 건물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청와대 부지에 들어가 또 줄을 서서 들어가야만 했는데요. 많은 이들이 청기와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해 대열에서 잠깐 벗어나 사진을 찍고, 다시금 대열에서 잠깐 벗어나 사진을 찍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막상 건물 사진을 담고 싶었음에도 좀처럼 셔터찬스가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물론 이런 특별한 일이 일생에 다시 올 지 모른다는 생각에 모두 사진으로 남기고 있는 걸테니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요.
청와대의 내부도, 이후에 구경한 외부도 모두 아름다웠습니다. 특히나 내부는 TV에서 익히 보던 가구 배치에 내빈들이 앉아있는 모습과 그들이 인터뷰를 나누는 모습까지도 머리에서 쉽게 그려지더군요. 부지 안에는 다양한 건물이 서 있었고, 대통령 내외가 머무는 건물은 아름다운 녹색빛을 띄는 정원이 바로 앞에 깔려 있어서 무심코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훌륭한 장소였다고 생각합니다.
창경궁의 낮은 아름다웠지만 밤의 야간개장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물빛연화를 전부 상영하지 않고 부분 상영를 하다보니 저녁 산책로, 그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웠고 대온실을 제외하고는 볼만한 요소가 적었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가이드북에는 그렇게 적지 않았지만요.
13일, 다음 날에는 서울 국제 정원 박람회에 방문한 후에 노들섬의 전시를 구경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첫 날에 비하면 굉장히 러프한 일정이죠. 사실 첫 날이 너무 힘들었어요. 아침 9시에 집에서 나와서 밤 11시에 집에 들어갔고, 그 사이에 DSLR 가방을 메고 청계천의 시작점에서 창경궁까지 꽤 먼 거리를 종횡무진했으니까요. 셔터찬스를 더 잡고 싶다는 생각에 장소를 자주 옮기다보니 하루에 3만 보 넘게 걸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둘째 날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러프한 계획에 따라 천천히 구경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점심 식사 이후에 집에서 나와 보라매공원에서 국제 정원 박람회를 구경했습니다. 아름다운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평일 낮 시간대다보니 조금 어수선한 느낌도 없잖아 있었고 무엇보다 당일 날씨가 흐린 편이어서 박람회도 생각보다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메타몽 가든 근처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더라고요. 놀란 점은 어린 아이부터 노년의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두 그 곳을 즐기고 있었다는 점인데요. 사실 포켓몬 IP가 역사가 깊은 IP고 국내에도 00년도 전후로 굉장히 유행했던 IP기에 노년의 부부까지 모든 이들이 알지는 못했겠지만 당시에 아이였던 이들이 지금 부모 세대가 되어 자신의 아이를 데려와 포켓몬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보기 좋은 모양이자 장수 IP의 순기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노들섬은 1년 365일 행사가 있는 섬답게 제가 방문한 날에도 우연히 썸머다이브 행사가 있었습니다. 스트리트 아트를 컨셉으로 해 스트릿 댄스, 힙합 배틀, 그래피티 아트까지 볼거리가 굉장히 풍부한 행사였습니다. 특히나 저는 그래피티 아트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이번 행사가 더욱 마음에 들었는데요. 한때 그래피티 아트가 거리를 더럽히는 원흉이라고 지적받기도 했었고, 아직까지도 슬럼가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피티 아트 또한 거리를 빛낼 수 있는 특색이고 단조로운 건물을 꾸며낼 수 있는 하나의 디자인 요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야기가 줄줄줄 길어졌지만 사진이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곧 가이드북을 포트폴리오용으로 출력해서 실물로 받을 예정이니까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 가이드북을 사진으로 담아서 올려봐야죠.
그러고보면 내일은 <F1 더 무비>를 4dx로 보는 날이네요. F1 시청권을 따낸 쿠팡플레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여기에 쓰기 시작하면 2시가 넘을 거 같아서 간단하게만 써보려고 합니다. 쿠팡플레이를 통해 F1을 시청하면 17,990원 패스만 사면 16,600원? 솔직하게 말하면 그 돈주고 한국어 중계 보기는 돈 아깝습니다. 당장 F1TV Pro를 보기 위해 VPN까지 포함해서 결제해도 1년 결제 금액 기준에서 쿠팡플레이보다 저렴할 뿐더러 4K 화질, 드라이버 캠 지원, 랩 레코드, 다양한 플라잉 데이터도 제공되는데 쿠팡플레이에서 돈을 받으려면 적어도 이런 요소들의 일부라도 구축해야하지 않을까요? 프랙티스 세션 이제부터 생중계해준다는 수준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요.
솔직히 선덜랜드 AFC가 3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1부로 올라오면서 EFL 챔피언십 대신 EPL을 볼 이유가 생겨서 축구 시즌이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쿠팡플레이 결제를 고려해볼법 하기는 한데 그 이전에는 돈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국내에 모터스포츠 팬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18,000원이라는 다른 OTT와 비교해도 비싼 가격에 다시금 이 팬들의 관심이 사그라들지는 않을까 오랜 시간 봐온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