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외 2권
요 근래 책을 읽고 북적북적이라는 앱을 통해 읽은 책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어떤 책을 얼마나 읽는가, 나라는 사람을 자세히 알아야 어떤 책을 앞으로 읽을지 방향을 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책을 읽기로 결심한 겸 매달 독서실적 리뷰를 적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기계획된 도서까지.
이번 달 내가 읽은 도서는 총 3권이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되살리기의 예술', '그 개와 같은 말'. 원래는 취직까지 인문 도서를 주로 읽기로 결심했지만 순천에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는 겸 머리를 식히기 위해 집에 꽂혀있던 임현의 소설을 집어왔다. 문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젊은 작가 임현의 단편은 어떤 느낌일까. 이 달의 독서 리뷰다.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한 때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도서,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교열자인 저자의 이야기와 글쓰기에서 쉽게 저지르는 실수를 번갈아가며 담은 도서다. 문장 스킬에 대해서는 간단하고 효율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들, ~하는 것, ~에 대해' 등 문장을 세련되게 보이는 척하게 만드는 쓸모없는 어휘 사용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보내는데, 살면서 글 쓸 일이라고는 자기소개서밖에 없는 독자부터 글밥으로 먹고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까지 이 메시지는 꽤나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이야기 파트에서는 그가 교열자로 살며 겪었던 한 진귀한 경험을 풀어낸다. 그 맛은 잔치국수와 같다. 슴슴하고 무난하지만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문장 스킬에 대한 이야기 중간중간에 저자의 이야기가 섞이는데 이 배치로 자칫하면 정보서처럼 딱딱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야기가 희석되며 부드럽게 읽혔던 게 아닐까 싶다. 문제 아닌 문제가 있다면 중간부터는 이야기가 슬슬 속도가 붙기 시작해서 문장 스킬 파트를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는 점.
나는 사실 이 책이 출간했을 때부터 서점에서 앞부분을 자주 읽고는 했다. 그때마다 '음,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만 했는데 막상 이렇게 수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야 읽게 되다니. 그렇게 두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다.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그러니 정보서보다는 에세이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접해도 좋을 것이다.
- 되살리기의 예술
3월 독서모임의 도서로 결정된 되살리기의 예술이다. 나는 처음 50 페이지 가량 읽었을 때 무언가 말로 설명하지 못할 답답함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문장이 어색해, 직역을 한 것마냥 너무나도 어색해. 아마 이 책을 접하게 될 독자라면 문장에 대한 이야기가 목구멍까지 올라올 것이다. 실제로 직역을 한듯한 문장은 책의 마지막까지 해소되지 않는다. 뒤로 갈수록 그 수준이 나아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흥미롭게 흘러간다. 그녀의 삶과 영국의 출판역사, 세계정세와 2차 세계대전 전, 후의 변화. 많은 정보를 가져다 댈수록 이야기는 흥미로워질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옆에 핸드폰을 놓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할만한 이야기가 계속 나올테니까(거기에 용어도 불명확하게 나오고 있어서 헷갈릴 때면 한 번씩 검색해봐야 한다).
나는 독서모임의 첫 도서로 이 책을 뽑아준 회원님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첫 독서모임이 풍부해진 것도 이 책의 덕이니까. 그정도로 이 책은 생각할만한 여지도 많고, 당시의 시대상도 저자의 시선으로 잘 풀어낸 좋은 글이다. 그녀 개인적인 이야기와 주위 사람들에 대한 TMI스러운 이야기도 많지만 이런 부분만 쓴웃음지으며 넘어간다면 분명히 풍성한 독서가 될 것이다.
-그 개와 같은 말
17년도 문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젊은 작가 임현의 단편집이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친형에게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
"임현이 글은 잘 써. 자기만의 특이한 정신세계가 있는데 이거를 글에 맛있게 풀어내거든? 그리고 오랜만에 한국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글이야."
한국적인 색채라니, 내가 근래에 이 표현으로 평가된 사람은 이영도 작가님 뿐이었던 것 같은데. 결국 나는 이 책을 들고 평택으로 가는 길에 올랐고, 대구를 지나 순천으로 가는 길,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서 언제나 함께하며 책의 마지막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나오는 탄식, 한국적이다.
지금도 경기도 위성도시 낡은 구도심 어딘가로 가보면 그가 설명했던 붉은 벽돌 담장 안의 연립주택들이 모여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그 곳에 살고 있으니까.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연립주택, 언덕 아래 철교, 밤이면 동네를 가득 메우는 고양이 소리, 겨울을 이기기 위해 방풍지가 발라진 창문. 그의 기억 속에 잠긴 빈촌은 우리 집이고 다른 누군가의 집이다.
그가 묘사하던 아파트는 누군가가 사는 낡은 주공 아파트고, 그가 묘사한 세탁방은 지난 주에도 다녀왔던 누군가의 작은 세탁방이다. 그는 한국의 모든 것, 특히 빈촌을 마치 자신의 눈으로 둘러본 것처럼 생생하고 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친형은 내게 추천하면서 설명한 게 아닐까. 한국적인 색채가 묻어난다고.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4차원의 벽을 허물고, 중요한 부분은 소설적 허용으로 넘기고. 시점을 여러개 배치해 정신없이 넘나들지만 하나의 시간축 아래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이야기가 정리된다는 점. 화자의 입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이야기를 다시한번 뒤튼다는 점. 사실 이야깃거리는 넘치지만 짧은 리뷰에 너와 나의 삶이 보였다는 말 이상으로 무언가가 더 필요할까 싶다.
4월에도 읽어야 할 책이 많다. 일단 4월 2주차 독서모임 야간반을 위한 도서, 척 클로스터만의 '90년대'. 4월 마지막주차 독서모임 주간반을 위한 도서,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그 외에 읽고 있었던 도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와 '소설에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까지. 나열하자니 끝이 없다.
부디 4월에도 풍성한 독서모임이 되고 풍성한 독서 인생이 되기를, 그리고 오늘부터 야인이 되었으니 나를 데려가는 회사가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