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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Aug 09. 2024

22. 7월 독서 리뷰/프리뷰

『초예술 토머슨』외 4권

 7월에도 한 5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놀러 다닌 거 치고는 열심히 읽은 거 같으면서도, 늘 월 초에 어떤 책을 읽어야겠다! 계획한 책들을 모두 읽지 못하는 거 같아서 이렇게 리뷰를 쓸 때마다 반성하게 된다. 내가 읽는 책 루틴을 보면 늘 예술 관련 서적이 한 권씩은 들어 있다. 6월에는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이번 달에는 『초예술 토머슨』. 6월의 도서를 쓴 성수영 기자의 칼럼과 기사도 최근에 꾸준히 읽고 있는데 그냥 미술에 대해 전반적인 관심이 늘고 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외에는 소설 한 권, 경제경영서 한 권, 에세이 두 권, 이렇게 보면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고루고루 읽은 느낌이다. 사실 지금 내 독서 루틴은 새롭게 보고 싶은 책을 보는 것보다는 예전에 읽어야겠다고 메모해 놓은 밀린 책들을 하나씩 읽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책의 엔딩 크레딧』은 한참 옛날, 편집자 진로에 대해 찾아보는 도중 우연히 책을 소개해주는 칼럼에서 본 책이었고, 『초예술 토머슨』과 『소설 만세』는 릿터 읽기 수업 도중 추천받은 책이었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은 독서모임 선정 도서였으니, 사실상 즉흥적으로 읽은 책은 『있었던 존재들』뿐인 셈이다.


 이런 식의 독서 루틴은 사실 내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소극적이고 고민이 많은 성격이어서. 전역할 당시 나를 아껴주셨던 사무관님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고는 하셨다. 나는 시작하면 완벽하게 끝을 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언제나 첫 시작을 끊기 어려워하는 성격이라고. 그리고 내 이런 이야기에 대해 검도관 관장님이 한 마디를 덧붙이셨다. 완벽주의에 가까울수록 이런 성향을 보인다고. 상황이 좋을 때, 가장 몰두할 수 있을 때, 진심을 다할 수 있을 때 시작하는 사람들. 나는 나 스스로가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심을 다할 수 있을 때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시작한 이야기의 끝을 어영부영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지금 내가 쓴 리뷰/프리뷰들의 루틴도 이런 성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내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번에도 읽은 도서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보려고 한다.


1. 『초예술 토머슨』-안그라픽스


 본 도서는 고전적인 예술 도서라기보다는 과연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우리는 무엇을 예술이라 생각할 수 있는가? 에 대한 가벼운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노상관찰학, 굳이 이런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많은 이들은 길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왜' '이 건물이' '이 위치에', 이 질문에 필요한 정보는 너무나도 많다. 이 길과 도시의 역사, 과거 도시의 발달 현황, 주위에 얼마나 많은 인구가 사는지, 혹은 그들의 생활 반경이 어떻게 배당되는지. 그리고 이런 고민 속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이 길에 의미 없는 건축물은 없고, 의미가 없다 생각했던 건축물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


 본 도서의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위에서 말한 의미를 찾는 행위다. 의미를 찾아서 불필요하다 생각했던 건물에 이름을 붙여주고 다시 새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 마치 점 하나를 찍고 거기에 의미를 집어넣어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처럼, 건축물에 이름을 붙이는 이 행위는 맨 처음에는 애들 장난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이 행동에 동조하면서 예술로 변하게 된다. 말 그대로 초예술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많은 이들이 현대 미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물론 나 또한 이해하지 못하지만), 더러는 이를 부자들의 돈잔치라고 폄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름을 붙이는 행위,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역사를 되새김질하는 행위라는 의미에서의 토머슨과 현대 미술은 어찌 보자면 같은 종착지는 아니어도 같은 휴게소에 들르는 길 위의 자동차들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현대 미술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펼쳐본다.


2.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국일증권경제연구소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쓸 때마다 속이 쓰리다. 처음 읽던 당시에는 내가 주식을 시작하면서 했던 실수들이 떠올라서 속이 쓰렸다. 그리고 지금은 취업준비생이어서 여유자금이 없다 보니 주식을 못하고 있었는데 하락장 속에서 들어가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사실에... 아니, 책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계속 주식 이야기가 생각나서 책 보다 주식 이야기를 자꾸 꺼내게 된다.


 책 자체는 굉장히 재밌었고 독서모임에서 했던 이야기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주식을 전혀 하지 않았고, 주식? 그거 사실상 도박 아니야? 라는 생각을 가진 한국의 잘못된 경제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이 책의 서문과 1부는 정말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주식이 왜 필요한가, 주식이 어째서 투기가 아닌 투자인가,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별하며 올바른 시장 활동을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재미있는 대답이 바로 서문과 1부에 적혀 있으니까. 그리고 2부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 이후의 이야기다. '아, 뭔지 알겠어. 주식이 왜 필요한지, 뭐가 투자인지도 알겠어. 근데 그래도 주식은 안 할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굳이 2부까지 읽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후의 투자가 궁금하다면? 2부, 3부까지도 꾸준히 따라가 보기를 바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이 워낙 오래된 책이다 보니 전부 90년대, 80년대의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고, 이에 대한 예시를 같이 들면서 따라가지 못한다면 살짝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보자를 위한 책이지만 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읽어야 하는 조금 이중적인 책이 아닐까. 그래도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음은 분명하다.


3, 『책의 엔딩 크레딧』-북스피어


 나는 소설에 대한 서평을 굳이 적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재밌었다, 그 말을 쓰기 위한 길고 긴 빌드업이 될 테니까. 내가 이 소설이 역사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고,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사조 속 어떤 영향을 보여줬다.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어쨌든 재밌었다는 말을 가장 먼저 앞세우기 위해.


 재미있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었고, 많은 이들이 혹은 작가들마저도 작가만 있으면 책은 뚝딱 하늘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보여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 소설 특유의 사회적 소통, 유기적인 관계의 강조, 직장과 직업에 대한 열정, 난관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않는 소시민들의 이야기,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가족, 작은 집단의 사랑을 중요시한다면 일본 소설은 사회성, 큰 집단을 향한 의기투합을 보인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며 읽는다면 아마 더 재미있지 않을까. 주인공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지만 결국은 사회와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가족은 갈등의 구조로 남기도 하지만 결국 편히 쉴 수 있는, 따로 동떨어진 존재처럼 표현되는 소설에서 일본 소설 특유의 재미와 다른 접근 방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매력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4. 『소설 만세』-민음사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럼에도, 소설 만세. 소설 만세! 나는 이 소설 만세라는 구호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때 글을 썼고, 글을 쓰고 싶어 했던 사람으로 소설이라는 단어 뒤에 어떻게 만세라는 말을 붙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도서는 평범한 중견 작가의 평범한 소설관, 평범한 삶과 평범하지 않은 소설에 기여했던 모든 것들이 적혀있다. 작가의 팬이라면 즐겁게 읽을만한 책이고, 작가의 팬이 아닌 소설가 지망생, 문예창작학과 학생, 글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다.


 나도 많은 작가를 사랑했고, 나 또한 그들처럼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어째서 그런 글을 쓰지 못할까. 수없이 많은 날을 번민하고 고통받으며 살았다. 그리고 얻은 결론, 나는 부족했던 것이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다. 계속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거고, 그날을 위해 나는 부족한 글을 계속 쓴다는 스스로를 향한 답변을 내렸다. 그리고 하나 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는 스스로를 향한 다짐. 그렇게 소설 만세! 혼자서 생각했던 이야기가 이 책에 비슷하게나마 적혀 있었기에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5. 『있었던 존재들』-세미콜론


 서평을 이번에는 좀 독하게 썼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읽은 친구도 욕만 안 썼지 욕을 써놓은 거나 다름없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뭐, 사실은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 나는 거진 10년 가까이 군생활을 해왔고, 군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통받으면서도 내 일과 업무가 사회에 도움이 되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으니까. 그렇기에 경찰이지만 경찰로서 해서는 안될 생각과 해서는 안될 말을 하고 있는 작가에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수사관이라는 거대한 줄기를 세워놓고 일반 경찰들이면 모두 느낄법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연재하고 있었으니, 사실상 방향성을 잘못 잡았다는 사실을 작가 본인도 마지막화를 연재할 때쯤에는 느끼지 않았을까. 조금 웃긴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세미콜론의 편집자 공고가 나온 걸 보고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다음 이 책을 읽고 다소 공격적인 서평을 작성했다. 그쪽에서 내 서평까지 따로 찾아 읽었을까, 싶기는 하지만 읽었다면 자기가 지원하는 회사에 이렇게 혹평을 작성하는 이상한 놈이 있나? 하고 웃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서평은 작성하고 싶었다. 말을 하지 못해 고통받느니 말하고 편하게 목이 잘리겠다는 심정으로.


 못 읽은 책도 많고 아직 못 쓴 서평도 많아서 괴로운 지금이다. 『나쁜 책, 금서기행』의 경우에는 아직 서평을 작성하지 못했기에 8월 리뷰/프리뷰에서 함께 다루려고 한다. 지난달 『초예술 토머슨』처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리고 읽으려고 했다고 말했던 수많은 책들, 사실 빌려놓고 아직 못 읽은 책도 있고 애매하게 8월과 겹치게 읽으면서 여기에 등재되지 못한 책들도 있다. 그 모든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8월이 가기 전에 하나씩 다뤄보겠다.


 8월 말에는 군산 아트북페어가 있다고 한다. 그때 차를 끌고 내려가볼까 고민 중인데 일행이 있다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여유롭게 하루 이틀은 둘러보다가 오려고 한다. 일단 군 동기생이나 인천 사는 친구는 반응을 보이기는 했는데 이들이 과연 내 일정을 따라올까? 아니, 어차피 내가 운전하니까 그들은 옆에 앉아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내 말만 듣는 게 역할이겠지만.


 이제 밀린 책 서평은 3권,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고통 구경하는 사회』, 『나쁜 책, 금서기행』이다. 매일 한 권씩 적을지, 주말은 좀 쉴지 고민되지만 아마 부지런히 쓰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고 글을 쓰는 귀찮음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채로 머릿속에 남겨놓는 고통이 더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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