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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송 Jun 25. 2024

인간의 창의성은 득인가, 실인가?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를 읽고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 2015








최근 일어난 사회 이슈의 속내를 살펴보면, 우리 인간이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왔는지 짐작케 한다. 비혼주의, 냉소주의, 저출산 등의 심각한 사회현상들 말이다. 필자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31년의 인생을 다시 회상했을 때에도, 9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고작 30년이란 세월 동안 우리는 광범위한 현대문물에 빠른 속도로 익숙해져 왔다. 시대가 발전하는 것은 당연했고, 그에 맞춰 사회현상은 늘 있어왔다. 그런데 이것이 현대문물의 발전과 연관성이 있다는 학자들의 무수한 인터뷰에도 그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공동체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써 현재의 흐름에 대한 익숙함만 느꼈을 뿐.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광범위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현대 사회문제의 원인과 해답, 더 나아가 미래를 제시하는 이른바 ‘역사의 순기능’을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현대의 실질적인 역사서라 볼 수 있다.




더 진화한 인류, 호모 사피엔스

저자는 애초에 인류는 한 종류였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독자들의 상식 틀을 깨고 시작한다(우리가 알고있는 일반적인 진화론 말이다). 우리 인류의 선조인 침팬지나 보노보와 같은 영장류들만 보아도 그러하다. 비슷하게 생겼을진 몰라도, 각기 다른 습성과 문화로 무리를 지어 살고있지 않은가? 저자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도 지구 어느 한구석 조용히 그들만의 문화를 지키며 살던 원시인종 중 하나였을 것이라 말한다.

이 사피엔스 무리가 7만여년 전 어떤 모종의 이유로 아프리카를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지구 곳곳에 착륙하게 되는데, 이를 ‘인지혁명’이라 부른다. 가히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사피엔스는 다른 인종들과 달리 자신들의 틀 밖의 사정을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호기심은 충족되기 쉽다. 인터넷 검색이나 책으로 나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분야의 사건이나 지식을 손가락 몇 번의 타자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 인류에게 호기심이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족쇄를 가지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사피엔스들은 호기심에서 더 나아가 행동했다. 실제로 행동하고, 부딪히면서 그들만의 호기심을 결과물로 나타냈다. 그 결과, 인류는 최초로 풍요사회를 살 수 있게 된다. 먹이사슬에서 인류보다 더 낮게 위치한 가축을 원하는 대로 기르기도 하고, 반려동물의 개념을 만들고, 토착하여 농작물을 기르는 등 안정된 생활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를 ‘인류의 진격전’이라 칭하며 이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뛰어난 창의력과 적응력을 뒷받침 하는 증거라 설명한다. 또한 다른 동물들 중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상태로 빠른 이주를 한 예는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하다고 보았다(p128). 이처럼 호모 사피엔스는 끝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그에 맞춰 행동 하며 현대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창의적인 인류의 역사

사피엔스의 대단함은 지속적으로 행해져, 더 큰 틀을 만들어 내었다. 가령, ‘종교’나 ‘법’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규칙들 말이다. 남성 유전자를 가진 사피엔스들은 종종 다른 이웃과 다툼과 폭력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그들은 여성 유전자를 가진 사피엔스보다 폭력으로 사망할 확률이 더 높았는데, 인류 유전자, 특히 남성의 유전자에 잠재되어 있는 폭력성은 오랜기간 인류의 유전임을 알 수 있다. 여성은 풍요사회를 맞이하며 아이를 낳고 기르기 용이한 신체로 진화하게 되었고, 현대와는 달리 그 당시에는 한 남성과의 관계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여러 남성과의 만남이 가능했다고 전해진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현대에서 금기시하는 사항들은 모두 인간의 잠재된 영역이었다. 저자는 종교에 대하여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라 정의하는데(p316),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게 하고 그로 인해 인간의 잠재된 마이너스적 요소들을 종교로 하여금 억제시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복종과 억압의 사회를 경험한 인류는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하는 자와 믿는 자들로 나뉘게 된다. 본문에서 저자는 믿게 하는 자들을 ‘엘리트들’이라 칭한다. 사피엔스의 창의력이 인류의 보이지 않는 신분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엘리트들’의 창의적 결과물 덕분에 우리는 현대까지 멸종하지 않고 이끌려왔을 것이다. 그들의 시도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해 경제를 형성했고, 그에 따른 부를 축적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예술, 역사, 과학 등의 보편적인 학문이 생겨나 인류 역사를 더 다채롭게 이끌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엘리트 설명을 보고 있자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인류가 아닌가?에 대한 반발심도 들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에 대한 해답도 명쾌하게 풀어 놓는다. 현대에는 엘리트들이 만들어놓은 틀에서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도 기본적인 향유를 유지하며 살 수 있게 되었으나, 과거에는 아니었다. 똑똑하게, 영리하게 무리속에 살아 남지 못한 사피엔스들은 다른 사피엔스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몸집이 큰 짐승에게 저항없이 잡아먹혔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엘리트의 존재는, 현 인류의 평화로운 삶을 영유하게 하고 유전자의 존속을 가능케한 창의적임 그 이상의 존재라 볼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 혹은 우리의 결말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는 저자가 본문에 제시한 고대 성서 인물 ‘길가메시’의 설명을 통해 알 수 있다. 길가메시는 죽지 않기 위해 모험을 떠났다가, 죽음은 누구에게나 올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인물이다. 인류는 예부터 죽음은 엘리트이든 그렇지 않든 동일하게 주어지는 운명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평하다 믿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은 인간을 영원히 살 수 있는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발돋음 중이다.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주어진 공통의 운명인 ‘죽음’을 없애버린다면, 죽음은 돈으로 살 수 있거나 없는 문제 따위로 전락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불멸은 경제적 부를 가진 엘리트들의 것이 될 것이고, 죽음은 가난한 자의 것이 된다는 말이다. 길가메시는 죽지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지혜로운 인물이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는 길가메시의 욕망만을 추구하려 한다. 기술의 진보에 수억년간 중요시여겨진 인간 교리란 존재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같은 인류의 퇴보일지 진보인지 모를 추측에 더해, 저자는 앞으로 머지않아 인간이 욕망 자체도 설계하게 될 것이며, 스스로에게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는 원초적 질문이 아닌,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독자들은 역사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사피엔스의 창의성은 곧 자기주도성으로 이어졌기에 현대사회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사피엔스의 결말은 자기주도성을 현대의 진보에 맡기게 되며 곧 그 주도성을 이끄는 새로운 인종의 탄생을 발발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종과 협력하면서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이미 인류의 역사가 답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라는 누군가의 명언을 깊이 신뢰하는 편이기에, 이 책은 인류 존속에 있어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또 해결해 준 교양서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책의 관점은 역사라는 틀 안에서 발생한 미시적인 사건들을 거시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필자는 이 거시적 관점이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사소한 문제들에게도 해결책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어딘가 억압 되어있다고 느껴질 때, 그러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 원인 모를 감정이 누군가를 미워할 때와 같은 사소하지만 당연한 문제들 말이다. 인류에게 살아갈 목표 따위는 태초부터 없었다. 인류에게 목표는 늘 창의성의 산물일 뿐이었다. 이점을 기억한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감정과 의식의 과잉도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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