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03.
나는 삼십 대의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 이르러 서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가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들을 떠올려 본 적이 딱히 없었다. 당장 눈앞의 해야만 하는 일에 급급하며 정작 나 자신을 지나치게 소홀히 해왔던 것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온 결과, 너무도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예를 들면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하는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재미 같은 것들 말이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한 시간들이 쌓여갈수록 감당해야 할 책임의 크기는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그러면서 또다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악순환의 반복.. 내가 살아온 방식은 대부분이 다 이런 식의 결말을 맞이하였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난 뒤에 찾아오는 후련함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에 느끼는 자존감의 크기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에나마 스스로를 솔직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음에, 나로서는 무엇보다도 큰 깨달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한 번쯤은 말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다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현재로서는 다소 힘에 부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쩌면 삼십 년 가까이를 쌓아온 삶의 태도들이 한순간에 바뀔 것이란 기대는 지나친 나의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여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을 꿈꾸고 있다. 글을 쓰고 마음껏 상상하며 생각하는 대로 이뤄내고야 마는, 그런 삶을 계속해서 꿈꾸고 있다.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나의 고민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문장의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싶었는데, 그게 참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