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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민경 Mar 07. 2023

내가 가장 잘하는 일

경제적 자유 03.

돈을 벌기 위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 본다면, 사실상 글쓰기 이외에 뚜렷한 무언가를 떠올리기가 조금 어렵다. 솔직히 말해서 평소 글쓰기가 돈이 될 거라는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은 없었다. 상황의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그나마 꾸준히 해왔던 행위가 글쓰기였던 만큼, 비루한 재주에 하루 이틀 기대어가며 밥을 빌어먹는 삶을 살아온 것뿐이다. 지금까지 이어왔던 나의 글쓰기는 사실상 무언가를 팔기 위한 노동에 가까웠다. 목적이 명확한 문장을 고민하여 의도한 행위를 이끌어 낸 대가로 지금까지의 시간을 버텨왔던 것이다. 글을 쓰는 재주 하나로 당장의 돈을 벌기엔 지금까지 이어온 나의 노동이 더할 나위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딱 거기까지다. 당장의 밥벌이로 글자를 파는 일이 그렇게 썩 즐거울 것까지는 없을 테니 말이다. 


하루는 여태까지 다양한 글자들을 쓰고 지우길 반복해 오며 이토록 많은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곰곰이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서 혼자만의 지독한 외로움을 곱씹어야만 했던 것일까? 생각해 보면 글을 쓰는 일에 대하여 이토록 심각해질 필요까진 없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밥벌이를 위한 수단으로써의 글쓰기가 지나치게 익숙해진 영향이 컸다. 어쩌면 나는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을 쓰면서 밥을 벌어먹는 일을 꿈꿔왔는지도 모르겠다. 의도가 빤히 보이는 몇 줄의 문장들보다, 진솔한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혹하는 마음에 눈길을 주고난 뒤 냉정하게 돌아서 버릴 문장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게 하였다. 찰나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남녀 간의 하룻밤 불장난 역시 마찬가지다. 짧고 강렬했던 기억의 끝에 여운의 흔적은 온데간데가 없다. 부끄럽지만 지금의 글은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는 문장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의 일환이다. 신변잡기에 가까운 혼자만의 고해성사로 얼마나 그럴싸한 밥벌이를 할 수 있을지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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