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감정 04.

by 진민경

한 번은 사람들이 찍어준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당시의 내가 시선을 향하는 곳이 어디였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매번 느끼는 부분이지만, 어쩌면 실존하지 않는 허상 같은 것들을 쫓아다니며 지금껏 살아왔었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도 가끔씩 하늘이 흐려지는 날이면 과거의 선택들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간다. 그때는 그런 선택들이 엄청난 용기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었는지를.


나는 원래 굉장히 겁이 많은 사람이다. 작은 일에 깜짝 놀라는 것은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고,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 애초에 그런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주변 사람들을 굉장히 피곤하게 만든다는 소리다. 잘 안되면 어떡하지를 굳이 입밖에 꺼낸 적은 없었지만, 누구보다도 그런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평소에도 종종 혼자서 중얼거리곤 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용기를 내는 순간이 있었더라면, 그것은 아마 '모 아니면 도'와 같은 내 나름 배수의 진이 아니었을까.


무턱대고 유학길에 올랐던 나의 선택을 비롯하여 인생의 매 순간마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던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딱히 공감해 주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커서 뭐가 될래라는 식의 핀잔 섞인 말 한마디가 나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마다 들이닥친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에는 나름의 엄청난 용기가 필요해 보였다. 당시의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는 곧 불확실한 도전을 의미했었던 만큼, 사진에 찍힌 나의 뒷모습에서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기에 바빴던 스스로를 마주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하필이면 왜 그런 선택들을 했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가끔은 눈시울이 붉어져 오는 것을 참기가 어려워 나 조차도 당혹스러울 때가 적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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