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헤어드라이기의 혁신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에는 가청주파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리를 질러요'라고 미리 녹음을 해놓은, 미모의 음악 치료사 로렐라이는 주파수 영역대를 조절해서 관객들의 환호를 유도한다. 재활용밴드는 이를 용케 발견한다. 교과서가 아닌 만화책에서 발견한 과학은 더욱 재미있고 짜릿했었다. 가청주파수란 일반적으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로, 16Hz~20,000Hz 정도의 주파수 영역이다. 일상생활에서 음악을 통해 듣는 소리는 10kHz 이하 이거나 10kHz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소음이라고 정의하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공존하는 것들이다. 자동차 크락션이나, CPU 쿨러, 청소기, 세탁기, 헤어 드라기 등. 허나 이것들은 너무나 친숙해져 당연시하는 것들이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라면 사용시간의 제한은 없다.
가청주파수와 소음을 말한 이유는, 날개 없는 에어 멀티플라이어로 유명한 영국의 가전회사 다이슨이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를 출시했다고 해서다. 다이슨은 모발 과학 연구를 위한 최첨단 연구소 설립 등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를 개발하는 데 약 5,000만 파운드(한화 약 812억 원)를 투자했다. 왜 때문에 그렇게 큰 돈을 들었나 들어보니 “헤어드라이어는 무겁고 비효율적이며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헤어드라이어를 연구한 결과 모발에 심각한 열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최고 기술자인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말했다. 99.95%의 공기청정으로 시장을 장악 하더니 모발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소비자의 모발까지 침투하는, 특이한 전략의 기업이다.
자동차에서 엔진이 중요하듯,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는 특허받은 다이슨 디지털 모터(DDM) V9으로 작동한다. 15명 이상의 모터 엔지니어들이 모여 개발한 결실로, 다이슨 디지털 모터 중 가장 작고 가벼운 최첨단 디지털 모터다. 다른 헤어드라이어에 탑재된 모터보다 최고 8배 빠르며, 무게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강력한 성능은 물론 콤팩트한 사이즈로 설계했다. 대부분의 헤어드라이어 모터가 제품의 헤드 부분에 위치한 반면, 다이슨은 손잡이에 모터를 위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게의 균형감을 맞췄다.
보다 빠르고 집중적인 바람 분사를 위해, 특허받은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 기술을 활용했다. 이는 모터에 유입된 공기의 양을 3배 증폭시켜 고압, 고속의 제트 기류를 형성시킨다. 세심하고 정교한 건조와 스타일링을 위해 20도 각도로 집중적인 바람을 분사함으로써 사용자가 머리 건조와 스타일을 동시에 완성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거기에 다이슨 엔지니어들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각양각색인 다양한 모발 타입에 대한 제품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테스트에 들어간 인모의 길이는 지금까지 약 1,625km(1,010마일)라고.
과학기술집약 제품으로 헤어드라이어 시장의 평균 가격의 8배가 넘는 다이슨 슈퍼소닉™의 절정은 음향 공학이 아닐까. 모터 안에 축류 임펠러(axial flow impeller)를 탑재하여, 공기의 흐름 경로를 간소화함으로써 난류와 소용돌이를 감소시켰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1개인 모터 임펠러의 날을 13개로 늘려 모터 내 주파수가 인간의 가청 범위를 벗어나도록 했다. 로렐라이처럼 속삭이듯,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는 속도에 대한 타협 없이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젠 새벽에도 마음 편하게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할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