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해서는 안 된다.

교육 혁신 지옥 4

by cusp

우리나라 교육에서 그동안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여러 가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지만, 과목 선택과 관련한 부분만큼 크게 변화한 부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현재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매우 넓게 보장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대적으로 시행되면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핵심 역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고교학점제의 시행이 현재 많은 교사들의 반발을 낳고 있습니다. 고교학점제가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업무량을 늘리기 때문에 자기 이익의 관점 혹은 이기적인 관점에서 고교학점제를 비난하는 교사들도 있겠지만, 고교학점제로 인해 늘어난 업무량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교육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고교학점제를 교육적인 관점에서 비판하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교학점제를 비판하는 교사들을 "익숙한 방식대로 일하고 싶어서 혁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서 쇼를 한다."와 같은 방식으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하는 방식이나 교육 제도가 실제로 좋은 것인지, 교육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깊게 생각해 보고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교육은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은 다양하므로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에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광범위하게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에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트렌드입니다. 과거에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고 학교에서 정한 과목을 배우게 했던 모습,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을 대입 시험에서 응시하게 했던 모습, 이후 형식적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절차를 만들었지만 내가 수강하기를 원하는 과목이 학교 교육과정에 개설되어 있지 않으면 들을 수 없었던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또한 과거에는 반 편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학생이 듣기 싫어하는 과목도 선생님의 회유 혹은 심하면 강제를 통해서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소수 과목의 수강을 고집하는 학생이 있으면 반 편성에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현재는 이동 수업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도 반 편성에 큰 무리가 없어졌습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하도록 변화된 현재 교육의 모습은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본인이 듣기 싫어하는 과목의 수업을 듣는 것보다 듣고 싶어 하는 과목의 수업을 듣는 것이 학생의 수업 참여도를 향상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또한, 자기가 정한 진로에 맞춰서 생활기록부 기록을 채우는 것이 유리한 학생부종합전형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광범위하게 보장될 것을 요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을 위해 요구되는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즉,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장되는 것은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와 모순되지 않는 흐름입니다.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변화라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참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듣게 하는 것은 교육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요즘 학생들에게서 집중력과 수업 참여도가 낮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집중력과 수업 참여도를 높일 것을 주문하지 않고 교사들에게 수업을 재미있게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학생 나이에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극히 일부의 학생들을 제외하면 본질적으로 지루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들이 느끼기에도 세상에 수업과 공부 말고 재미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더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본질적으로 지루한 것을 억지로 재미있게 만들려고 하면 수업과 공부의 본질을 잃기 쉽습니다(이 내용과 관련한 부분은 뒤에서 상세하게 다루겠습니다). 교육의 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의 취지는 학생들이 재미있어 하고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듣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하고 듣기 싫어하는 것도 가르쳐서 올바른 지식과 인성을 갖추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함으로써 나타나는 몇 가지 문제들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과목은 '국영수'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을 제외하고서는 우리나라 교육을 논하기 힘들 정도로 내신 시험에서든 수능에서든 국어, 영어, 수학은 학생들의 성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목들로 자리 잡고 있고, 학생들이 투자하는 사교육 비용이 가장 많은 과목들이기도 합니다. 공교육에서든 사교육에서든 국어, 영어, 수학을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취급하는 현상으로 인해 저는 학창 시절에 역사 과목에 가장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어, 영어, 수학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문 분야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견뎌낸 현재의 제가 생각하기에는 학생들이 사회 진출 이후에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 학생 시절에 가장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과목 혹은 분야는 법과 경제입니다. 제가 국어, 영어, 수학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낮아지고 점점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어 교육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또한, 저는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철학과 관련된 영어 논문을 읽게 되었는데, 제가 영어 공부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영어 공부를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이라는 생각을 매우 많이 했습니다. 이처럼 영어는 세계의 공용 언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있으므로 영어 교육 또한 중요합니다. 수학 교육 또한 학생들의 창의성 증진과 논리적 사고 능력 향상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바라보았을 때,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은 문제 해결 방법이 남다릅니다. 중학교 학생들이 흔히 소금물 농도를 구하는 방법을 실생활에서 사용해야 할 경우가 거의 없는데 도대체 왜 배워야 하나고 불만을 표현하지만, 소금물 농도를 구하는 방법을 배우는 이유는 실생활에서 직접 소금물 농도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복잡한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방법을 탐색하는 과정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어, 영어, 수학 교육은 매우 중요하며, 국영수 과목이 중요한 교과로 취급받는 이유가 단순히 사교육 때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왜 국어, 영어, 수학만 제일 중요한 과목들로 취급받아야 할까요?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이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실질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식들은 법, 경제 과목에 더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제 의견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이 중요하지 않은 과목으로 절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법, 경제 등의 과목이 학교에서 중요한 과목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주로 학교 규칙의 적용을 받고, 학생 신분을 벗어나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는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학교 규칙과 사회에서 통용되는 법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사회적인 상식의 관점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행위들에 대해서 조치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학교 규칙은 대체로 느슨하게 적용되고 징계가 강하게 부과되지 않는 이상 학생의 신체상, 재산상의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가 거의 없거나 경미하며 조치의 결정 주체가 학교에 가면 매일 마주치는 교사인 반면, 법은 학교 규칙보다 엄격하게 적용되고 대부분의 처벌이 피의자의 신체상, 재산상의 피해를 초래하며 조치 혹은 처벌의 결정 주체가 일면식도 없고 법에 대한 전문 지식을 지니고 있는 법관들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철없는 행동을 했다가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전과를 안고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 규칙도 법에 준할 만큼 엄격하게 적용 및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 장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므로 이 정도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몇몇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 감옥처럼 여기고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며, 많은 학생들이 성인이 되고 대학교에 진학하면 꿈같은 캠퍼스 생활이 펼쳐지고 더 이상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능 시험으로부터의 압박을 받지 않으며 아름답고 즐거운 삶을 살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회생활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훨씬 더 힘든 사회 적응 과정과 학교 규칙보다 훨씬 더 엄격한 법의 테두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사회 진출 후에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려움들을 깊게 느끼고 이러한 어려움들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출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과목이 바로 법입니다(현재는 고등학교에서 '정치와 법'이라는 과목으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제가 학력 수준이 높지 않은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무렵에 그 학교에는 공부를 일찍이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버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때문에 피곤하다, 힘들다와 같은 핑계를 대며 결석하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 학생들이 아직 학생 신분인 것을 알고 있는 고용주들이 학생이라 법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을 이용하여 그 학생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학생들의 부모님도 이러한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몰라 결국 그 학생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선생님들에게 물어보기 위하여 그렇게 안 나오던 학교를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부당한 대우와 착취를 당한 그 학생들도 안타깝고, 평소에는 무시당하다가 이런 경우에만 중요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교사를 수단시 하는 학교 현장의 현실도 안타까운 것이죠. 학교 현장에서 법을 매우 중요한 과목으로 취급하여 가르치고, 이 학생들이 법 과목을 수강하여 열심히 들었다면 과연 이 학생들이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착취를 받았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었을지, 그리고 그전에 이 학생들이 학교 수업이 자기의 실생활에 관련이 있고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하여 학교를 빈번하게 결석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지는 않았을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 과목도 반드시 학교에서 현재 국영수 과목 정도의 중요성을 가진 과목으로 취급하여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주로 국영수 과목을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학생들은 이를 국영수 과목에서 높은 성적을 맞으면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직업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직업을 얻으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돈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돈은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다'와 같은 고리타분한 말으로 학생들을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택하고 이 체제에 충실하게 순응하는 구조와 제도를 만듦으로써 분단국가, 전쟁 국가라는 현실 속에서도 빠른 시간 안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혜택을 입으면서 살고 있으며, 돈은 인간의 인생과 행복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물론 돈이 인간의 인생을 주도하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되며, 돈보다 정신 건강이 인간 행복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인간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므로 돈은 현대 사회에서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돈'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고 경제 분야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도 위에서 언급한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이 만연한 듯합니다.


요즘에 공무원이 박봉이라 많은 MZ세대 공무원들이 이직을 위해 퇴사한다는 뉴스 기사가 자주 보입니다. 교사도 공무원이라 박봉이라면 박봉이라고 할 수 있고 많은 월급을 받지는 않는데, 더 심각한 것은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이 교사의 월급 상승률을 훨씬 더 앞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가 별도의 재테크를 하지 않고 월급만 꾸준하게 받아서 생활한다면 그 교사가 가진 재산의 가치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에 유튜브 동영상도 많이 참고하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재테크 공부를 열심히 했었고, 지금도 시간이 있을 때 가끔 보고 싶은 재테크 동영상과 읽고 싶은 재테크 책을 참고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학교라는 직장에 가서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와 관련된 키워드들을 언급하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교사들이 몇 명 없습니다. 높은 비율의 교사들이 주식, 부동산 등의 재테크 수단을 투기로 생각하여 사회악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주식 투자나 부동산 임대업으로 많은 돈을 벌어서 좋은 집을 사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선생님을 "수업 준비는 뒷전이고 저런 것만 공부했네.", "학생들보다 돈이 우선인 사람이구만."이라고 비난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이러한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으니 재테크나 투자를 사회악으로 여기는 인식이 학생들에게도 확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수업 시간에 자본주의에 대해 가르치면서 주식 투자와 관련된 내용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몇몇 학생들이 "선생님도 주식 투자하세요?"라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주식 투자 많이 하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학생들이 저에게 "선생님은 도박을 좋아하시네요.", "그거 하다가 경찰에 잡혀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등의 말을 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엄격하게 꾸짖은 후에 돌려보냈지만, 재테크를 하는 것에 대한, 특히 교사가 재테크를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재테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교사들끼리 재테크 공부를 위해서 만든 단체 카톡방이 있고 저도 그 단체 카톡방의 구성원으로 있었습니다. 서로 주식,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방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의 기본적인 보수성은 어디 가지 않는지, 이 단체 카톡방의 구성원들이 개방적이고 유연성 있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투자 공부를 함께 했던 것인데 어느 날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식, 부동산 투자보다는 코인 투자에 더 관심이 있는 선생님이 코인 투자를 함께 공부해 보자고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식, 부동산 투자 공부에 매우 열성적이었던 교사들이 갑자기 "어디서 코인 같은 도박을 같이 공부하자고 하냐.", "코인을 공부하자고 제안하다니, 건전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코인 투자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사기꾼과 다름없다." 등의 반응을 보인 것이었습니다. 코인은 가상 화폐이기 때문에 불법적인 자금 거래의 수단으로, 즉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코인 투자는 현재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주식,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었던 교사들이 갑자기 저렇게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웃긴 것은, 코인 투자를 함께 공부해 보자고 제안한 선생님이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코인 투자와 관련된 좋은 공부 내용들을 카톡방 구성원들에게 나누어주었고, 그렇게 비난을 일삼던 교사들이 그 내용들을 참고하여 코인 투자로 수익을 얻은 다음 지난번에 비난했던 것은 죄송했다고 사과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도 조금 더 급진적인 투자 수단에는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으니,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직업의 기본적인 보수성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돈'에 대해서 교육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 학교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기본적인 보수성을 타파하고,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반드시 돈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경제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제가 가르친 제자들 중에 현재 성인이 된 제자들에게 물어보면, 예금과 적금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금리, 환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제자들이 많습니다. 그런 경제 용어나 경제 지식은 직업을 얻고 난 이후에 알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요. 자기 인생이니 제가 더 간섭하거나 잔소리할 이유는 없지만 경제 지식을 더 빨리 알수록 더 이른 시기에 재무 관리를 하며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실시하는 경제와 관련된 교육은 기껏해야 학생들이 고등학교 수능 시험을 응시한 이후에 졸업 때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실시하는 간헐적인 금융 교육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일회적인 금융 교육은 학생들에게 경제 지식을 심어주기 어렵습니다. 학교 교육과정에 '경제'라는 과목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학교 교육과정에 경제라는 과목이 있고 심지어 수능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경제는 경영학과, 경제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선택하는 진로맞춤형 교과이며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외면받고 있습니다. 2025학년도 수능에서 경제 과목을 수능 사회탐구 응시 과목으로 선택한 학생의 수는 7,353명이었습니다. 사회탐구 과목 중에 항상 선택률 1, 2위를 기록하는 생활과윤리, 사회문화 과목이 최근 항상 15만 명이 넘는 선택자 수를 기록했으며,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두 과목 모두 20만 명이 넘는 선택자 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경제라는 과목이 교육 현장에서 지나치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법과 경제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법보다는 학교 규칙의 적용을 더 많이 받고 법이 아직 학생들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느끼며, 학생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돈을 건강, 행복, 정신적인 요소들보다 더 중요하게 간주하도록 만들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학생들이 미리 법과 경제에 대한 지식을 배웠다면 겪지 않았을 고생을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 크게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영수 과목보다도 법과 경제와 같은 과목이 학생들의 사회 진출 이후의 삶과 더 직결되는 실용적인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가 물론 중요한 과목이고, 배워두면 유용하게 쓸 일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에 따라, 영어를 자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영어를 아예 사용할 일이 없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에도 해외여행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영어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에 스마트폰이 고도로 발달하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영어를 못해도 해외에서 며칠 여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합니다. 위에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영어 논문 해석이 어려워서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할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다고 언급하였지만,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는 것이 제 인생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아니죠. 하지만 모든 인간은 삶을 살면서 어떤 국가에 소속되어 그 국가의 질서 유지를 위한 법의 지배를 받습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 앞으로 법의 지배를 받지 않을 학생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삶을 살면서 화폐를 사용하여 기본적인 의식주를 충족하고 자기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켜 나갑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 앞으로 화폐를 어떠한 경우에도 사용하지 않을 학생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학생이 장차 영어와 관련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학생이 장차 법, 경제와 관련된 삶을 살 것입니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법과 경제라는 과목이 너무 소홀히 취급받고 있습니다.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이며, 선택 과목 중에서도 마이너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저는 법과 경제라는 과목이 입시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학생들이 사회 진출 전에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법과 경제는 제가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하지 말아야 하고 필수 과목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서 선택한 대표적인 예시이고, 이외에도 필수 과목으로 선정할 가치가 있는 과목이 더 있을 것이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 추가적인 예시는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함으로써 나타나는 그다음 문제는, 교사가 가르쳐야 할 과목 수가 많아져 수업 준비가 어려워지고 수업의 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교사의 업무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교사 위주의 생각이라고 비난하거나, 교사가 사랑하는 학생들을 위해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은 학교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현실을 잘 모르면서 하는 비난입니다. 교사는 하루 근무 시간의 반 혹은 반 이상을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근무를 하면서 여러 과목의 수업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그나마 수업을 들어가지 않는 시간, 남는 시간에 수업을 준비하려고 하면 학부모에게 문의가 들어와서 그 학부모와 전화를 하느라 시간을 쓰거나, 맡고 있는 담임 학급에 어떤 일이 발생해서 그 일을 파악하느라 시간을 쓰거나, 별도로 맡고 있는 행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시간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마다 학생들을 상담하느라고 제대로 쉬지 못하는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교사가 근무하는 시간 중에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적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하면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여 학교 내에서 개설되는 과목의 수가 증가하면서 교사가 맡게 되는 과목의 수도 증가합니다. 한 과목의 수업을 준비하는 것과 두 과목의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업무량에 있어서 큰 차이를 야기합니다.


그러면 더 많아진 수업 준비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초과근무(야근)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실제로 인터넷에 교사들의 업무 부담 가중을 호소하는 것과 관련된 뉴스 기사가 올라오면 이러한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이 초과근무를 하는 것에 대해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으므로(아마 회사에 남아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돈만 받아간다는 생각 때문인 듯합니다) 그러한 비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수업 준비를 더 하기 위해 초과근무를 하라고 하면서, 초과근무를 하면 직장에 남아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돈만 받아간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초과근무는 무조건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직장이든 기본적인 근무 시간은 정해져 있고, 초과근무는 일이 유독 많아지는 시기에 하는 것이지 항상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일이 없었음에도 항상 초과근무를 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공무원들의 초과근무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이 옳은 것이겠죠. 하지만 초과근무는 항상 해야 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의 교사들 중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 과목 이수로 인해 여러 과목의 수업을 맡아야 하는 교사들은 근무 시간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수업 준비 업무를 떠안고 있습니다.


초과근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저의 견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몇 년 전에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맡고 있어서 학생 상담 업무와 수업 준비 업무로 인해 초과근무를 며칠 동안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직장인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요. 그 프로그램에서 사원 역할을 담당하는 연기자가 "우리 회사의 식대는 4,000원"이라고 이야기하자 다른 연기자들이 폭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식대 4,000원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인해 나온 웃음이겠죠. 하지만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에게는 초과근무를 할 때 특근매식비라는 식대를 제공하게 되어 있는데, 제가 근무했던 학교의 특근매식비가 4,000원이었습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선생님들이 교장에게 직접 불만을 제기하여 특근매식비를 올려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학교의 교장은 학교에 새 건물을 지어서 자기의 실적을 뽐내고 자기 얼굴이 뉴스에 나오는 것만 좋아하는, 능력에 비해 명예욕이 지나친 사람이었기 때문에 교사의 복지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습니다. 교장의 답변은 4,000원으로 김밥 한 줄이나 라면 하나 먹으면 끼니가 해결되지 않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교장이 교사들이 초과근무로 인해서 돈을 버는 것을 아니꼽게 여기고 열정페이를 강조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였죠. '직장인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한 연기자는 다른 연기자가 식대 4,000원을 언급할 때 이 연기자가 회사 생활을 안 해본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식대 4,000원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금액 책정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죠(간단한 국밥만 먹으려 해도 대부분 10,000원이 넘습니다). 저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학교에서 꽤 많은 시간 동안 초과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학교, 직장이 여기만 있을까요? 잘 찾아보면 우리나라 학교, 직장 중에서 굉장히 많은 곳이 발견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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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가끔 꼬장꼬장한 교장, 교감들 중에는 교사들이 초과근무를 하면서 돈을 받아가는 것을 아니꼽게 여겨서 초과근무 승인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장, 교감이 이러한 행위를 했을 때 교사가 신고하면 아마 교장, 교감에게 조치가 내려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통 교사들이 교장, 교감에게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여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러면 교사는 억울함을 감수하고 어떠한 급여도 받지 못한 채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교사가 유익한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에게 질 높은 수업을 전달하기 위해서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광범위한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은 교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의 과목이 개설되도록 하여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심화시키고 학생들이 받는 수업의 질을 저하시키며, 수업 질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서 초과근무를 암묵적으로 강요하게 되지만 이는 전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필수 과목의 범위를 확장하여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의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예시인 법, 경제와 같은 과목은 학생들의 사회 진출 이후의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어야 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윤리 과목도 학생들의 인성 함양과 논리적 사고 증진을 위해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그러한 논의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필수 과목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에 대해서 예상되는 반박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박입니다. 저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완전히 없애버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학생들은 미성년자이고 아직 배움이 필요한 존재이므로, 학생들이 선택해서 배워도 되는 부분이 있는 반면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시로 언급한 법, 경제 등의 과목은 학생들이 사회 진출 이후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고 온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지식들을 충실히 배웠을 때 학생들이 사회 진출 이후에 제대로 자기의 인권을 지킬 수 있고 타인들로부터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아이가 8살이 되었을 때 반드시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이 인권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초등학교를 아이가 사회에 진출하기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육의 과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필수 과목의 확대도 학생이 사회에 진출하기 이전에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을 얻는 교육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필수 과목의 확대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반박입니다. 하지만 수업일수를 늘리지 않고, 선택 과목의 수를 줄이면서 필수 과목의 수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크게 증가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학습량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학습량의 감소를 체감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교육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우리가 학습하는 내용의 난이도 때문입니다. 배우는 과목의 수 혹은 학습량이 줄어들어서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자 학생들을 제대로 변별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시험의 난이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었죠. 그래서 지금 학생들이 접하는 모의고사와 수능의 난이도는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저는 필수 과목을 확장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크게 증가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필수 과목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에 대한 깊은 숙고가 필요하고, 필수 과목 시험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어려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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