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혁신 지옥 9
학생들의 정시 전형 준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귀찮아하고 하기 싫어하는 교사들이 많으며, 수시 전형은 정시 전형을 준비해주지 못하는 주변 환경으로 인해 더 큰 힘을 얻고 있고 교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교사라면 그 과목의 전문가이고 전공자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업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교사들은 수시 전형의 확대로 인해 내신 시험을 출제하기가 더 까다로워졌고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것의 부담이 늘어났다고 불평하지만, 사실 자기들이 자초한 것이다.
특목고, 성적이 우수한 학군지에 있는 고등학교, 특정 지역에서 매우 우수한 대입 실적을 기록해 왔던 고등학교 등 일부 고등학교를 제외하면 평범하고 일반적인 고등학교에서 정시 전형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학생들을 현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보통 일반고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시 전형보다 수시 전형을 준비하며, 일반고에서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수시 전형에서 좋은 대학교를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없어서 수시 전형을 포기하고 학교 수업을 거의 듣지 않으며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일명 '정시 파이터'인 경우가 많습니다.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은 우리나라 대입 제도의 두 가지 큰 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왜 학생들이 이렇게 수시 전형에만 신경을 쓰는 것일까요? 그리고 과연 수시 전형이 정시 전형보다 더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전형이며 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전형일까요? 제가 학교를 다녔을 때에도 정시 전형보다 수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신입생 수가 더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두 전형 간에 선발하는 신입생 수의 차이가 크지 않아 일반고에서도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신입생의 수와 비율을 큰 폭으로 줄이고 수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신입생의 수와 비율을 큰 폭으로 늘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대해 사교육을 조장하고 학생들을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정시 전형을 축소하고 수시 전형을 확대함으로써 교육적으로 '혁신'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변화가 혁신이 아니라 퇴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 관련 기관이 직접 나서서 수시 전형을 권장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정시 전형보다 수시 전형을 더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4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수시 전형이 정시 전형보다 지원할 수 있는 원서의 숫자가 더 많습니다. 수시 전형은 6장의 원서를 지원할 수 있고, 정시 전형은 3장의 원서를 지원할 수 있는데, 정시 전형은 수시 전형보다 지원할 수 있는 원서의 수가 2분의 1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정시 전형 다군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할 만한 대학교와 전공이 별로 없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은 정시 전형에서 지원할 수 있는 원서의 수를 사실상 2장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생 입장에서는 지원할 수 있는 원서의 수가 2배~3배 많은 수시 전형을 더 선호하기 쉽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수시 전형에서 주요 평가 요소가 되는 내신 시험의 성적과 정시 전형을 준비하기 위한 시험인 모의고사를 놓고 보았을 때, 일반고에서 모의고사 성적보다 내신 시험의 성적을 올리는 것이 더 편합니다. 일반적으로 모의고사 시험보다 내신 시험이 더 난도가 낮고 시험 범위도 좁으며, 전국에 있는 여러 우수한 학생들이 참여하는 모의고사보다는 학교 안에서 경쟁하는 내신 시험이 더 좋은 등급을 받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수시 전형을 더 선호하기 쉽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정시 전형과 달리 수시 전형은 재수생 혹은 n수생들과 경쟁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정시 전형뿐만 아니라 수시 전형에도 재수생 혹은 n수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재수생 혹은 n수생들은 대부분 대학교를 다니지 않고 1년 동안 수능 공부에 집중하면서 현역 학생들보다 더 많은 시험 준비 기간을 갖는 반면,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재수생 혹은 n수생들은 현역 학생들보다 더 많은 준비 기긴을 갖는 것에 대한 메리트를 거의 가지지 못하므로 현역 학생들이 재수생과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생들은 수시 전형을 더 선호합니다. 네 번째 이유는, 수시 전형이 정시 전형보다 심리적인 부담감이 적습니다. 물론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매번 지필 평가의 성적을 높게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 생활기록부 기록을 좋게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면서 학교생활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처럼 수능 시험 한 번에 대입과 관련된 나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을 받지는 않으며, 이러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피하기 위해 수시 전형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은 각자 매우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으며, 서로 보완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어느 한쪽으로 비중이 쏠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수시 전형의 신입생 선발 수와 비율을 늘리고 정시 전형의 신입생 선발 수와 비율을 줄이는 변화를 단행했으며, 수시 전형의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아주 잠깐 정시 전형의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발표나 움직임도 있었지만 그저 잠깐의 보여주기식 행동으로 끝났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S대에서 정시 전형에 수시 전형에서 사용해 왔던 평가 요소를 도입하여 '정시의 수시화'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4가지 이유로 인해 원래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현역 학생들은 정시 전형보다 수시 전형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시 전형의 신입생 선발 수와 비율을 늘리고 정시의 수시화를 단행하면서 원래도 수시 전형을 더 선호했던 학생들이 수시 전형으로 더 치중하도록 유도하고, 이로 인해 우리는 수시 전형이 갖고 있는 큰 문제점들을 덮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정시 전형의 특성과 수시 전형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수시 전형은 크게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내신 성적이 합격 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논술전형은 이 글에서 논하지 않겠습니다. 논술전형도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만...).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모두 학교에서 실시한 내신 시험에서 학생들이 받은 성적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간주합니다. 수시 전형은 내신 시험의 성적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간주하기 때문에 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공정성을 전혀 보장하지 못하는 입시 제도입니다. 학교 내에서 실시하는 지필평가에는 발문, 선지, 답 중에서 잘못된 요소가 있는, 즉 오류가 있는 문항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인터넷에 우리 학교 시험 문제가 오류 아니냐는 글을 게시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물론 알고 보니 오류가 없었는데 학생들의 오해로 인해 오류가 있는 것처럼 간주되었던 문항들의 비중이 높지만, 문항이 학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복수 정답을 인정해야 하거나 정답이 없어야 하는 문항들의 비중도 꽤 높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기저기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여러 동 교과 교사(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만나왔는데요. 제가 만났던 동 교과 교사들 중에 문항을 오류 없이 출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교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S대 출신에 교육청에서 평가와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했던 경험이 있는 선생님조차 제가 그 선생님이 출제한 문항을 검토했을 때 몇 가지 오류가 발견되었고, 그 선생님은 교과서에 있는 기본적인 내용마저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가 지적한 오류가 왜 오류냐고 따지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위와 같이 시험 문제를 출제한 교사가 자기가 출제한 문제가 오류인지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발견되는 사례입니다. 오류가 포함되어 있는 시험 문제를 풀어서 나온 성적으로 대입이 결정된다는 것은 공정성의 측면에서 아주 큰 문제가 있죠. 더 극단적인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수시 전형은 전혀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제도임을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인데요. 만 64세의 기간제 교사(계약직 교사)가 저의 동 교과 교사로 들어와 저와 함께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누가 수업 시간을 얼마나 담당할지, 어떤 과목과 몇 학년을 담당할지 이야기하는 첫 회의 자리에서부터 내가 나이가 훨씬 많아서 배려받아야 하므로 내가 수업 시간을 적게 담당하고 가르치기 편한 과목과 말을 잘 듣는 학년을 담당해야 한다고 저에게 부담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모습이 탐탁지 않아 저는 모든 업무를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몇 달이 지나 그 해의 첫 번째 내신 시험을 출제할 시기가 되었는데, 저는 시험 문제를 공평하게 2분의 1씩 출제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며칠 후에 각자가 출제한 문제를 들고 회의 장소에 모였는데, 그 교사가 출제한 문제 15개 중에서 지필 평가 문항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제는 단 한 문제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복수 정답이 인정되는 문항이거나 정답이 없는 문항이었고, 문항 출제 형식도 지키지 않은 엉터리 문제들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교사는 제가 출제한 문제 15개 중에서 한 문제도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 교사는 저에게 "사실 나는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문항을 출제해 본 적이 없으며, 항상 나보다 어린 동 교과 교사들이 알아서 내 몫까지 출제해 주었다."라고 실토했습니다.
만약 그 교사의 동 교과 교사가 저 혹은 그 사람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동 교과 교사가 아니라 그 교사와 비슷한 지식수준을 가졌고 문항 출제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학생들에게 오류 투성이인 내용을 가르치고 오류 투성이인 문항으로 학생들이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시험 점수를 받았을 것입니다. 결국 그 학교의 제가 맡고 있는 과목의 시험 문제는 1년 동안 전부 제가 출제했습니다. 그 교사는 문항 출제 능력도 아예 없고 검토 능력마저 없었기 때문에 시험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관여할 수도 없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공정성'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와 그 교사는 학교에 있는 10개의 학급을 5개씩 나누어서 수업했는데요. 제가 맡은 과목의 시험 문제는 전부 제가 출제했기 때문에 제가 수업을 했던 5개의 학급과 그 교사가 수업을 했던 5개의 학급이 공정한 여건 아래에서 시험에 응시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 교사는 자기가 맡은 과목과 관련하여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학습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습니다. 학습 내용과 관련하여할 이야기가 없으니 괜히 수업 시간에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학생들에게 "너네는 가정교육을 잘못 받았다.", "너네를 보니 여기는 마치 교도소 같다."라고 말하여 학부모들로부터 민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학습 내용을 전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수업을 받는 학생들과 그래도 학습 내용을 열심히 설명하려고 노력했던 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공정한 여건 아래에서 시험에 응시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그 교사가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는지 관찰해 보았는데요. 학교 근무 시간 동안 수업 준비나 학교와 관련된 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모두 다른 교사들에게 떠넘긴 채로 철학과 관련된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 원고를 작성하고 자기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 줄 출판사를 구하고 있더군요. 고등학교 윤리 수업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수업 준비를 하지도 않으면서 근무 시간에 철학 책 원고를 쓰고 있다니 교육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현실이 어둡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뿐만 아니라 저는 지금까지의 교직 생활 동안 오류 없이 지필평가를 출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교사를 만나본 적이 없으며, 주변에 수업 준비와 교재 연구를 열심히 하고 학생들에게 오류 없는 수업을 하기 위해 평소에도 꾸준히 공부하는 선생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오류 없이 지필평가를 출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교사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일반고에서 근무하면서 목격한 것은, 내신 성적이 아무리 높은 학생이라도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 성적에 비해 한참 낮은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물론 가끔씩 내신 성적도 높고 모의고사 성적도 높은 학생도 있지만, 매우 찾기 어렵습니다). 내신 시험과 모의고사는 모두 동일한 교육과정에 있는 반영을 내용하여 문제를 출제한 것인데, 왜 학생들의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간에 큰 괴리가 발생할까요? 물론 모의고사 성적이 당장의 대입에 반영되지는 않아서 내신 시험보다 모의고사를 대충 응시했다는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 내신 시험의 성적이 높은 학생들의 대부분은 성적에 대한 욕심이 많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내신 시험만큼 성실하게 응시하지는 않더라도 대충 응시하지는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내신 시험의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간에 큰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 내신 시험을 출제하고 내신 성적을 산출하는 절차와 모의고사 및 수능 시험을 출제하고 모의고사 및 수능 성적을 산출하는 절차 중에서 하나의 절차에 큰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모의고사 및 수능 시험과 관련된 절차에도 어느 정도의 문제나 오류가 존재할 수 있지만, 모의고사 및 수능은 전국 단위의 시험이고 소정의 절차를 통해 선발된 교사들의 참여하에 관련 업무가 이루어지므로, 학교 교사들에 의해 관련 절차가 이루어지는 내신 시험에 비해 문제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낮습니다. 일반고에서 왜 내신 시험 성적과 (재수생 및 n수생이 참여하지 않은) 모의고사 성적 간에 괴리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내신 시험의 출제 및 성적 산출 절차와 관련된 공정성의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현재 학교 현장에서 일부의 교사들을 제외하고는 지필평가 문항을 오류 없이 깔끔하게 출제할 수 있는 교사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며, 이는 수시 전형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합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수시 전형과만 관련된 문제가 아닙니다. 지필평가 문항을 오류 없이 깔끔하게 출제할 수 있는 교사가 거의 없다는 것은 꾸준히 자기 전공을 공부하여 자기가 맡고 있는 교과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는 교사가 거의 없다는 의미이고, 이는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사교육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정시 전형을 준비할 수 있도록 수업할 수 있는 교사가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실수로 틀리거나 수능 문항 자체가 애매하게 출제되는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과목의 수능 시험 문제를 풀어서 만점을 맞는 교사들이 많지 않습니다(물론 교사들이 학생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고, 나이가 많기 때문에 두뇌 회전 속도가 느려져서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학생보다 낮음을 감안하여 시간제한 없이 수능 문제를 풀도록 하더라도 만점을 맞는 교사들이 별로 없습니다). 모의고사 문항을 교사에게 질문하면 이 질문에 대해서 적절한 대답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학생들의 정시 전형 준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귀찮아하고 하기 싫어하는 교사들이 많으며, 수시 전형은 정시 전형을 준비해주지 못하는 주변 환경으로 인해 더 큰 힘을 얻고 있고 교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사라면 그 과목의 전문가이고 전공자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업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당연히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은 수시 전형의 확대로 인해 내신 시험을 출제하기가 더 까다로워졌고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것의 부담이 늘어났다고 불평하지만, 사실 자기들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봅니다.
*수행평가 출제의 오류 가능성, 채점에 주관적 요소가 개입하여 공정성이 낮아질 가능성
수시 전형의 문제점을 몇 가지 더 알아보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신 시험과 관련된 공정성의 문제로 인해 학생부교과전형도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수시 전형의 확대와 함께 주목을 받게 된 학생부종합전형은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제가 학교 현장에서 크게 느꼈던 문제점들, 수시 전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시 전형이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언급하면 좋을 문제점들을 위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제가 바라보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심각한 첫 번째 문제점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함에 있어서 운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학생이 아무리 열심히 수업을 듣고 과제물을 제출해도 그 학생의 생활기록부 기록을 담당하는 교사가 생활기록부를 질 높게 기록해 주는 사람이라면 그 학생이 열심히 한 만큼 써줄 것이고, 반면 그 학생의 생활기록부 기록을 담당하는 교사가 생활기록부를 형식적으로 대충 기록해 주는 사람이라면 그 학생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반대로, 어떤 학생이 학교생활을 열심히 모범적으로 하지 않는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그 학생의 생활기록부 기록을 담당하는 교사가 온화하고 자비로울 뿐만 아니라 생활기록부 기록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교사라면 학생은 자기보다 훨씬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는데 담당 교사가 생활기록부를 형식적으로 대충 써주는 사람이라 좋은 기록을 받지 못한 학생보다 좋은 기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학교 현장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심지어 제가 어떤 학교에 근무하면서 직접 보았던 사례에 의하면, 수업 준비나 생활기록부 기록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승진에만 목이 말라 있는 교사가 부장 보직을 받지 못하고 담임교사를 맡게 되자 자기가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기록할 때 학생들의 개별 특성이나 성과와 전혀 관련 없이 A, B, C, D, E라는 선택지를 만들어 놓고 학생들이 제비 뽑기처럼 뽑게 하여 학생이 뽑은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그대로 넣어줌으로써 생활기록부 기록을 대충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교사가 작성한 생활기록부를 보니 지극히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주변 학생들로부터 소외를 받는 학생인데 생활기록부에는 활발하고 명랑하여 친구 관계가 매우 원만하다고 기록이 되어 있더군요. 학생들은 자기의 성향이나 자기가 하지도 않은 활동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있어서 이후에 면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불만을 호소했습니다. 이처럼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떤 교사를 담당 교사로 만나느냐에 따라 학생의 생활기록부 기록이 달라질 수 있을 정도로 운이 중요한 요소로 간섭하는 대입 전형이며, 운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입 전형은 공정성이 매우 낮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학생의 생활기록부 기록을 담당하는 교사는 3년 동안 만나는 담임교사 3명을 포함하여 3년 동안 그 학생의 수업을 담당하는 수십 명입니다. 어떤 학생이 어떤 교사를 만나 생활기록부가 어떻게 기록될지는 복불복입니다. 정시 전형도 학교에서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수능 준비에 좋은 도움을 받을 수 있거나 아예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학생부종합전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시 전형은 학교 교사의 도움이 없더라도 인터넷 강의나 좋은 문제집을 통해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는 전형인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전적으로 교사의 기록에 의존해야 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극대화되는 문제입니다.
제가 바라보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심각한 두 번째 문제점은, 학생들에게 너무 일찍 진로를 결정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에 유리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원서를 쓸 전공에 맞게 생활기록부 기록을 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2학년 정도가 되어서야 진로를 정하고 그 진로에 맞게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한 학생들 중에 좋은 결과를 거둔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진로를 확고하게 정하여 그 진로에 맞게 생활기록부를 채운 학생들보다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불리함을 안고 갈 수밖에 없으며,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2학년 때 진로를 확고하게 정하더라도 1학년 때 정했던 진로와 유사한 진로로 변경함으로써 1학년 때에도 자기가 지원하는 전공과 관련된 활동을 했었다고 어필하기 위한 스토리 라인을 만드려고 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시기든 2학년 시기든 간에, 그 시기들은 다양한 진로나 직업에 대한 정보를 아직 불충분하게 갖고 있으며, 자기의 흥미와 능력에 대해 완전히 파악이 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진로를 확고하게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을 유리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진로를 최대한 빠르게 결정하여 그 진로에 맞는 생활기록부 기록을 채우는 것이 유리하며, 이는 학생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주요 전형으로 자리 잡기 이전에 이미 대학교에서는 자유전공학부라는 학부가 만들어졌습니다. 자유전공학부는 대입 원서를 쓰고 대학교를 입학할 때 특정한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했다가 대학생활을 일정 기간 거친 이후에 자기에게 맞는 전공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학부입니다. 이전에 없었던 자유전공학부가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고등학생 시기가 진로나 전공을 확고하게 결정하기에는 고등학생들의 지식과 정보가 불충분하고,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고등학생들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진로나 전공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생부종합전형은 이러한 자유전공학부의 취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전형입니다. 심지어 자유전공학부가 있는 학교에서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할 신입생들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기도 하죠. 저는 원래 고등학생일 때 제가 교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특히 '도덕', '윤리'라는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원래 제가 희망하던 장래 희망은 기자였고, 제 인생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과 환경에 따라 제 진로와 인생 경로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이처럼 인생은 예상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고 인생의 경로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이 충분한 지식과 정보가 없고 자기의 관심사와 흥미가 덜 파악된 상태에서 진로를 정하도록 강요하고, 그 진로에 부합하는 인위적인 활동들을 억지로 채우도록 강요함으로써 학생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학생부교과전형인지 학생부종합전형인지를 막론하고 교사 입장에서 수시 전형의 제일 오래 지속된 문제점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2학기 때 엉망진창으로 학교생활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의 내신 성적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은 3학년 2학기에 교사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엉망진창으로 학교생활을 합니다. 대입에 반영되는 생활기록부 기록은 8월 31일에 마감되므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9월 1일부터 교사에게 생활기록부를 잘 받기 위해 모범적인 행동을 하고 교사에게 아부도 하던 것을 멈추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막장'으로 학교생활을 합니다. 수시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철저하게 출결을 관리하고 혹시 자기 출결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담임교사에게 애원을 하고 싹싹 빌어서라도 관대하게 처리해 달라고 하던 학생들이 3학년 2학기에는 갑자기 학교에 말도 없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으며, 교사에게 잘 보여서 좋은 생활기록부 기록을 받기 위해 항상 교복을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던 학생들이 집에서 입었던 추리닝을 그대로 입고 오거나 정도가 심하면 수면 바지를 입고 등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180도 바뀐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학생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떠한 정도 주고 싶어지지 않아지고, 교사의 존재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교사라는 존재가 그저 학생들의 대입을 위한 수단 혹은 도구로 이용될 뿐인 매우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에 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교사로서 느끼는 모욕감이나 회의감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시 전형이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3학년 2학기의 학교생활을 막장으로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3학년 2학기 시기에 수시 전형을 준비했던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큰 피해를 주고 그들의 수능 준비를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3학년 2학기는 수능 시험이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 학생부교과전형을 준비하면서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은 따로 더 준비할 것이 없고 합격 발표만 기다리면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엉망진창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면접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이 학생들마저도 어쨌든 교사들로부터 받는 평가가 끝났기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춰야 하는 학생들도 정시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수능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보다 훨씬 덜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에 동화되어 그 학생들과 함께 학교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엉망진창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9월~11월 시기에 매우 예민하며, 특히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주변 친구들의 합격/불합격 여부가 발표되면서 예민함과 불안함이 극도로 심해지고 조바심이 날 것입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어서 정상적인 학습 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합니다.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 시기에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큰 방해가 되는 행동들(수업 시간이나 자습시간에 떠들고 돌아다니는 등)을 서슴없이 하며, 정도가 심하면 화투, 트럼프, 닌텐도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등을 교실에 갖고 와서 시끄럽게 노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를 통제하려고 해도 이 시기에 엉망진창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수가 너무 많고, 학생 인권 문제로 인해 그 학생들을 강하고 엄격하게 지도하기 어려우니 결국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해주고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쫓아내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외부 자습실에 모아놓고 조용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하거나, 빈 교실을 이용하여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자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도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복도에서 크게 떠들어 이 소음이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자습실로 흘러들어 감으로써 무용지물이 되는 심각한 경우도 있습니다.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방해로 인해 오히려 외부로 쫓겨나서 공부해야 하는 이 상황은 제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온 문제이며, 제가 고등학생이 되기 이전부터도 계속 발생했던 문제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가장 케어받아야 할 학생들이 외부로 쫓겨나는 주객전도가 발생하는 이유, 그리고 이 문제가 제가 고등학생일 때보다 더 심해진 이유는 정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신입생 수와 비율이 너무 줄어들고 수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신입생 수와 비율이 너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수시 전형으로 많은 신입생을 선발함에 따라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수가 늘었고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수는 줄었기 때문에 압도적 다수에 의해 가장 예민한 시기에 있는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외부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제가 수시 전형에 대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언급했지만, 수시 전형이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목처럼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수시 전형을 없애고 정시 전형으로만 대입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시 전형은 정시 전형에서 고려하지 못하는 부분을 평가할 수 있고,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해야 하는 정시 전형의 문제점을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물론 수시 전형이 사교육을 더 조장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몇몇 뉴스에서는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정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보다 평균 학점이 높다는 통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모든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불성실하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학교생활의 성실성은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더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교에서의 학점도 학생의 성실성을 반영하여 교수가 부여하기 때문에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학점을 받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통계를 근거로 현재 수시 전형이 확대된 것을 무분별하게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들은 대학교 시험이 대부분 논술형 시험이라 채점과 평가의 객관성을 완전하게 확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지 않았고, 대입 성적과 달리 대학교의 학점을 부여하는 권한이 전적으로 교수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수시 전형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수시 전형의 장점으로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주장일 뿐입니다. 지금처럼 수시 전형의 신입생 선발 수와 비율이 너무 높고 정시 전형의 신입생 선발 수와 비율이 너무 낮아 균형이 무너진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에 바람직한지에 대해 '혁신'이라는 이름에 현혹되지 말고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