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덕분에 한화가 2위를 했다는 의견에 대하여

251030 한국시리즈 4차전 리뷰

by cusp

야구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네요. 아마 앞으로 야구 볼 일이 없어서 이런 글을 쓸 기회가 없을 것 같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야구 글을 브런치에 쓰려고 합니다. 저는 충청도가 고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06년 류현진 선수의 데뷔 시즌부터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구단의 팬이 되었습니다. 한화 이글스의 팬이 된 지 20년 가까이 되었네요. 한화 이글스는 제가 팬이 되었을 때 포스트시즌에 자주 진출했었지만 그 이후에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다른 어느 구단보다도 긴 암흑기를 보냈습니다. 늘 하위권 팀, 꼴등 팀이라고 조롱받고 이러한 조롱을 견뎌내고 선수들의 수준 낮은 플레이를 보면서도 한화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보살'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긴 암흑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야구를 시청하고 한화 이글스라는 팀을 응원해 왔었는데요. 하지만 앞으로 김경문 감독이 한화 이글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한 야구를 시청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올해 시즌에서 한화 이글스 팬들이 김경문 감독의 비정상적인 작전과 경기 운영을 욕했었고(저도 마음속으로 욕했습니다), 그때마다 다른 팀의 팬들이 만년 하위권 팀, 꼴등 팀이 감독 덕분에 2위를 했으면 감사할 줄 알아야지 오랜만에 2위 했다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냐고 조롱하거나 비난했습니다. 저는 올해 한화 이글스의 야구를 꾸준히 시청했다면 감독 덕분에 2위 했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오늘 매우 중요한 한국시리즈 4차전을 이렇게 날려버린 것이, 올해 한화가 감독 덕분에 2위를 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입증해 줄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에서 가장 문제가 된 김경문 감독의 경기 운영은 김서현 선수에 대한 '믿음의 야구'입니다. 김서현 선수가 올해 후반기부터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김서현 선수에 대한 믿음을 명분으로 역투가 필요한 위기의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 선수를 계속 기용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 와이스의 환상적인 투구로 손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 매우 중요했던 경기를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말았는데요. 이에 대해 김경문 감독은 죄송하다 혹은 자기의 책임이다와 같은 말 하나 없이 다음과 같이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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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김경문 감독이 '결과론적'이라는 말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결과론적'이라는 말은 김서현 선수가 그동안 문제없이 마무리 투수 역할을 잘해주었으나 이번 경기만 못 던졌을 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김서현 선수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많은 실점을 하며 경기를 패전으로 이끈 것은 다분히 '과정론적'입니다. 김서현 선수는 후반기부터 크게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하여 평균자책점이 급격히 나빠졌으며, 게다가 그동안 임팩트가 큰 패전 경기들을 남김으로써 김경문 감독에게 김서현 선수를 위기 상황에서 기용하면 안 된다는 시그널을 남겼습니다. 김서현 선수는 10월 1일 SSG와의 경기에서, 1위 자리를 놓고 LG와 타이브레이커 경기를 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던 그 경기를, 그리고 거의 다 이겼던 경기를 피홈런 2개로 인해 패배로 장식했습니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와서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으나 전혀 그 경기를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강판당하여 결국 김범수 선수가 그 경기를 어렵게 마무리했습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플레이오프를 일찍 끝내서 체력 안배를 하고 한국시리즈를 훨씬 더 수월하게 준비하기 위해 이겨야 했던 그 경기에서, 심지어 이기고 있던 그 경기에서 3점 홈런을 맞고 결국 그 경기를 패배하여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폰세와 와이스라는 걸출한 두 용병 투수를 모두 투입하여 이기면서 한국시리즈에서는 폰세와 와이스가 선발 투수로 두 번이 아니라 한 번 등판하게 되는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의 와이스의 역투를 보면, 폰세와 와이스가 한국시리즈에 선발 투수로 한 번 나오냐 두 번 나오냐가 한화 전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글로만 써도 김서현 선수를 한국시리즈에서 위기 상황에 마무리투수로 기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길게 설명할 수 있는데, 김서현 선수가 패배의 원흉이 된 것이 '결과론적'이라고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위 뉴스 기사에서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 선수가 8회는 잘 막았다고 이야기했는데, 김서현 선수는 8회에 공을 여러 개 던지면서 자기의 제구와 구위를 점검한 것이 아니라, 공 하나만 던졌고 그 공을 한국시리즈에서 안타가 없고 타격감이 심각하게 좋지 않은 LG 오스틴 선수가 건드려서 만든 뜬공으로 막은 것이기 때문에 8회를 김서현 선수가 잘 막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웃깁니다. 게다가 9회의 대역전 상황은 김서현 선수가 볼넷을 남발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입니다. 김서현 선수가 제구가 전혀 되지 않는 과정을 관찰하고 투수 교체를 빠르게 해주는 것이 감독이 해야 할 일이죠. 김경문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 동안 자기가 경기 운영을 잘못하여 패배한 경기에서 인터뷰를 할 때 자기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면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는데요.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문제이지만 책임감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라는 말이 너무 지겹고 혐오스럽게 들립니다.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만 봐도 김경문 감독의 야구는 믿음의 야구라고 할 수 없습니다. 모든 선수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어야 믿음의 야구라고 할 수 있지, 특정 선수에게만 믿음을 주는 야구는 다른 선수들에게는 믿음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믿음의 야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김경문 감독의 투수 운영을 보면 엔트리에 불펜 투수가 10명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에서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안타를 맞고 실점을 하여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김범수 선수와 박상원 선수는 한국시리즈의 모든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구위가 안 좋아지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긴장되는 한국시리즈의 매 경기를 출전하여 고생해 준 선수들이죠. 이 선수들을 절대 비난할 수 없습니다. LG의 염경엽 감독은 연투를 시킨 적은 있지만 불펜 투수들의 체력을 고려하여 모든 경기에 출전하도록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크게 지고 있는 경기에서도 한화의 불펜 투수 중에서 필승조로 활약했던 김범수, 박상원, 한승혁 선수를 투입하여 불펜 투수들의 체력을 크게 소진시켰고, 특히 김범수 선수와 박상원 선수는 매 경기 출전하여 체력과 구위가 떨어짐으로써 한국시리즈 4차전 대역전이라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김서현 선수도 그 전날 경기인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25개의 공을 던져서(마무리 투수가 25개 던졌으면 많이 던진 것이죠) 체력 부분에서 크게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9회에 김서현 선수가 아니라 다른 투수를 투입하는 것이 적절했음에도 김경문 감독은 요지부동의 자세로 김서현 선수를 투입했죠.


문제는 이러한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라고 불리는 경기 운영 스타일이 다른 선수들에게는 '불신의 야구'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 정우주, 조동욱, 황준서, 김종수, 윤산흠, 주현상 선수 등이 등판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 투수들을 활용하면서 위기 상황을 풀어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선수들이 등판한다고 무조건 위기 상황을 막고 이겼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한국시리즈 매 경기를 등판한 선수들을 다시 기용하거나 후반기 내내 불안했던 마무리 투수를 기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안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수들에게는 김경문 감독의 경기 운영 스타일이 과연 믿음의 야구로 느껴질까요, 아니면 불신의 야구로 느껴질까요? 본인들을 믿지 못해서 이미 체력이 떨어진 불펜 투수들을 계속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주현상 선수는 2024년에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던 선수입니다. 올해 구위가 많이 떨어져 김서현 선수가 마무리 투수 역할을 대신했고, 김서현 선수의 보직 변경이 대성공하여 주현상 선수가 올해는 평범한 불펜 선수로 대기하고 있기는 했지만, 마무리 투수 경험이 풍부한 선수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번의 위기 상황에 투입했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수 선수는 여러 번의 수술과 오랜 재활 기간을 거친 끝에 올해 추격조면 추격조, 롱 릴리프면 롱 릴리프, 여러 불펜 보직에서 마당쇠처럼 활약하며 올해 한화 이글스 순위 반등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 선수인데요. 김종수 선수가 엄상백 선수보다 훨씬 더 팀에 도움이 되는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는 김종수 선수 대신 엄상백 선수가 포함되었고, 엄상백 선수는 플레이오프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김종수 선수는 한국시리즈가 되어서야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었습니다. 엄상백 선수에 대한 믿음의 야구가 김종수 선수에 대한 불신의 야구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런 비정상적인 선수 기용이 집약되어 마침내 핵폭탄처럼 터진 것이 어제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해 야구를 보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단순히 제가 응원한 팀의 순위가 높아서 행복했던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채은성, 노시환, 류현진 등 원래부터 팀의 주축이었던 선수들의 활약뿐만 아니라 그동안 팀에서 주전급이라고 평가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드디어 한화 이글스가 팀다운 팀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종수 선수가 1이닝을 3개의 삼진으로 퍼펙트로 끝냈을 때, 황영묵 선수가 역전 홈런을 쳤을 때, 이원석 선수가 이글스파크 최초로 만루홈런을 쳤을 때, 최인호 선수가 패색이 짙은 경기에서 두산을 상대로 동점 홈런을 쳤을 때를 모두 기억합니다. 저는 한화 이글스가 2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① 이처럼 한화 이글스의 선수들이 모두 자기 역할을 어느 정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되었고 이 선수들이 조화되어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기 때문 ② 용병 선수들을 역대급으로 탁월하게 선택했기 때문 ③ 여러 선수들이 활약해 주었지만 특히 문현빈 선수의 잠재력이 크게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동안 한화가 하위권을 기록하면서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신인 선수들을 선발할 기회를 많이 얻었습니다. 그러한 기회를 통해 얻게 된 선수들이 문동주, 정우주 선수 등입니다. 즉 한화 이글스는 그동안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기회를 얻으면서 선수 뎁스가 좋아질 수 있었습니다. 선수 뎁스가 좋아졌고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요인까지 현실화되어 올해 한화 이글스가 2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이지 김경문 감독의 역량 때문에 2위를 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김경문 감독이 오히려 이런 요인들이 현실화된 구단을 맡게 된 것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죠. 실제로 김경문 감독은 NC에서 나테이박(나성범, 테임즈, 이호준, 박석민)으로도 한국시리즈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감독 아닌가요? 그리고 현재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12연패를 기록한 감독 아닌가요? 이는 단순히 우연이거나 김경문 감독이 잠실과 기운이 안 맞는다는 미신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인과관계가 명확한 일입니다.


현재는 해설 위원과 불꽃야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박용택 님이 어느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야구는 사실 감독의 역할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저도 박용택 님의 이 이야기를 듣고 크게 공감했습니다. 야구 감독은 사실 라인업을 짜고 작전을 지시하고 선수 교체를 지시하는 등의 역할을 제외하면 축구 감독이나 농구 감독에 비해 큰 역할을 맡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경문 감독은 본인이 구단과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고 큰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본인이 훌륭한 리더일 때 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팀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뿐이죠. 물론 올해 김경문 감독이 상황에 적합한 작전을 지시하거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으면서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그동안 김경문 감독의 부적절한 경기 운영과 쓸데없는 고집으로 인해 한화 이글스가 입었던 피해를 상쇄하지는 못합니다. 저는 올해 후반기에 KT와 경기를 하면서 충분히 3승으로 가져갈 수 있었던 시리즈를 비합리적인 투수 교체로 인해 1승 2패로 가져가는 것을 보고 이러한 사태를 미리 직감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서까지 이러한 경기 운영과 투수 기용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이번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와이스의 장인이 먼 미국 땅에서 사위의 경기를 보러 왔더군요. 와이스의 장인에게 보여주기에는 창피하기 짝이 없는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직관을 갔던 팬들은 얼마나 허무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하는 팬들만 나쁘다고(물론 심각한 인신공격을 하는 팬들은 문제가 매우 큽니다) "팬들이 너무 심하게 비난하는 것 같다."고 인터뷰하면서 전혀 자기 반성이 없는 모습을 보았을 때, 김경문 감독이 감독으로 있는 한 한화 이글스가 우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저는 앞으로 김경문 감독이 한화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한 한화 이글스의 야구 경기를 보지 않을 것이고, 오늘 경기에서 반드시 김경문 감독이 LG에게 참패하여 한화의 홈구장인 대전에서 LG의 우승이 확정되고 김경문 감독이 자기의 부적절한 경기 운영을 반성하지 않고 불필요한 고집으로 인해 한화 이글스 팬들의 오랜 열망과 선수들의 간절한 꿈이었던 우승을 놓쳤다는 것을 자책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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