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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 Apr 27. 2020

04 리테일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유통업계 성패 가를 '리테일 테크' 

리테일은 고객 전략 담당자로 가장 오래 근무했던 업계이며 가장 빠르게 디지털 변화가 이뤄 나고 있는 업종이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 19 사태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리테일 업계는 사상 최대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기사를 통해 국내 굴지의 리테일 업계 구조조정 계획을 접했다.

     

15개 매장 문 닫는 롯데, 구조조정 본격화 2020.4월 10일 자 

[롯데쇼핑 깜깜이 구조조정] 다음은 우리 점포일까? 불안에 떠는 롯데마트 노동자 2020.4월 20일 자

소비가 멈췄다, 유통가 울었다 2020.4월 20일 자

출처: 조선비즈, 2020.2.13일자


고객들의 소비행태를 보면 최근 기업 구조조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한편으로 씁쓸했다. 나도 어느덧 연차가 들다 보니, 그저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았다. 구조조정 대상은 대부분 관리자급 이상으로 진행되며 한 가정의 가장, 아이들이 한창 커나갈 나이이기에 지출이 많은 시기이다. 제삼자는 이렇게 평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능력을 키웠어야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잖아"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자 혹은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 모두에게조차 가혹하다. 제삼자의 평가가 일리가 없는 말만은 아니지만 과연 직원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임원진은 그때 뭐 하고 있었던가? 전통적 유통업계 - 백화점, 마트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온라인으로 시장 구도가 변화하고 있었으며 수 십 년 전부터 컨설팅, 리서치 기관의 보고서와 디지털 형태의 신규 플레이어 등장 등 리테일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다양한 시그널이 있었다. 일반 사원에 비해 몇 배의 연봉, 스톡옵션, 인센티브를 받고 있는 임원진들은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다. 단기, 중장기 시장을 예측하고 이를 대비하는 몫은 최고 경영자, 임원진 몫이다. 직원들의 역할은 그들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위기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의 임금 삭감 혹은 해고부터 이루어진다.

 

최근 유통업계의 고객 경험

최대 전자상거래 아마존은 2016년 시애틀에 아마존 고 (무인 자동화 식료품 매장), 2018년 뉴욕 소호지구에 아마존 4-STAR (아마존닷컴에서 평점 별 4개 이상 받은 상품만을 판매)  오프라인 매장을 론칭하였다. 그리고 2017년 whole foods market을 인수하여 오프라인 식료품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이 오프라인에서 시작해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것과는 반대의 흐름이다.

즉, O2O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이란 방향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10년대부터 유행어처럼 마케팅 보고서에 옴니채널 전략, 운영방안 등 수없이 다뤄왔다. 옴니채널에서 옴니 는 (Omnis) 라틴어로 "every/all"이라는 뜻이다. 옴니채널은 고객 경험과 연관 모든 채널을 서로 연결하고 협력하여 통합관리한다는 의미이다.

검색, 구매, 결제, 픽업, 평가 의 고객 여정을 보면 검색은 모바일, 구매는 매장의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고객 여정 단계에서 온/오프라인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 기업은 온라인 사업 확장, 기존 온라인 중심 기업은 오프라인 사업 확장으로 (아마존이 대표적 사례) 전개 중이다.  

온/오프라인, 모바일 구분 없이 고객이 접전하는 모든 채널을 seamless 하게 연결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기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에 뒤늦게나마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신세계, 온라인 쇼핑에 사활 건다… 디지털 전환 소식에 주가 꿈틀 2020.4월 23일 자


리테일 고객담당자, 디지털 시대 적응/고민해야 하는 부분

1.  기존 오프라인에서 제공했던 고객 체험 온라인 도입

온라인이 과거 정보탐색, 구매에 (이제까지 동일상품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저렴해 매장 가서 제품 확인 후 온라인 구매)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기존 오프라인에서의 고객체험을 온라인에서 제공 혹은 대체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온/오프라인 채널 경계가 seamless 해졌다.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는 1:1 퍼스널 서비스(컨시어지 서비스), 직접 착용하여 칼라, 사이즈 확인이 가능한 서비스 부분 등 온라인에서는 지금까지 다소 구현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개인 스타일링 온라인 기업인 스티치 픽스는 데이터를 통해 고객 맞춤화된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존 퍼스널 서비스제공), 직접 착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VR(가상현실)/AR(증강현실)/MR(혼합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들이 직접 매장에서 착용하지 않아도 사이즈 및 칼라,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확인이 가능한 서비스를 시도하는 패션, 백화점 기업들이 늘고 있다. 상용화할 수준은 아니나 머지않아 현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  바로 적용 가능한 영국 백화점  Harvey Nichols 사례는 우리 백화점 기업들에게 좋은 표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17년  WhatsApp-style messaging service 라 불리는 서비스는 온라인 쇼퍼들이 실시간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상품에 대해 소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오프라인 직원들이 촬영한 라이브 동영상을 온라인 쇼퍼들은 확인할 수 있고, 단순히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으로 직원들과 상품에 대해 의사소통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harveynichols.com에서 쇼핑하는 고객은 버튼 하나만 클릭하면 소매점의 7 개 영국 매장과 더블린 매장 중 하나에서 사용 가능한 스타일리스트와 연결할 수 있다. 


가장 쉽게 디지털 서비스로의 확장은 기존에 운영, 제공했던 서비스의  온라인화이다  

 

2.  고객의 행위 전환 맞춰 디지털 비즈니스 확대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했던 패션 기업인, LVMH는 2017년 6월 자체 온라인 포털 서비스인 ‘24 세브르(24 Sèvres) 오픈, 2018년 4월 럭셔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스테이션 F(Station F)’ 를 발표하는 등 디지털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2013년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개발해 도입한 모바일 주문 시스템은 소비자의 커피 구매 방식을 바꿨다. 충성고객 확보, 비용 효율화 및 추가적인 수익 발생 등의 기회를 창출했다. 식음료 기업이지만 모바일 결제 활성화로 미국 모바일 페이 시장에서 굴지의 IT 기업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한다.

즉, 고객 여정의 각 단계에서의 변화에 주목하고 이를 적용하는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도입했다가는 괜한 비용 낭비가 될 수도 있다.

우선 비즈니스 목표, 이에 의한 마케팅, 고객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 전술적 행위들을 수립한 뒤 이를 가능케 하는 부분들, 그게  기술이라면 그때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 고객에게 benefit을 가져올지 타당성을 판단하기도 전에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건 너무 리스키 한 일이다.   

 


이전 근무했던 그리고 기존의 국내 시장을 리딩 하는 리테일 기업들이  현재  디지털로의 전환에  사활을 건 바, 온라인 중심으로 고민해 보았다. 그러나 리테일 기업들이 기존의 오프라인 사업은 접어두고 모든 역량을 온라인에 집중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온라인은 소비자들의 모든 욕구를 해결할 수 없다. 특히 감성적 욕구가 강한 백화점, 호텔, 명품 브랜드의 경우 오프라인 채널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디지털을 통해 개선 가능한 부분도 있으며, 아닌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우리의 궁극적 목표 - 고객 여정, 경험을 더 편하고 즐겁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많은 담당자들이 이렇게 얘기를 한다. "개선안을 제안, 보고해도 우리 회사는 예산도 없고요, IT 협업을 받기도 힘들어요..."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생각해보자.

개인적 경험으로 백화점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 무거운 쇼핑백을 여러 개 들고 쇼핑하는 것이다. 백화점은 쇼핑 외 먹고 노는 엔터테인 공간으로 5~ 6개 매장 쇼핑하고 식당가에서 밥 먹고,  카페에서 디저트 먹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족히 2~3시간 이상 소요되는데 쇼핑백 들고 이동한다. 깜빡하고 쇼핑백을 놓고 나갈까 봐 염두에 두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 결제하고 진동벨을 통해 기다리고, 반납하면 커피를 받는 것처럼 - 매장에서 상품 결제 후 상품 미수령 표식기 (혹은 영수증에 별도 표기) 수령, 몇 시간 후  고객이 백화점을 떠나는 공간, 그게 지하 주자창 혹은 1층 출구의 픽업 데스크를 통해 그동안 쇼핑했던 다량의 상품을 작은 표식기로 한번에 받는 것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다. 혹은 별도 앱을 통해 표식기 없이 픽업 데스크에서 확인 방식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방식은 기술 없이도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술은 고객 경험을 개선, 더 나은 편의, 즐거움을 실현시키기 위한 툴 일뿐이다.


물론, 디지털이 적용되지 않는 개선은 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불일 정도로 강력한 변화에 한계가 있.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르냐"는 속담처럼 첫걸음이 성에 안찼을 수 있으나 작은 프로젝트에서 성과가 난 다음 더 큰 프로젝트에 대한 정당성 확보, 의사결정권자의 합의를 받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외 리테일 기업들의 동향과 우리 기업에 적용 가능한 서비스, 그리고 구현 기술들을 대비하고 또 경영진들에게 지속적인 보고를 통해 그들에게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던, 예산을 늘리던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내가 언제 구조조정 대상리스트에 포함 될 수 있으며 혹은 회사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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