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강해지기 위해 성장하는 중
나는 오늘 좌절을 맛봤다. 별거 아닌 일을 시도하려다, 별거 아닌 이유에 주저하게 되는, 바보같은 좌절을.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겁부터 난 경험을 해보셨을 것이다. 뭐, 인간에게 두려움이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지금처럼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 인간은 매우 약한 신체의 동물이기에 두려움과 촉이라는 기질이 제대로 발동되어야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의 조상님의 두려움DNA를 너무 많이 받았던 탓일까. 난 두려움이 너무 많다.
강한 마음으로 단련시키고자 노력하기 시작한 지, D-23, 일주일 째 되었다. 내가 오늘 하려던 새로운 도전은 '시 버스킹'이다. 버스킹이라고 붙이긴 했지만, 공원같은 곳에 돗자리를 펴고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시를 써드리고 싶은 계획이었다. 내가 쓴 시에 대해 작년부터 유투브를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하고 난 뒤 생겨난 낭만적인 꿈이었다. 새로운 도전들을 하며 강해지기로 마음 먹은 7일 차, 나는 머리로는 그 꿈도 강단있게 도전할 수 있을거란 기대에 차있었지만 아침에 눈을 뜨고보니 그 마음은 쏙 숨어버렸다.
밤에 하는 상상은 때때로 해가 뜨면 사라지곤 한다. 다들 그런 적 있는가? 일명 새벽감성이라고 하는 공기가 나를 사로잡으면, 그 속에서 나는 외국도 넘나드는 뛰어난 인재가 되어있다. 그러나 쨍쨍하게 햇빛이 세상을 비추면 어김없이 현실을 자각하고 초라해지는 건 왜 일까. 새벽감성에 속아 나를 과대평가 한 걸까, 오후의 햇빛에 주눅들어 나를 과소평가 하는 걸까?
오늘의 도전을 실패한 두려움은 하루종일 스스로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이것도 못하는 나' '이런 내가 싫다' '난 왜 아직도 소심할까' '내가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강해지기나 할 수 있을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쏟아지고나서야 머리를 흔들어 재꼈다. 혼자 공원에 돗자리 펴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시 써드리는 게 두려울 수 있지! 나를 좀 더 응원해주도록 노력해보았다. 그렇게 억지로 "이런 내가 좋아!"라고 되새겨 보니, 평소에 "이런 내가 싫어"라는 말을 자주 썼지, 좋다고는 비교적 말하지 않았던걸 깨달을 수 있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 이런 내가 좋다는 표현을 자신에게 하는가? 혹시 자신을 너무 혹독하게 굴진 않으신가?
굿라이프라는 책을 읽으면서 행복에 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사실인데, 사람들이 평가하는 스스로의 과거는 매번 재해석 된다는 점이다. 좀 더 말하자면, 내가 어린 시절에 대해 평가할 때 20살의 나와 26살의 내가 말하는 해석의 요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바짝 열심히 살고 뿌듯하게 날 평가하는 시기가, 5년 뒤에는 후회로 가득 찬 채 폄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해석해나갈까? 결국 나만이 살 수 있는 삶, 그 삶을 밉게 바라보고 싶지 않은데. 스물 여섯, 나는 나의 인생을 소중히 대하고, 그 행동 앞에 떳떳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냥 하는데?"
예전에는 '그냥' 한다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싫었다. '대충'이라는 단어와 비슷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의미를 진중하게 말할 줄 아는 게 '멋'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고집이자 허영심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니, 실은 '그냥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럽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냥 하다보니 열심히 살게 되고, 그냥 하니깐 즐겁고, 그냥 하다보니 행복하며, 뭘 해야 할 지 모를 땐 보통 그냥 하는 편인 사람들. 어쩌면 나는 그냥 하는데에 두려움이 많아서 고집을 피웠던 것 같다.
나는 겁이 많고, 두려움도 많으며, 아직 약한 존재고, 그냥 하지 않는, 생각이 복잡한 아이다. 정말 내가 싫어하는 형용사들로 가득 나를 소개해보았다. 그런데 난 이런 내가 좋다. 겁이 많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두려움이 많지만 새로운 도전들도 많이 한다. 내가 약하기에, 타인의 약한 모습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냥 하진 않지만, 그냥 하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난 이런 내가 좋더라. 하지만 좀 더 겁 없고, 두려움 없는 강단을 가지고, 강해지고, 단순하게 돌파하는 청년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나, D-day에는 한강 가서 돗자리 펴고 시 버스킹을 해버릴테다! 이렇게 또 혼자 상상하고, 결심하고, 노력하려는 내 알맹이를 사랑하자. 과일들이 자기들의 알맹이를 바꾸려고 하지 않듯, 나도 나 스스로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내가 되어보자. 아직 멀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