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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방이 Mar 05. 2024

D-24 마음에 찾아온 겨울을 보내며

스물여섯, 강해지기 D-챌린지

오늘도 조금 성장했길 바라며


  인간은 긴 겨울잠을 자지 않는 생명체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집 속으로 숨는 인간이 있다. 그게 나다. 오래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는 혼자 이어폰을 꼽고 달리는 게 삶의 낙 중 한가지다. 겨울의 추위가 내 삶의 낙을 방해하는 걸까, 내 옹졸한 뇌가 변명을 하는 걸까.(답은 당신께서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어김없이 2023년에도 겨울이 찾아오고 현재 그 겨울도 저물어가고 있다. 겨울이 끝날 때까지 산책따윈 하지 않는 나에게 오늘의 도전은,  산책이었다. 친구와 함께 산책을 잠깐 했는데,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눈이 내리길래 아이처럼 방방 뛰었다. 혼자 산책했다면 방방 뛸 수 없었겠지? 혼자 있을 때도 아이처럼 자유로워지면 좋겠다!


  마음에도 겨울같은 계절이 오곤 한다. 외로움. 슬픔. 억울함. 그리움. 분노. 수치심. 우울함. 그것들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자신의 마음 안에서 나오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더 깊은 곳으로 숨게 된다. 당신은 당신의 마음에 겨울이 찾아와 숨은 적이 있는가?

  겨울이 되면 두꺼운 옷을 입는다. 장갑, 목도리도 둘러준다. 가끔 핫팩도 챙겨준다. 그렇게 바람을 마주해도 춥지만 우리는 견뎌내며 살아갈 수 있다. 마음에 겨울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노력한다. 그 바람을 마주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장갑과 목도리를 둘러준다. 나에게 그것은 시를 쓰는 취미와 여행을 떠나는 것이 되겠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놔, 그 친구가 가끔 핫팩처럼 위로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 봄이 올 시기라 믿었던 순간에게 배신을 당하면, 그때부터 견디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하늘에서 눈이 내려앉기 시작할 때, 재빠르던 세상이 원래의 속도로 돌아오듯 차분해진다.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 하얀 눈은 순수함일까? 순수함이 우리 세상의 바닥과 만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새까맣게 변해버린다. 순하고 예쁘던 눈마저도 인간 세상이 무서웠던걸까?

  그렇게 겨울이 찾아온 마음에도 순수한 희망이 눈처럼 내릴 때가 있다. 그러나 그 희망들을 부여잡는 사이 순식간에 덕지덕지 눈들이 쌓인다. 그곳에 하루, 이틀이 지나버리면 쌓인 희망들은 새까맣게 변해있더라.


  비유를 통해 쓰다보니 꽤나 우울하고 복잡하게 읽혔을 지 모른다. 세상살이가 겨울처럼 춥고 외로워졌을 때에 대한 글이었다. 얼음같이 굳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방법은 자신에게 있다. 우주와 자연은 손 쓸 수 없어 우리나라는 사계절을 순환하고 있지만, 나의 마음은 스스로 계절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이 1년 주기가 될 수도 있고, 하루 혹은 한시간의 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나로 인해 혼란스러웠을 마음에게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계절들을 부여하고자, 강한 마음을 건설하고자 하는 나는 D-챌린지를 통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하루 하루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한 도전들을 해나가며, 내가 길었던 겨울을 끝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하루는 내 스스로 목도리를 둘러주듯, 또 하루는 따뜻한 핫초코를 부여해주듯, 그렇게 나는 '나'를 살펴봐주기 시작했다. 아직 이 겨울이 끝나진 않았다. 아직도 약한 나는 봄이 오지 않을까봐 두려워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글을 쓰고, 유투브를 올리고,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 연습을 하고, 오디션을 지원하고 떨어지길 반복하는 요즘의 삶에서 여간 강해지지 않고서야 감당하지 못하리라는 위기감에 나는 성장하기를 선택했다. 과연 한달 뒤, 일년 뒤, 십년 뒤의 내가 이 글들을 다시 읽었을 때 떳떳할 수 있을까? 그때는 마음의 계절이 무엇일까?


  현재 가장 친하고 든든한 친구가 나의 말 한마디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한 날에, 만나기 전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얼른 일 끝나고 보고싶다는 대화를 하던 중에 날씨가 꾸무룩하고 비가 올 것 같이 흐린 걸 보았다. 그때 내가 말했다. "오늘 날씨가 왜 이렇게 흐린 줄 알아? 00이 보고싶어서, 내 마음에 해가 다 들어와버렸거든!" 나의 소울메이트는 표현이 너무 좋다며 엄마한테 자랑하더라. 말하고 난 뒤에야 겨우 나도 깨달았다. 아!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구나. 아직 이렇게 따스한 말도 할 줄 알구나!

  계절을 이야기 하다보니, 떠올랐던 일화였다. 그때 말을 곱씹고나니 이제 내가 긴 겨울을 끝내기 위해 해야할 일들을 찾았다.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시를 쓰고, 여전히 연기 연습을 하고, 지원하고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산책을 하고, 운동장을 뛰고, 핫팩을 쥐고, 목도리를 두르며 계속 나아가야겠구나. 내 우울한 마음 안에 숨어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느라 힘겨워하지 말고, 그저 살아가야겠구나. 움직여야겠구나. 그러다보면 내 마음에 자연스럽게 근육들이 생기겠구나. 그 근육은 어느새 어떤 화살이 들어와도 튕겨내게끔 해주겠구나. 봄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말고, 겨울의 온도에 속지말고, 열심히 살아가야겠구나.



From. 윤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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