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무너질때

기대했던 나를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다시 나를 원망하는 시간

by 윤방이

2025.04.02

윤방


2025년이 되기 직전부터 배우로서 작업을 계속 해왔다.

새 작품, 첫 연기레슨, 동료들과 만든 훈련모임, 촬영 등

1월 1일에도 연습일정이 잡힐 정도로 연이어 배우 활동을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진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찾아주고 함께 하는 것에 달콤함을 느꼈다. 이 시간과 기회들이 너무 감사하다며, 나는 복이 많다며.

하지만 내가 겪고있는 작은 불안감들이 나를 집어삼킬 것이라곤 모른 채.


한참 바쁜 와중에 12월, 우리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우리 어머니께선 아주 힘들어하셨다. 나는 5년 전 돌아가신 친아버지가 떠올랐고 그것때문에 요즘 마음이 조금 어두워졌다고 말할 곳이 없었다. 그렇게 슬퍼하는 어머니를 두고 연극연습 가야 한다며 바쁜 척을 피우던 나는 2025년 첫날부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지금 상태에 대해 솔직히 나누며 앞으로 작업환경을 잘 해보자는 대화중이었다. 내가 전날 장례식장에 갔다는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고, 오랜만에 대구에 내려가 가족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만 늘어뜨려 놓을 때 거짓말을 일상처럼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 난 늘 그런 식이었다.

난 내가 힘들 때, 기쁜 나로 위장시키곤 한다.

난 내가 답답할 때, 괜찮은 나로 위장시킨다.


늘 웃으면 복이 온다는 옛말이 맞다며, 베시시 베시시 웃음으로 얼굴을 화장하는 나는 지금, 웃는 것이 어려워졌다. "괜찮아." "좋아"가 습관이 되어버린 내 목구멍 끝에 괜찮지 않음과 좋지 않음이 가득 쌓여버렸다. 혼자 있고싶은 시간들이 늘어났지만, 혼자 있는 것이 어려워졌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건지 생각해보면 길을 자꾸 헤맨다. 나는 그렇게 괜찮지 않은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은 나에게 목숨줄과 같다.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헤매고, 방황하고, 슬프고, 외로울 때 끝끝내 나를 지키기 위해 '쓰기'를 선택한다.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주구장창 쓴다. 그래서 내가 키보드를 오랫동안 두들기고 있을 때는 꼭 나의 등을 스스로 토닥여주는 기분이다. 결국 사는 것을 선택했구나 싶다. 결국 세상을 잘 살아보기로 했구나 싶다.


나는 작은 슬픔이 커지고 나서야 도와달라고 한다. 나는 작은 상처가 곪고 나서야 병원에 간다. 예전부터 들어왔던 말이 있다. 작을 때 말해달라고. 주변 친구들에게 받는 작은 상처가 커지기 전에 진짜 친구들은 말해달라고 하더라. 나는 작은 것은 스스로 해결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럴 때도 많다. 도대체 어느 것부터 어느 것까지 도움을 청해야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강해지기로 했는데, 요즘은 강해졌는 줄 알았던 탓일까.


일기는 일기장에.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는 것이라고. 그때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독자를 위해 글을 쓰는 법을 공부하지 못해서 나의 글은 일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글, 시, 연기, 춤은 내가 삶을 살면서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꼈던 나의 표현방법이다. 그런데 자꾸만 그것들이 멀게끔 느껴진다. 나를 위해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남을 위해서 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너지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위한 글을 토닥거리고 있다.

요즘 마음이 자꾸 아퍼서, 일어서려고 하면 자꾸 무너져서 글을 쓴다. 좀 더 괜찮은 오늘을 희망하는 것이 어려운 요즘의 방황이, 성장중이라 믿으며 조용히 홀로 일어서보련다.


괜찮음이 가득 할 땐, 괜찮지 않음을 알아채려고 노력했다.

괜찮지 않음이 가득 할 땐, 괜찮은 구석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초 단위로 무수히 바뀌는 변덕스러운 요즘 나를 알아채리기도 버거운 요즘, 나는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 지 어려워 글을 쓴다. 쓰고 쓰다보면 나의 글에서 어렴풋 미소의 향기가 날 듯 싶어 쓰나. 지금 내가 쓴 글들의 표정을 보는 것은 참 씁쓸하지만 이렇게라도 마주하며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나의 고통을 이해하는 이 시간동안 내가 얼마나 남의 고통에 무관심했을 지 반성하게 된다. 나를 이해하기 전에 반성은 섣부른데 말이다.



진했었던 연필_시.jpg





진했었던 연필

윤방


무엇 하나 으스러질듯

꾹꾹 눌러 담는 소녀

너무 미워 말아주세요


애진작 지워낼 생각도 없이

소녀는 좋아서, 좋아 그래요


몇번은 부숴지고 나서야

몇번은 깎여지고 나서야

결국은 날카로워 지고야


당신에게 힘이 풀립디다

누구인들 연하게, 조심히


오늘밤 눈물로 연해진 나는

금방 잊을 것 처럼

소녀를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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